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C 김 대표, 직원 징계성 면담 내용 홈페이지에 공개...시민단체 반발 가세

IMC게임즈가 개발한 '트리 오브 세이비어' 이미지. 사진=IMC게임즈

[민주신문=조성호 기자] 국내 게임업계가 직원들을 대상으로 ‘페미니즘 사상 검증’ 논란에 휩싸이면서 술렁이고 있다. 이에 표현의 자유에 위배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지적과 함께 개인의 사생활 침해에 해당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사상 검증 사건에 대해 신고를 받고 조사한 고용노동부는 “법 위반 사항이 없다”라고 결론지으면서 논란은 커지고 있다. 사상 검증이 만연한 게임업계에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도 나온다.

게임업계와 전문가들에 따르면 지난 26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강남지청은 페미니즘 이슈를 공유했다는 이유와 관련된 여성 직원 사상 검증 사건에 대해 “법 위반 사항이 없다”며 “향후 동 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해 조직문화 개선에 힘쓸 것을 당부하고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라”는 내용의 통지문을 발송했다.

해당 사건은 ‘그라나도 에스파다’와 ‘트리 오브 세이비어’ 등 온라인 게임을 개발한 IMC게임즈에서 발생했다. IMC게임즈는 2002년 출시해 전 세계적 흥행에 성공한 ‘라그나로크’를 개발한 김학규 대표가 설립한 게임사다.

최근 암호화폐 ‘브릴라이트’를 개발·상장한 한빛소프트가 27.74%, 넥슨 역시 18%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트리 오브 세이비어의 원화 작가로 일하는 여성 직원 성 모씨는 SNS로 ‘여성민우회’ 계정을 구독하고 페미니즘 이슈를 공유했다는 이유로 지난 3월 김학규 IMC게임즈 대표로부터 징계성 면담을 받았다.

특히 김 대표는 성 씨와의 면담 내용을 홈페이지에 게시해 논란이 커졌다. 김 대표는 “우리 사회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이며 언론의 자유와 개인의 양삼의 자유가 존재한다”고 전제하면서도 “사회적 분열과 증오를 야기하는 반사회적 혐오 논리에 대해서는 적극적은 방지와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성 씨에게 ‘여성민우회와 페미디아 같은 계정을 왜 팔로우 했는지’와 ’과격한 메갈 내용이 들어간 글에 마음에 들어요를 찍은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추궁했다.

이어 김 대표는 “해고 문제를 떠나 반사회적인 사상을 추구하는 사람은 동료로 함께 일하고 싶지 않다”라며 “변질되기 전 의미의 페미니즘과 메갈을 구분하지 못하고 관련된 단체나 개인을 팔로우한 것은 실수”라고 자신의 주장을 밝혀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한 트위터 이용자가 “직원 개인 계정을 사찰하는 것은 정사회적 논리냐, 회사가 특정 직원의 계쩡을 사찰하고도 당당한 논리는 반사회적 논리까지는 아닌가”라고 반박하자 김 대표는 “사찰한 적 없다. 유저들이 게시판 등에 해당 직원이 메갈 활동을 한 것이다라고 캡쳐해 놓은 사진에 두 계정 이름이 있어 물어본 것이다. 이것을 사상 검증이라고 단정하고 문제를 제기할 사람이 있다면 당사자인 직원이다”라고 답하며 논란이 커졌다. 김 대표의 트위터 계정은 현재 비공개로 전환된 상태다.

김학규 IMC게임즈 대표 트위터. 현재는 김 대표의 트위터 계정은 비공개로 전환됐다. 사진=김학규 대표 트위터 캡처

이에 대해 여성민우회와 민주노총, IT산업노동조합 등이 잇따라 성명서를 발표하고 IMC게임즈를 비판하고 나섰다.

여성민우회는 “변질된 페미니즘과 그렇지 않은 페미니즘을 판별하여 허락하는 것을 거부한다”며 “성평등과 인권이라는 근본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후퇴시키려는 시도를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사측이 직무와 무관하게 노동자의 정치적 입장을 검열, 판별, 검증해 유무형의 불이익을 가하는 것은 노동권과 기본권을 침해하는 명백한 불법행위”라면서 “이번 사건은 일회성 해프닝이 아닌 게임업계의 성차별적·반인권적·비민주적 구조의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으로, 한 회사의 대표가 한국사회의 성차별과 페미니즘에 대해 이토록 무지하며, 그 무지와 전횡을 공공연히 드러낼 수 있다는 사실은 문제의 심각성을 방증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역시 “한 여성이 ‘반사회적인 사상’인 페미니즘에 물들었다는 이유로 해고까지 불사하겠다는 이 여성혐오 게시글은 여성들에게 크나큰 충격과 공포를 주고 있다”고 비난하며 “여성들의 신념과 사상을 고용을 빌미로 검증하고 있으며, 여성들은 페미니스트가 아님을 밝히라는 사상 전향까지 강요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게임업계의 페미니즘 사상 검증 논란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앞서 지난 2016년에는 넥슨에서는 한 게임 성우가 트위터에 메갈리아 후원 티셔츠를 입은 인증샷을 올렸다는 이유로 교체된 바 있다.

이어 중국 업체가 개발해 우리나라에서 서비스 중인 소녀전선의 캐릭터를 그린 한 원화가 역시 트위터에 페미니즘 내용이 담긴 글을 리트윗했다는 이유로 교체됐다. 이밖에도 여러 게임업체에서 페미니스트란 이유로 부당한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김환민 IT산업노동조합 게임분과장은 “각종 SNS활동을 문제 삼고 사상검증을 하는 부당함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도 개인의 책임으로 몰아가 자진 퇴사를 유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사상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침해하고 있지만 노동법에서는 이를 지켜줄 조항이 없어 보완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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