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사업비 100조 규모...UAE 바라카 원전 시공 실적, 산업 관련 패키지 제안 유력할 듯

한국이 준공한 UAE 바카라 원전. 사진=뉴시스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한국전력을 주축으로 하는 한국 등 5개국이 200억달러(약 22조원)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원전 예비사업자에 선정되면서 본격적인 수주 경쟁에 돌입했다.

각국은 사우디 원전 수주를 따내기 위해 정치ㆍ외교적인 사안까지 제시할 것으로 알려져 한전의 정면승부 카드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사우디원전지원센터를 개소하는 등 원전 수주에 힘을 보태는 모양새다.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최근 사우디 원자력재생에너지원(K.A.CARE)로부터 원전 건설 예비사업자로 선정됐다. 사우디 원전 수주전에 뛰어든 미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 등 4개국도 함께 이름을 올렸다. 당초 3개국이 예비사업자로 선정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예상보다 경쟁은 치열해진 양상이다.

사우디는 2030년까지 총 2.8기가와트(GW) 규모의 원전 2기를 건설할 예정으로, 최종 사업자 선정은 내년께 확정될 예정이다. 사우디 원전 사업 규모는 200억 달러(약 22조원)지만 향후 20~25년간 총 16기의 원전을 더 지을 계획이어서, 총 사업비만 1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해진다. 한전 등 각국이 사우디 원전에 뛰어든 것은 첫 원전 사업을 따내는 국가가 나머지 사업도 가져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각국은 사우디 원전을 수주하기 위해 민감한 정치ㆍ외교적 사안까지 제시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국익을 위해 사우디 측에 매력적인 안(안)을 내놓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관건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진행하고 있는 탈원전 기조를 사우디 측이 어떻게 받아들이는냐에 달려있다.

우선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 무역주의차원에서 자국 원전 산업 재건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미 원전업체 웨스팅하우스는 파산 상태다. 미 행정부는 중동의 민감한 핵 사안을 당근으로 제시해 사우디 원전을 수주하겠다는 전략이다.

핵심은 이란 핵에 맞서 핵 개발을 추진중인 사우디 측에 우라늄 농축을 허용하는 방안을 제안한다는 것이다. 이 방안은 미국 입장에서 회심의 일격 카드일 순 있다.

러시아는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기술 이전 안을, 중국은 가격 경쟁력과 각종 인프라 사업 지원을 각각 내걸고 있고, 프랑스는 풍부한 원전 건설 경험을 내세워 수주전을 펼치는 중이다.

이런 가운데 한전 등 한국이 승부수로 내걸 수 있는 카드는 UAE 바라카 원전 시공 경험과 발주처가 요구한 산업 관련 패키지를 제안하는 것이 유력하다. 이는 중동 UAE 바라카 원전을 따낼 때 쓴 맞춤형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우선 첫 번째 카드는 중동 원전 시공 경험이다. 한전 등은 UAE 바라카 원전을 수주해 정해진 기간과 예산 안에서 준공했다. 이는 현지에서 원전 시공 경험이 장점으로 작용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이 자체 개발한 3세대 원자로인 APR1400이 국제적으로 안전성과 경제성을 인정받고 있는 만큼 실적이 중요할 수 있다.

두 번째 카드는 발주처가 개도국에서 짧은 시간에 경제 발전을 이뤄 성공한 경험을 거울삼아 요구하는 산업 관련 패키지를 제안하는 것이다. 이 안의 골자는 특정 분야 연구소 건립과 제조 관련 기업의 유치 협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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