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급 중증장애 인내와 끈기로 넘어…“서비스업 관심 갖고 진심으로 다가가면 문제없어”

권순미 스타벅스 송파아이파크점장. 사진=조성호 기자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커피 전문프랜차이즈 바리스타로 시작해 점장까지 오르기는 쉽지 않는 일이다. 일반인은 물론 장애자는 더더욱 어렵다. 특히 현장서 부딪히는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서비스업의 고충이자 운명이다.

이런 난관을 극복하고 청각장애인 최초로 점장에 올라 올해 장애인고용촉진대회에서 장애인 근로자 유공자로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한 이가 있다. 주인공은 국내 커피 전문프랜차이즈 업계 1위 스타벅스코리아에서 근무중인 권순미 송파 아이파크 점장(여ㆍ38세)이다.

그는 후천적 장애로 2세 때 고열로 인해 청신경 손상을 입어 2급 중증 청각장애를 안고 있다. 보청기를 해도 소리를 아주 작게 들을 수 있고, 입 모양을 통해 구화로 대화를 하는 정도다. 2011년 스타벅스가 업계 최초로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 바리스타를 선발할 때 공채 1기로 입사해 커피마스터, 바리스타 트레이너 자격을 취득하고 회사 창립 이래 처음으로 장애인 부점장에 이름을 올렸다.

12:1의 부점장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열성을 다해 집과 매장을 오가며 모든 노력을 했다. 그 결과 필기는 100점을 맞고, 면접에서는 발음과 프리젠테이션 등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이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별을 두지 않는 회사 정책 덕분에 가능했다. 장애를 안고 오르기 쉽지 않은 길을 걸어왔다.

이제는 부점장 시험을 통과한지 3년 만에 점장에 올라 매장을 책임지고 있다. 일선 매장을 더 거친 후 장애를 지닌 후배들을 가르치고 싶다는 그를 지난 25일 송파 아이파크점에서 만나 성공 비결을 들어봤다.

- 청각장애인 최초로 점장이 됐습니다. 소감과 앞으로 어떤 점장을 꿈꾸나요.

“점장으로 승진했을 때 심장이 두근거림으로 쿵쾅 뛰었어요. 한편으로는 점장으로서 책임감도 다가왔고요. 또 많은 분들이 서비스업종에서 청각장애인도 점장을 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 놀라신 것 같아요. 장애가 있어서 안 된다는 것 보다 조금 불편하고 다르기에 이해를 해주고, 배려를 해준 많은 사람들 덕분에 제가 이 자리에 섰다고 생각해요.

안주하지 않고 성장하며 발전하려 지속적으로 노력할 거예요. 소리로 100% 소통은 이뤄지지 않아도 진정성 있는 마음으로 모두 다 함께 갈 수 있는 점장이 되고 싶어요.”

- 점장 승진과 장애인 근로자 유공자 국무총리 표창 수상 축하는 많이 받았나요.

“많은 분들이 축하를 해줬어요. 우선 어머니께서 내 딸이어서 고맙다고 축하의 말을 건넸어요. 아버지가 6살 때 작고하시면서 홀로 저를 키우셨는데 이런 말을 들어 뿌듯했고요. 남동생도 같이 기뻐했고요. 또 지금 근무하는 송파 아이파크점 관리소장님과 알지 못하는 같은 청각장애인들로부터도 축하를 받았어요. 연락이 끊겼던 친구도 연락이 왔고요. 가장 기억에 남은 축하는 표창 수상 이틀 후 재일교포인 이승언씨가 일본에서 매장을 찾아와 수화로 기뻐한 것이에요.

가장 많이 들었던 축하의 말은 ‘점장님, 꽃길만 걸으세요.’ 그 이야기를 들으니까 울컥해지더군요. 입사 후 7년을 다시 생각해보니까 인내와 끈기의 길이었고, 많이 힘들었지만 그런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자리에 올 수 있었구나 싶었어요.”

- 처음 바리스타에 도전하기로 한 계기와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다면 공유해 주시죠.

“스타벅스 입사 전에는 중소 와인수입 회사에 다녔어요. 평소 드립식 추출 커피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스타벅스에서 장애인 바리스타를 모집하는 것이 2011년 당시 커피업계에서 처음이었고 바리스타의 일이 궁금해서 도전을 하게 됐어요.

노하우라고 특별한 것은 아니고 항상 고객에게 웃는 얼굴로 인사하고 스몰 토크(small talk)를 하면서 이 매장에서는 언제나 환영받고 있다는 것을 전달해 드린 것이라고 봐요. 또 부점장으로 근무를 할 때 이 같은 점을 강조하며 후배 파트너들과 지속적으로 소통을 하면서 그들의 역량을 키워주려고 했어요.

