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 제공 혐의 검찰 수사…지역 금고에선 이사장 초법 행위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새마을금고중앙회. 사진=조성호 기자

[민주신문=조성호 기자] “55년 동안 쌓아온 고객 믿음을 바탕으로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금융협동조합으로 책임 다하겠다” 신임 박차훈 새마을금고 중앙회장의 취임사의 한 대목이다. 

대표적인 서민 금융기관으로 자리잡은 새마을금고가 창립 55주년을 맞았다. 새마을금고는 지난 1963년 경상남도 지역을 중심으로 다섯 개 협동조합으로 설립됐다.

새마을금고는 계‧두레‧향약 등 우리나라 협동조합을 계승하며 서민과 소외계층의 버팀목 역할을 해 오며 현재 전국 3200여개 영업점, 자산 153조 규모로 성정하며 대표적인 서민 금융 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55주년 맞은 새마을금고…비리‧갑질로 얼룩

하지만 지역 새마을금고 이사장들의 연이은 각종 비리와 갑질 논란이 계속해서 터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지난 3월 당선된 박차훈 새마을금고 중앙회장까지 선거 과정 중에 금품을 제공했다는 제보가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55년 간 쌓아온 공든탑이 무너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앞서 지난 1월 수원의 한 새마을금고에서는 이사장과 임원의 초법적인 행태가 드러나면서 공분을 산 바 있다. 이사장은 차명 계좌를 개설하고 부당이득을 취해왔고 전무는 직원들에게 강요와 폭언, 협박을 일삼아 온 것.

하지만 새마을금고 중앙회는 이 같은 사실을 알면서도 이사장에게는 가장 낮은 징계 수위인 경고를, 전무에게는 1개월 감봉 처벌에 그쳐 솜방망이 처벌 논란을 자초했다.

또한 경남 진주의 한 새마을금고에서는 이사장과 전무, 이사 등 6명이 공모해 수십개의 차명계좌를 개설하고 이를 통해 부당이득을 취해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새마을금고중앙회의 내부 감시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밖에 지난해 9월 인천의 한 새마을금고에서는 이사장이 부하 직원들에게 개고기를 구매해 삶으라고 지시한 일이 알려지면서 해당 새마을금고 이사장이 결국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 대전지역의 한 이사장은 아들의 채용 특혜와 횡령 의혹이 불거지는 등 새마을금고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 중앙회 회장까지 검찰 조사

이 같은 지역 금고의 일탈 행위에 이어 이번에는 박차훈 새마을금고 중앙회장이 의혹에 휩싸이면서 업계에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지역 금고를 관리 감독해야 할 중앙회의 수장이 부정 선거로 당선된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새마을금고에 대한 신뢰도는 추락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박 회장은 지난 2월 제17대 새마을금고중앙회장 선거가 치러지기 전인 지난해 전국 대의원에게 선물세트를 보낸 혐의로 5월 24일 피의자 신분으로 광주지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박 회장은 지난해 추석 대의원에게 접시 등이 포함된 선물을 보내는 등 선거를 앞두고 전국 대의원에게 선물세트를 보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3월 제17대 새마을금고중앙회 회장에 당선된 박차훈 회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새마을금고

박 회장은 선거에서 총 투표수 348표 가운데 199표(57.2%)를 얻어 당선됐다. 새마을금고 중앙회장은 전국 새마을금고 이사장 가운데 지역별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의원 348명이 온라인 투표를 통해 선출한다. 새마을금고는 그동안 상임직이었던 중앙회장을 이번 17대부터 권한이 축소된 비상임직으로 전환했다.

이번 조사는 선물세트를 받은 전남 지역 대의원이 중앙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선관위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관할 광주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 더구나 이번 선거는 새마을금고중앙회가 ‘공공단체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및 ‘새마을금고법’에 따라 중앙선관위에 위탁한 첫 선거였다.

‘신뢰회복’ 강조했지만…추가 혐의 가능성 조사

박 회장은 지난 3월 15일 취임식에서 “새마을금고가 회원으로부터 신뢰받는 금융기관, 사회로부터 존경받는 협동조직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소명”이라며 “주어진 4년 임기동안 새마을금고의 미래를 준비하며 새마을금고의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멋진 신기원을 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부정 선거 의혹이 불거지면서 이 같은 공약은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 더구나 박차훈 회장이 취임사를 통해 최우선 순위로 ‘신뢰 회복’을 강조하고 나섰지만 스스로 의혹에 휩싸이면서 새마을금고가 또 다시 믿음을 져버렸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선관위 의뢰 당시에는 별다른 내용이 없었지만, 대의원들을 조사하면서 추가로 나온 내용이 있어 이를 확인하고자 박 회장을 불러 조사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또 다른 혐의가 추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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