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피오돌 공급 중단에 국내 재고 바닥, 약가 5배 인상 요구 논란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게르베코리아. 사진=게르베코리아 홈페이지 캡쳐

[민주신문=조성호 기자] 리피오돌을 독점 공급하는 프랑스 제약사 게르베코리아가 환자를 불모로 약가 인상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갑질 논란에 대해 ‘절대 갑질이 아니다’라며 항변하고 나섰다.

리피오돌은 간암 환자들에게 필수 치료제로 ‘경동맥화학색전술’에 쓰이는 조영제다. 현재 게르베가 독점권을 보호받고 있어 국내에는 게르베코리아를 통해서만 수입되고 있다. 때문에 게르베코리아가 수입을 중단하면 사실상 국내 공급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최근 게르베코리아가 리피오돌 약가인상을 해주지 않으면 한국에 더 이상 공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게르베코리아가 요구한 수준은 현재 개당 5만2560원에서 5배에 달하는 26만2800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리피오돌이 지난 3월부터 수입이 중단된 상황이고, 남은 국내 재고분마저 거의 바닥을 들어냈다는 점이다. 이에 당장 치료가 급한 환자들에게는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더구나 리피오돌을 대체하는 의약품이 사실상 없는 상황으로 국내 공급이 중단된다면 간암 환자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리피오돌을 국내 독점 공급하는 게르베코리아에 대한 비난이 커지고 있다. 환자를 볼모로 약값 인상에 나섰다는 이유다. 또한 최근 리피오돌 가격을 인상한 중국에 게르베가 공급량을 두 배 이상 늘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같은 비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게르베가 판매하고 있는 리피오돌.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4일 성명서를 통해 “게르베코리아가 약값 인상을 요구하는 동시에 공급 물량까지 줄여 현재 죽음과 사투하고 있는 해당 환자들의 생명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라며 “간암 환자들을 벼랑 끝에 세워두고 리피오돌 약값을 5배 인상해 달라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보건복지부를 압박하는 모양새는 전형적인 독점 제약사의 갑질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와 제약사 간의 약가조정 줄다리기 때문에 간암 환자들의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은 절대 용인될 수 없다”며 “환자의 생명에 최우선 가치를 두고 신속히 약가조정 절차를 마무리해 간암 환자들이 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게르베코리아 측은 약가인상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수입 원가 상승이 반영되지 않아 손실이 누적돼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주장이다.

게르베코리아 관계자는 민주신문과 통화에서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는 리피오돌 수요량을 맞추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리피오돌은 천연 양귀비 오일이 주 재료로 양귀비 자체가 귀하고 또한 의약품 기준에 맞추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해야 하는데 실제 생산 과정에서 로스(손실)가 많이 일어나 원하는 만큼의 생산량을 늘리기가 어렵다”고 해명했다.

이어 “중국의 경우 리피오돌 공급량이 늘어난 것은 맞지만 이는 중국의 인구수를 따져보면 그만큼 수요량이 많기 때문”이라며 “현재 보건 당국과 지속적으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급한 데로 항공편을 통해 이번 주 내로 리피오돌 추가 물량을 들여와 공급할 계획이며, 환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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