이렇게 하니 후에 직장 후배들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고요. 성실히 노력하면서 배우고자 하는 태도가 저의 역량을 키우게 했고, 다른 파트너에게도 동기부여가 됐던 것 같아요.”

- 올해 1월 1일 점장으로 승진해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나요.

“부점장이었을때는 점장과 수퍼바이저, 바리스타의 중간 입장에서 소통을 하고 업무적으로도 분산을 해서 일을 해왔는데, 점장이 되고 나니 점장으로서 파트너 관리, 매장 운영, 고객과의 소통. 무엇 하나 빠짐없이 관리를 하고 책임을 져야 하기에 긴장하며 근무하고 있어요. 시간이 너무 빠르게 지난다 싶을 정도로 정신없이 일을 하고 있지만, 제게 질문을 하고 저를 믿어주는 파트너 덕분에 보람을 느끼며 재미있게 일을 하고 있는 중이예요.”

사진=조성호 기자

- 점장이 되고 나서 가장 기억에 남거나 고마움을 전해주고 싶은 분들이 있나요.

“우선 어머니께 감사를 드리고 싶어요. 홀로 저와 남동생을 키우셨는데 점장이 되어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 자랑스러워요. 또 회사 장애인 전담 파트너에게도 감사 드려요. 장애인 전담 파트너 바리스타 때 만나 지금까지 저의 고충을 들어주고 응원을 해주셨던 분입니다. 제가 점장이 되어서 본인이 뿌듯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도 이 분에게 장애인 파트너도 동등하게 올라설 수 있다는 믿음을 저버리지 않은 것 같아 기뻤어요.”

- 청각장애를 가진 입장에서 근무하면 다른 바리스타가 모르는 어려움이 많을 것 같습니다. 어떤 어려움이 있으시고 자신만의 특별한 노하우가 있으신가요.

“겉보기에는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티가 나지는 않아요. 고객이 불렀는데 못 알아들어서 자기를 무시한다는 오해 있는 상황이 많이 벌어져요. 또 계산대 앞에서 만나는 고객의 목소리, 억양, 톤이 너무 다양해 못 알아들을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는 ‘제가 청각장애인이어서 고객의 주문을 못 알아들었어요. 다시 한번 말씀해주시겠어요?’라고 다시 부탁을 드리거나, 숏(short)과 톨(tall)사이즈의 입모양이 비슷해서 컵을 직접 보여드리면서 재차 확인해 주문의 오류가 없도록 하고 있어요. 때로는 표정을 읽고 응대하기도 하구요. 매 순간 최고의 커피를 제조해 눈을 마주치고 자신 있게 응대해 나가며 고객의 신뢰를 얻으려 하고 있어요.”

- 근무하면서 기억에 남는 경험이나 역경, 보람을 느낀 에피소드가 있으면 들려주시겠어요.

“현재 근무하는 곳이 스타벅스 입사 후 4번째 매장이에요. 몇 년 전 두 번째 매장인 올림픽공원점에서 바리스타로 있을 때 한 고객이 음료 잔을 던져 맞았어요. 먼저 왔는데 다른 고객에게 먼저 음료를 제공해서 화가 난 것이죠. 잘 안 들려 순서를 잘못 인지해 발생한 일이 벌어진 거예요.

당시 그 일이 있은 후 몰래 눈물을 훔쳤어요. 그 분은 제가 청각장애인을 것을 몰랐고, 몇 년 후에 다른 매장에서 그 고객을 만났을 때 ‘그때는 미안했다’며 사과한 일이 있어요. 고객을 상대하는 서비스직이라 겪는 어려움 중 하나죠.

2년 전 부점장으로 근무할 때는 외국에서 제 기사를 보고 찾아온 중년 남성 교포가 있었어요. 그 분은 한국에서 장애인의 차별이 심한데 어떻게 서비스업을 할 수 있을까 하고 많이 궁금해 하셨죠. 자신은 장애를 갖고 있는 자식이 걱정 되어 이민을 갔지만 모국에서 청각장애인 바리스타로 일하면서 관리자가 되는 모습을 보니까 너무 대견하고 기쁘다며 응원을 해 주셨어요.

일하면서 보람을 느낀 것은 가락시장점에서 제가 근무하는 것을 본 50대 후반 여성분이 일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응원해 주신 일이예요. 그분 아들도 청각장애인인데, 같은 장애를 지닌 제가 사회구성원으로서 좋은 모습으로 비춰진 것이죠.”

- 서비스직이 받는 스트레스도 상당할 것 같습니다.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어요.

