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노동+임금체계 왜곡…재량근로제 등 통해 후유증 줄여야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2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공무원들과 함께 노동시간 단축 현장안착 지원대책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민주신문=이승규 기자] 우리나라 기업 절반 가량이 도입하고 있는 ‘포괄임금제’가 장시간 근로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정부의 지침에 따라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장점도 있는 포괄임금제가 갑작스럽게 폐지되면 현장에 혼란이 불가피하다며 대안 마련을 요구하고 있어 이에 따른 파장이 예상된다.

18일 고용노동부는 정부가 빠르면 오는 6월 포괄임금제 오남용 방지를 위한 ‘포괄임금제 지도지침’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고용부 김왕 근로기준정책관은 최근 브리핑에서 “포괄임금제가 판례의 법리를 뛰어넘어 활용되면 안 되는 영역까지 무제한 활용돼선 안 된다는 점에 공감한다. 통일된 지침이 없기 때문에 통일된 지침을 마련하기 위해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언급된 ‘포괄임금제’는 연장·야간근로 등 시간외근로 등에 대한 수당을 급여에 포함시켜 일괄지급하는 제도다. 사업장에서 연장근로 등을 미리 예상하기 힘든 상황에서 추후 개별적으로 수당을 계산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계산해 사업주의 편의를 도모하고 근로자의 근로의욕을 높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처음 포괄임금제는 제도가 아닌 법원 판례를 통해 도입됐고 근로시간을 정확히 측정하기 어려운 업종에서 적극 활용됐으나 지금은 다양한 업종에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기업들이 수당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 악용하고 남용하는 사례가 늘어 근로자들이 야근을 하고도 제대로 수당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빈발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이에 노동계에서는 포괄임금제가 근로기준법에 규정한 법정수당의 산정방법을 편법 운영하는 관행으로 보고 원칙적으로 폐지돼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한인임 연구위원은 “포괄임금제는 장시간 노동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로 설계돼 기본권을 침해하는 문제를 갖고 있다. 장시간노동을 권장하고 임금체계 전체를 왜곡시키는 포괄임금제는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일각에서는 포괄임금제가 부정적인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제시되고 있다.

고려대 박지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포괄임금제가 장시간 노동 유인이라는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기업이 사무직 직원에 대해 일거수일투족 집중 감시를 하지 않고 어느정도 재량권을 줌으로써 창의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정부가 법위반만 강조해 규제하겠다는 것은 장점은 보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계의 한 관계자는 “포괄임금제는 제도안에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금지할 수도 없고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를 만드는 것도 어려운 일”이라며 “실제 일하는 시간에 맞게 임금을 주든지 근로시간을 좀 더 효율적으로 관리해서 약속한 시간내에 마치도록 하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또한 개발직 등 근로시간 총량으로 근무 성과를 판단하기 어려운 직종에 대해서는 재량 근로시간제도 등이 보완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근로시간이 곧 성과로 바로 연결되지 않는 직종의 경우 재량근로제를 활용해 명확하게 법적으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준비를 하는 게 기업에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재량근로시간제는 업무의 수행방법이 노동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는 연구개발, 디자인, 기사 취재 등의 업무에 대한 경우 사용자와 근로자대표가 서면으로 합의한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간주하는 실제로는 근로시간에 상관없는 근로시간 계산 특례제도다. 

사용자는 일정한 성과 목표만 노동자에게 제시하고 노동자가 어디서 어떻게 근무하는지는 상관하지 않고 결과물만 챙기면 된다. 재량근로시간제는 특히 연구개발이나 디자인, 기사 취재, 영화·방송 PD 등에 대해서만 특별히 인정하고 있다. 

박지순 교수는 “재량근로시간제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지만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는 재량근로시간제를 적용할 수 있는 업종이 적기 때문”이라며 “재량근로시간제 대상 업종을 확대하고 절차도 쉽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박 교수는 “포괄임금제는 법 위반의 혐의가 있으니까 규제할 수 밖에 없다 할지라도 재량근로시간제 등 유연근무제를 폭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보완제로써 고민하는게 지금과 같은 근로시간 단축시대에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이 아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정부는 유연 근로시간제도와 관련해 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현행 제도를 알리기 위해 매뉴얼을 제작해 배포할 계획이지만 제도 개선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왕 정책관은 “유연근무시간제 메뉴얼을 만들어 6월중에는 배포하려 작업하고 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경우 우리나라가 외국에 비해 굉장히 경직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유연한 부분도 있다. 사용 횟수 등의 제한이 없기 때문에 노사가 선택적으로 유연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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