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FN executive 부사장

“한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안희정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방송에 출연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했다.” 어느 날 저녁, 박인환의 절창(絶唱)<목마와 숙녀>에 결례를 범하는 우를 저지르고 말았다. 뭐라 말할 수 없는 당혹감 때문이었다.

지인들과 술좌석에서 연일 펑펑 터지는 ‘Me too’를 화제삼고 있었다. ‘미투’가 시대정신이라며 자조섞인 말을 하던 중에 카톡 벨이 울렸다. “안희정, 끝났어~”. 믿을 수가 없었다. 정파에 대한 호불호에 거리를 두고 있었던 필자는 안 지사만큼은 공개적으로 신뢰의 지지를 보내왔던 터였다. 

‘도대체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명제가 망치처럼 머리를 때렸다. 술이 확 깨고, 가슴은 텅 비고, 끝모를 허무감이 온몸을 감싸고 옥죄었다. 그때 눈 앞에 어른거리는 단어 하나가 있었다. ‘신독(愼獨)’이다. 홀로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그러짐이 없도록 몸가짐과 언행을 바로 해야 한다는 바로 그 단어.

필자는 주제 넘게도 몇 차례 신독에 관한 글을 쓴 바 있다. 필자의 졸저(拙著)에는 8가지 의 주제를 다루고있는데 신독을 맨 처음 순서에 위치시켜 비중을 달리했다. 또한 중앙일간지와 NGO 단체가 발행하는 매체에 신독 칼럼을 기고한 바 있다. 그럴 때마다 걱정 어린 충고 또한 많이 받았다. 

우선 내가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깜냥이냐는 것과 나중에 그것이 부메랑(boomerang)으로 돌아와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없는데 겉보기에도 먼지가 수북한 내가 그런 말을 하니 지인들의 아우성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물론 신독을 거론하게 된 이유는 오로지 나의 반성과 참회 차원이었다.

오늘 날 신독은 선택이 아닌 적극적으로 도전해야 하는 필수 가치가 되었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우리 모두는 어항 속의 금붕어와 다름없다. 핸드폰, CCTV, 블랙박스, 각종 SNS 등이 우리를 노려보고 있다. 내 왼손이 하는 일을 다른 사람의 오른손도 알게 되는 형국이다. 신독을 실천하는 것 이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다. 양심적인 삶을 연습한 사람만이 경쟁력 있게 살 수 있다. 거짓말은 잠시의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결국에는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는 지름길이다. 어찌 손바닥으로 하늘이 가려지겠는가?

신독의 삶은 자유의 삶이다. 반면에 대단히 무거운 책임의 삶이기도 하다. 솔직히 필자도 신독을 거론할 때마다 큰 걱정을 한다. 이러한 글을 남기는 것은곧 큰 책임을 남기는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큰 부담이 따르더라도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 정도의 길을 가는 것이 행복의 길이기 때문이다.

안 지사의 추락은 우리사회에서 이른바 방귀 좀 뀐다는 사람들의 권력형 성폭력이 만연해 있다는 사실을 거듭 일깨워주고 있다. 법조계와 문화예술계, 교육계, 종교계 등 분야를 가릴 것 없이 확산되고 있는 미투 운동이 이를 웅변하고 있다. 이 모든 충격과 분노에 대한 답도 역시 신독이다.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에 하나를 더해야 한다. 바로 이 말이다. “문제는 신독이야.”우리모두 신독이라는 멋진(?) 고행의 길을 걸어가자. 일찍이 <수상록>의 몽테뉴도 이런 말을 남겼다. “혼자 있을 때에도 부끄럽지 않게 행동하는 것이야말로 최상의 생활이다.”이처럼 신독은 동서고금의 가림이없는 자기브랜드 관리의 핵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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