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생산성 기업에 일감 몰아주는 구조가 생산성 저하의 원인...'자원배분 효율성' 보고서 눈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자원배분 효율성'이란 보고서를 통해 대기업집단의 일감몰아주기가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을 해치는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재벌가의 '일감 몰아주기'가 한국경제를 위협하는 요소라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9일 '기업집단을 중심으로 한 우리 경제의 자원배분 효율성 하락(이하 자원배분 효율성)'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제의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은 2011년 이후 연평균 1% 이하인 것으로 조사됐다.

총요소생산성은 주어진 노동과 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고 있는 지를 측정하는 지표로 생산가능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기업의 생산성 향상이 부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KDI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경제개발계획을 이론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연구소의 필요성에 따라 설립돼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한 ‘싱크탱크’ 역할을 해온 국책 연구기관이다. 그만큼 정부 정책수립에 기여하는 바가 크고 정부의 색채가 녹아있을 수밖에 없다.

이같은 현상은 이명박 정부 시절만 봐도 알 수 있다. 당시 이명박 정부는 정권 초기에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기조로 내세워 출자총액제한 해제, 종부세 완화, 법인세 완화 등의 정책을 펼쳤다. 이에 KDI는 친기업적인 연구 보고서를 발표하는 등 정부와 발을 맞추는 모습을 연출했다

KDI 보고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기업간 자원배분 효율성 감소가 총요소생산성의 감소의 원인으로 지목됐다는 점이다. 기업들의 자원배분 효율성이 하락하면서 전체 기업의 총생산성 증가율이 매년 낮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원배분 효율성은 생산성에 높은 기업에 얼마나 많은 자원이 투입됐는지를 측정하는데, 이 보고서대로라면 생산성이 낮은 기업에 일감이 집중되면서 전체 기업들의 생산성도 하락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기업들의 자원배분 효율성 하락은 2011년 이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대기업집단)'에서 두드러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업집단의 자원배분 효율성은 2010년을 기점으로 급격하게 하락했으며, 2015년까지 최대 11.9%p가량 줄어들었다. 

그 결과 해당 기업들의 총생산성 증가율은 2007년 이후 지속해서 감소했으며, 2015년에는 증가율도 2.4~3.6%로 축소됏다. 반면 독립기업 형태를 유지한 기업들은 총생산성 증가율이 감소와 증가를 반복했다. 

이에 따라 KDI는 대기업들이 생산성이 소유·지배구조의 차이 때문에 성장률에 차이가 발생하면 잘못된 자원배분으로 이어지고, 곧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률을 갉아먹게된다고 우려했다.

KDI가 19일 발간한 '자원배분 효율성' 보고서 내용. 출처=KDI 누리집 갈무리

또한 대기업집단 소속기업들의 경우 경직성이 강화돼 경제의 역동성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생산성이 낮지만, 대기업집단에 속한 생산성이 낮은 기업들이 시장에 더 오래 머무르게 되면서 자원배분 효율성을 떨어뜨리되고 이것이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는게 KDI보고서의 핵심이다. 

KDI는 이와 관련 "지주회사 제도를 정비해서 기업집단 소속 기업들을 성장할 수 있도록 개정해 자원배분 효율성이 하락하게 되는 상황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지배주주의 과도한 지배력 행사로 대기업집단 소속의 기업들이 비효율적인 자원배분을 할 경우, 지배주주에게 실질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다양한 규제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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