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재무부담 확대 유동성 부담, 모기업 금호홀딩스 中HNA 구조조정에 긴장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재무부담에 따른 유동성위기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서종열 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내우외환의 위기에 빠졌다. 그룹의 돈줄이 말라가고 있어서다. 

6일 재계에 따르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현재 그룹 전체가 유동성 부담에 휘청거리고 있다. 그룹의 돈줄 역할을 했던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도가 하락하면서 자산유동화증권(ABS)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아시아나항공은 낮은 신용등급과 재무부담으로 인해 은행권과 공모채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여기에 그룹의 지주회사인 금호홀딩스에 지난해 1600억원의 자금을 지원했던 중국 하이난항공그룹(HNA그룹)이 유동성 경색 우려가 불거지면서 최대 10만명에 가까운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이에 따라 HNA그룹이 보유 중인 1600억원대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매각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내우외환의 위기상황을 맞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일단 차분하게 상황을 정리하고 있다. HNA그룹과는 기내식사업 합작법인 '게이트고메코리아'를 설립해 오는 7월부터 정상적으로 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또한 아시아나항공의 재무부담 역시 시간이 갈수록 낮아질 것이라며 금융권의 우려를 일축했다. 

구조조정 나서는 HNA그룹, 금호홀딩스 BW 처분할까

금호아시아나그룹을 향한 위기의 첫번째 신호탄은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쏘아졌다. 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HSCMP)가 "하이난항공과 힐튼호텔을 소유한 HNA그룹이 인적자원 관리, 경영지원, 자산 구조조정 등의 분야에서 최대 10만명의 직원을 해고할 것"이라고 보도했기 때문이다. 

HNA그룹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나선 이유는 유동성 때문으로 알려졌다. HNA그룹의 2017년 말 기준 총 부채는 무려 1조위안(한화 170조원)으로 추정되는데, 이중 올해 1분기에만 약 650억위안(한화 11조원)의 부채를 상환해야 하는 처지다. 이와 관련 HNA그룹은 채권단에 최소 150억위안(한화 2조5000억원)의 자금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지방항공사 중 하나였던 HNA그룹은 도이체방크, 힐튼호텔 등 해외기업을 인수합병하며 덩치를 키워왔다. 지난해 초에는 금호아시아나그룹과의 전략적 시너지를 위해 금호홀딩스가 발행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 1600억원을 사들였다. 2016년에는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사업을 전담하게 될 합작법인 '게이트고메코리아'를 설립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 정부가 자본유출 통제에 나서면서 HNA그룹의 유동성이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HNA그룹은 도이체방크 지분을 비롯한 해외 부동산 등을 매각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항공업계는 유동성 위기에 빠진 HNA그룹이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시아나항공은 기내식사업법인 '게이트고메코리아 유한회사'의 지분 40%를 533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지만, HNA그룹의 유동성 문제가 이어질 경우 계약이 무산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분취득 예정일은 오는 7월1일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 아시아나항공은 중국 HNA그룹과 기내식 합작법인 '게이트고메코리아 유한회사'를 설립하고 오는 7월1일부터 영업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HNA그룹이 유동성 경색에 따른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신규 기내식사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게다가 HNA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의 모기업인 금호홀딩스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1600억원 어치를 보유 중이다. 유동성 위기로 자산매각에 나선 만큼 금호홀딩스의 BW를 다른 회사에 매각할 가능성도 높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현재 HNA그룹과 관련해 특이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재무부담에 휘청대는 아시아나항공, 유동성 회복 가능할까. 

HNA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외부의 고민거리라면,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도 하락은 내부 우환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신용평가가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을 BBB(부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상황에서 최근에는 자산유동화증권(ABS)에 대한 우려감도 커지고 있어서다.  

ABS는 대출채권, 매출채권, 부동산 등 기업이 업무상 보유한 자산을 증권형태로 전환해 자금을 조달하고, 해당자산으로부터 발생하는 현금흐름으로 발행증권의 원리금을 상환하는 증권이다. 현재 한신평은 아시아나항공의 항공운임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ABS의 등급으로 BBB+(sf)를 책정했다. 신용등급보다 2단계나 높은 등급이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의 영업지속 가능성이 점차 낮아지고 있어 이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ABS는 기업운영 과정에서 발생되는 채권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영업의 지속가능성이 중요한데,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항공산업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영업지속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게 신용정보업체들의 분석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유동화 차입금 규모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자료:한국신용평가

특히 신용평가업체들이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을 현재보다 한 단계 더 내릴 경우 아시아나항공의 항공운임을 기초로 한 ABS는 신탁조기지급사유가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매출채권 회수액으로 ABS원리금을 우선 상환해야 하는데, 원리금 전부가 상환될때까지 매출채권 회수금이 아시아나항공에 유입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아시아나항공은 10여년 전부터 ABS 발행규모를 급격하게 늘려왔다. 재무 상황이 악화되면서 신용등급이 하락했고, 이로 인해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지자 결국 ABS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ABS 미상환 잔액만 무려 1조2740억원에 달할 정도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최근에도 항공기 구매에 대규모의 자금을 소요했으며, 항공산업 분야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재무구조 개선이 단기간에 이뤄지기 어려운 점이 많다"면서 "영업실적에 따라 ABS를 비롯한 유동성 위험이 높아질 수 있는 만큼 보유자산 매각 및 임대, 외부에서의 자본 확충을 통해 재무안정성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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