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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보학의 법률칼럼] 고위직 판·검사의 변호사 개업 법으로 금지시켜야 한다
  • 서보학
  • 승인 2018.07.2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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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보학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근 법원 판결에 대한 국민신뢰도 조사에서 응답자 국민의 63.9%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대답했다(리얼미터 조사 2018.6.1.). 양승태 대법원의 재판거래 의혹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짐작되지만 원래 사법부에 대한 우리 국민의 신뢰도는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지난 촛불정국에서 박근혜 전대통령과 함께 국정농단의 주범으로 지탄을 받았던 검찰에 대한 국민 신뢰도도 역시 바닥 수준임은 말할 것이 없다. 이렇게 법원·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큰 이유가 무엇일까? 그 불신의 기저에는 다른 선진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우리나라 사법영역의 특이한 부패관행인 전관예우가 자리 잡고 있다.

전관예우란 전관 출신의 변호사가 재판·수사단계에서 현직에 있는 후배 판사·검사들로부터 부당한 혜택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재판과 수사·기소가 법과 원칙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사로운 인연·거래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2014년 7월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변호사 1101명 중 89.5%가 전관예우가 실제 존재한다고 응답했다. 그리고 법원·검찰 출신 변호사 176명 중 64.7%가 전관예우의 관행이 존재한다고 응답하였다. 또한 응답자의 80%는 앞으로도 전관예우는 없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였다.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전관예우로 인해 사법기능이 법과 원칙에 근거하지 않고 사적인 정의(情誼)와 금전거래에 의해 작동될 때 사법의 공정성과 신뢰성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다. 또한 현직 판·검사와의 연고를 과장하는 변호사들로 인해 국민들은 높은 수임료를 치르게 된다. 이런 부패관행으로 국민들은 사법체계를 불신하고 법치주의는 냉소에 부딪치게 된다.

그런데 이런 부패고리의 최상층에 고위직 법조인들이 자리 잡고 있다. 고위직 출신일수록 변호사 시장에서 몸값이 높고 많은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은 경험적으로 확인된 사실이다. 2년전 법조비리로 구속된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는 수년간 매해 100억씩 수백억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고, 2014년 총리후보로 지명되었다고 사퇴한 안대희 전대법관(대검중수부장 출신)은 5개월에 16억원의 소득을 올린 것이 문제가 되었다.

2005년 조대현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고등부장 판사를 끝으로 퇴임한 이후 11개월 만에 10억의 소득을 올린 것이, 2005년 이용훈 대법원장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대법관 퇴임 후 5년간 60억원의 수익을 올린 것이 문제되기도 하였다.

대법관, 헌법재판관, 검찰총장, 고등부장판사, 검사장 등 고위직 판·검사로서 명예를 누리다가 퇴직 이후에는 변호사로 전직하여 일반 국민들의 눈높이를 훨씬 뛰어넘는 고액의 수입을 올리는 것이 과연 납득할 수 있는 일일까? 현직에 있을 때에는 ‘사회정의 실현’, ‘거악(巨惡) 척결’을 외치다가 퇴직 후에는 거악 범죄자들을 변호하면서 고액의 수입을 올리는 것을 과연 국민들이 용납할 수 있을까? 게다가 고위직 일수록 퇴임 후 높은 수익이 보장되는 현실은 출세를 위해 소신과 양심을 굽히는 판사·검사들을 낳게 마련이다. 참으로 개탄스러운 현실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지난 2006년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는 백서를 통해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이 퇴임 후 변호사 개업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한바 있다.

“법조비리 대책 중의 가장 상징적인 조치는 퇴임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이 변호사 개업을 자제하는 것이다. 사법개혁위원회에서 논의만 하고 건의문에 포함되지는 못했지만 전관예우 등의 법조비리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출발점은 역시 퇴직 대법관과 헌법재판관이 변호사 개업을 않는 것이다. 사법부 최고의 지위에 있던 분들이 퇴직 후 개인적인 영리를 위해 자신이 근무했던 기관에 계류 중인 사건을 수임하여 고액의 수임료를 챙긴다면 이것이 곧 전관예우의 상징이 될 것이고, 그로 말미암아 법조비리 예방을 위한 그 어떠한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사법불신을 극복할 수 없을 것이다.”

현재는 대법관 후보자, 헌법재판관 후보자, 검찰총장 후보자에게 청문회과정에서 퇴임 후 개업포기의사를 묻고 다짐을 받는 경우가 있으나 후일 당사자가 약속을 지키지 않더라도 구속력이 없다. 또한 대한변호사협회가 퇴임 대법관의 변호사 등록신청서를 반려하고 있으나 이 또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생각건대, 전관예우 근절을 위한 큰 일보는 일차적으로 대법관, 헌법재판관, 검찰총장, 법원장, 검사장 등 고위직 사법관료들의 퇴직 후 변호사 개업을 법으로 금지시키는 것이다. 고위직으로 출세하려는 판사·검사들에게는 ‘명예와 부’ 사이에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지난 2016년 전관비리 근절 대책 중의 하나로 판·검사 정년을 70세로 연장하는 대신 고위 판·검사 출신의 변호사 개업 자체를 금지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필요하다면 이들의 정년을 연장해 주고 퇴임 후에는 공익활동에 봉사하면서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름답다.

이러한 규제가 고위직 판·검사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고위직 사법관료들에게는 최고의 직업윤리, 최고의 도덕성과 책임감이 요구된다는 점과 왜곡된 사법기능을 바로 잡고 잃어버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고위직의 솔선수범과 자기희생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능히 감내할 수 있는 제한이라고 생각된다. 게다가 변호사 개업만을 금지하는 것이지 교수·연구·공공·공익분야와 같은 다른 직역에서의 활동까지 금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과도한 제한이 아니라서 위헌의 가능성도 없다는 판단이다.

최근 박보영 전대법관이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변호사 개업을 포기하고 시·군법원 판사로 지원한 사실이 알려져 미담으로 언급되고 있다. 미국의 시니어법관제도(오랜 경력의 법관들이 현업 때 보다 낮은 연봉을 받고 파트타임으로 재판업무를 수행하는 제도)와 같이 우리나라도 고위직 판·검사들이 오랜 기간 쌓은 경험과 지혜를 국민에게 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비슷한 제도를 법원·검찰·법률구조공단 등에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서보학  suhbh@kh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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