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줄이고 무기계약직·소속외인력 대폭 증가...건강보험공단은 정규직 늘려

민주노총 공공비정규직 노조가 지난해 4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실태조사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조성호 기자] 지난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를 선언했던 문재인 정부에서 고용의 질은 오히려 더 악화됐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비정규직은 줄었지만 무기계약직과 소속외인력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으로, 이는 비정규직 감소가 이들 무기계약직과 소속외인력 증가로 이어진 ‘꼼수’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 후 첫 외부 공식 일정으로 인천공항을 방문해 “공공부문에서 좋은 일자리 81만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는데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전환하는 것도 포함된 얘기”라며 “정부와 공공부문부터 좋은 사용자가 될 것이고 임기 내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밝힌 바 있다.

9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에 따르면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공시된 국내 361개 공기업 및 공공기관의 지난 3월 말 현재 고용인원을 조사한 결과 총 45만6826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초에 비해 2만5746명(6.0%) 늘어난 수치다.

세부적으로는 비정규직이 22.1%(8295명) 감소했지만 무기계약직이 무려 48.3%(1만1371명)나 증가했으며 소속외인력 역시 12.1%(1만315명) 늘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정규직 증가율은 4.3%(1만2355명)였다. 이는 2016년도 증가율(4.2%, 1만1390명)과 거의 동일한 수준이다.

특히 한국마사회는 고용된 비정규직 10명 가운데 9명을 감축하고 이들 자리를 무기계약직으로 대다수 채운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마사회는 최근 1년 3개월 새 89.6%(2086명) 비정규직을 감축했지만 같은 기간 무기계약직 증가율은 무려 1072.8%(1883명)였다. 소속외인력 역시 4.2%(67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직도 0.1%(1명) 줄였다.

한국토지주택공사 역시 비정규직은 96.0%(1252명) 줄였지만 무기계약직과 소속외인력을 각각 278.2%(1215명), 124.1%(1080)나 증가시켜 정부 기조와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코레일테크 또한 비정규직을 85.1%(859명) 감축하는 대신 한 명도 없었던 무기계약직을 무려 539명이나 늘린 것으로 밝혀졌다.

같은 기간 비정규직이 가장 많이 감소한 상위 10곳 중 중소기업은행과 한국농어촌공사를 제외한 나머지 8곳 모두 무기계약직과 소속외인력을 정규직보다 더 많이 늘린 셈이다.

361개 조사 대상 가운데 무기계약직을 가장 많이 늘린 곳은 1883명에 달한 한국마사회였으며, 한국토지주택공사(1215명), 한국체육산업개발(799명)이 뒤를 이었다. 소속외인력의 경우 한국도로공사가 8950명으로 가장 크게 증가했으며, 인천국제공항공사(1823명), 한국토지주택공사(1080명) 순으로 나타났다.

이와 달리 정규직을 가장 많이 늘린 곳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1062명 증가했으며, 근로복지공간(786명), 한국철도공사(549명) 순이었다.

CEO스코어는 이에 대해 “결과적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공기업 및 공공기관 비정규직 감소가 정규직 증가로 이어지지 않고 무기계약직 및 소속외인련 증가로 이어진 셈”이라며 “이는 문재인 정부가 천명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기조와도 완전히 어긋난 결과”라고 꼬집었다.

한편 비정규직은 근로기간이 정해진 계약직과 일용직, 시간제 근로자를 말하며, 무기계약직은 기간을 정하지 않고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람을 뜻한다. 소속외인력은 파견, 용역, 하도급 등 직접고용을 통해 본사에 소속되지 않은 근로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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