“휴일이 되면 65리터의 배낭에 침낭, 텐트, 취사도구와 음식, 책을 싸서 휴양림이나 산에 다녀요. 조용한 곳에서 책을 보며 커피를 마시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제게는 가장 큰 휴식이죠. 여건이 안 될 때는 한강을 따라 사이클을 타면서 바람도 쐬고 운동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거나 집에서 화분을 돌보며 보냅니다.”

- 혹자는 청각장애를 가진 상태에서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것이 가능하냐고 반문하기도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러한 질문을 많이 받아요. 청각장애인이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게 가능하냐고. 그것은 편견 이예요. 원칙적인 얘기지만 서비스에 관심을 갖고 진심으로 고객을 친절하게 맞이하면 문제 될 것이 없어요. 자신의 노력에 따라 인식의 개선을 통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제가 이렇게 일을 하고 있는데, 다른 분들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동료 직원들이 서로 배려를 하고 고객도 이해를 해주는 부분도 큰 힘이 됩니다. 본인 노력도 많이 해야 하구요.”

- 스타벅스 점장이 되려면 시험과 면접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어려움을 감수하고 점장 직급에 도전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저도 처음에 장애가 있는데 ‘어떻게 할까’라 두려움이 있었어요. 그러다 장애인 신입 바리스타분들이 “스타벅스에서 장애인은 어디까지 승진을 할 수 있을까요?” 질문을 공채 1기인 제게 하면서 부점장 승진 시험에 도전을 하게 됐어요. 장애인도 노력을 하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요. 부점장 승진 준비를 할 때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한 적이 처음이었어요. 집과 매장만을 오가며 수 차례 밤을 새면서 시험 준비를 해 좋은 결과를 얻었죠.”

스타벅스 송파아이파크점. 사진=조성호 기자

- 스타벅스는 신입 장애인 바리스타를 지속적으로 공개 채용한 뒤 일선 매장에서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선배 입장에서 이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들려주시죠.

“스타벅스가 아닌 어느 회사에서이던 자기의 위치는 자기가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사람과의 관계, 업무적인 자신의 개발에 대한 것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죠. 처음 일을 시작해 아쉬운 부분은 없어요. 오히려 그런 경험이 바리스타의 마음을 더 헤아리고 있다고 생각하고, 매장 구석구석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해요. 처음에 속도는 더디고 느렸지만, 노력과 열정으로 꽉 찬 제 자신의 성장으로 인해 지금의 자리에 올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 저는 행복해요.”

-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장애인에게 갖는 편견이 존재합니다. 어떤 편견이 장애인을 힘들게 한다고 봐요.

“장애인이니까 안 돼. 느려...그걸 이해해줘야 할까? 이런 편견이 장애인을 힘들게 한다고 생각해요. 장애는 몸의 어느 한 부분이 불편한 것이지, 마음과 능력의 장애가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조금 느리고 답답해도 이해해주고 기다려 주는 배려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근무하면서는 때때로 일부 고객들로부터 받는 상처는 편견 없는 고객 때문에 치유 받는 것 같아요. 어떤 단골 고객은 제가 만드는 커피가 가장 맛있다고 칭찬해 주시고, 또 또 다른 고객 분은 장애인의 날인데 제 생각이 났다며 편지와 간식을 선물로 주시기도 해 힘이 납니다.”

- 이 시대 장애인 취업준비생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한다면요.

“저도 청각장애로 꿈이 없었어요. 대학 진학해서 장애 때문에 수업을 못 따라가고, 재미도 없었어요. 물론 자심감도 바닥이었고요. 처음부터 자신감이 있는 사람은 없어요. 다만 자신을 사랑하는 노력을 하면 자신감이 생기고, 자신에 대한 신뢰가 생기면서 자존감이 높아져요.

결국 타인의 평가에서 자유로워져야 자신의 꿈에 다가갈 수 있어요. 타인의 평가에 자유로운 사람은 자신의 일이 즐거울 수밖에 없고, 자신의 일이 즐거운 사람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계속 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한 가지를 성실히 계속하는 사람은 남들보다 잘할 수밖에 없고, 남들보다 잘하는 사람은 남들로부터 인정받게 돼요. 장애가 있다고 소극적인 마음으로 주춤거리다 놓치지 말고, 적극적인 마음과 긍정적인 자세로 먼저 도전하세요. 또 나 자신을 사랑하세요. 저도 장애를 넘어 최고의 바리스타가 되겠다는 초심을 잊지 않고,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더욱 정진할 거예요.”

한편 권 점장이 근무하는 스타벅스는 평생 직장을 목표로 차별 없는 승진 기회 부여하는 정책으로 중간관리자 이상 직급 46명의 장애인이 재직하고 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