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젠 CFO 지분 매각 후 철수 가능성 시사..."지배권 상실 우려" 삼성 주장과 배치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삼바사태에서 '상수' 역할을 했던 미국 바이오젠이 '변수'로 돌변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 지분 매각 가능성을 밝혔기 때문이다.
미국 바이오전문매체 바이오센추리는 지난달 30일 "바이오젠이 신경과학 분야에 집중하기 위해 에피스를 떠날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일본의 미즈호증권 역시 "에피스 지분을 매각하려는 협상은 바이오젠의 리스크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리포트를 발표했다. 미즈호증권은 지난 4월에도 "삼성그룹이 바이오젠의 에피스 지분 일부 혹은 전부를 인수하기 위해 협상 중이라는 소식이 있다"면서 "이 소식이 사실이라면 바이오젠 주가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에피스 지분 매각 의사를 바이오젠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함께 에피스를 설립한 공동합작사다. 이에 삼성 측은 바이오젠에 에피스 지분을 49%까지 늘릴 수 있는 콜옵션을 부여했고, 바이오젠은 최근 콜옵션 행사 의사를 밝혔다.
문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논란이 제기되면서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중요한 상수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삼성 측은 그동안 "콜옵션을 보유한 바이오젠이 이를 행사할 경우 회사의 지배력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회계기준을 변경했다"고 밝혀왔다. 2011년 설립 이후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5년 에피스의 회계처리 기준을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하면서 10조원대 규모의 건실한 회사로 변신했다.
하지만 회계처리 변경 기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면서 금융위원회가 현재 이 안건에 대해 심사를 진행 중이다. 감리위원회를 거쳤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고 현재는 증권선물위원회가 이 건을 심사 중이다.
이런 가운데 바이오젠이 에피스의 지분매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그동안 삼성 측이 주장해왔던 "지배력 상실 우려" 해명이 힘을 잃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에서 상수로 작용했던 바이오젠이 이제는 변수가 된 셈이다.
금융권에서는 "바이오젠이 에피스의 경영권을 확보하려 했던 의지가 느껴지지 않는다"면서 "콜옵션 행사를 통해 확보되는 지분 역시 매각해 주력사업에 재투자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통해 확보한 에피스의 지분을 삼성에 되팔거나, 다른 회사에 쪼개 매각한다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에피스를 다시 종속회사로 돌려 회계처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