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비용과 맞먹는 막대한 복원 예산에 정부와 강원도 모르쇠 일관

녹색연합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키장이 있는 가리왕산이 공사 과정에서 복원이 철저히 외면된 채 광범위하게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녹색연합과 산림청에 따르면 강원도가 내놓은 가리왕산 복원 계획은 반려됐고 복원 전담 기구나 조직조차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민주신문=이승규 기자] 백두대간의 중심 강원도 산골마을을 뜨겁게 달궜던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은 역대 최대의 흥행으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남북 단일팀을 통한 평화올림픽 실현 등 세계의 뜨거운 갈채를 받으며 지난 25일 그 성대한 막을 내렸다. 

조직위는 오는 3월9일부터 3월18일까지 개최되는 동계 패럴림픽이 남아 있지만 이번 올림픽의 5대(문화, 환경, 경제, 평화, ICT) 목표 중 가장 우선시했던 탄소 제로를 목표로 한 환경정책들은 성공적이라는 자체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이번 평창올림픽의 알파인 경기가 열렸던 정선 가리왕산 자연자원의 훼손과 복원은 두고두고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단체들과 강원도민을 비롯한 국민들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환경과 스포츠와 문화를 올림픽의 3대 정신으로 선언했다. IOC는 2000년부터 올림픽 개최 희망 도시를 신청할 때 개최 도시의 환경 관련 계획을 제출하도록 의무화했다. 

환경올림픽의 효시는 1994년 노르웨이 동계릴레함메르대회 때부터다. 2010년 캐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는 버려진 폐목재로 지어진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이 환경올림픽의 모범이 됐다.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 동계올림픽때는 주택거주지역 인근과 희귀 습지를 훼손하고 경기장을 건축해 동계올림픽 역사상 최악의 환경재난올림픽이라는 오명도 남겼다.

27일 강원도와 평창조직위원회 등은 평창올림픽은 역대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탄소 배출 제로를 실천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이번 올림픽을 통해 강원도는 녹색성장을 선도할 산업인프라도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평창올림픽은 건설·교통·숙박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159만t은 자체 노력으로 감축하거나 외부로부터 배출권을 기부받아 상쇄시켜 제로화했다. 경기장 건설에 친환경 자재를 사용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통해 전체 배출량의 25.4%인 40만5000t을 줄여 저탄소 올림픽을 실천했다고 발표했다. 

더불어 평창 슬라이딩센터와 강릉 아이스아레나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등 신설된 6개의 경기장은 태양광과 지열 등 에너지 효율이 높은 건축물로 지어졌다. 다른 경기장들도 설계부터 시공 유지관리 등 전체 공정에서 자체 에너지 소모량의 12%를 감축하며 친환경 건축물 인증까지 받았다. 탄소배출권은 거래가 가능한 국내외 공공기관과 민간 기업 등을 통해 배출권을 기부받아 상쇄시키며 탄소 배출 제로화를 추진했다.

또한 1990년대까지 강릉 지역 쓰레기 매립지로 사용된 대지에는 아이스아레나 등 주요 빙상경기장들을 지어 올림픽파크로 변신했으며 근방에 경포호수와 경포대, 녹색도시체험 시설이 인접해 있어 환경올림픽의 상징성에 부합했다.

대회 기간 한전에서 무상 지원받은 전기차 152대를 투입해 환경올림픽을 실천했고 올림픽 개최도시인 평창, 강릉, 정선 지역에는 27대의 전기자동차 충전기가 설치됐다. 영동고속도로 휴게소 곳곳에는 환경부 주관으로 급속 전기차 충전기가 다른 고속도로보다 우선해 준비됐다.

식수 공급도 맑은 물 공급을 위해 전용 저수지(194만t)를 만들고 취수장과 정수장을 하루 4000t에서 1만t 용량으로 증설했다. 강릉 아이스아레나 등 2개 빙상경기장에는 빗물 재활용 시설과 절수형 수도꼭지를 설치했다. 생태계 회복을 위해 2012년부터 멸종 위기 1급인 장수하늘소, 산양, 멸종 위기 2급인 열목어, 구렁이 등 동물 4종에 대한 증식과 복원에 나섰다. 

현재 환경 훼손과 복원의 어려움으로 논란이 된 정선 알파인스키장도 경기장 설계에서 남녀 코스를 별도로 건설하려던 당초 계획을 접고 하나로 통합했으며 스타트 지점도 당초 중봉(해발 1420m)에서 하봉(1370m)으로 정하면서 산림 훼손을 33㏊에서 23㏊로 30% 줄이는 효과도 얻었다고 조직위는 발표했다.

또한 조직위는 동식물 서식처가 최대한 보전될 수 있도록 주요 군락지 7곳을 우회하며 건설했으며 훼손된 산림 면적의 2배 이상을 산림유전자보호구역으로 대체 지정(584㏊)하고 백두대간 훼손지역 대체림 조성과 경기장 진입도로 주변에는 경관림(500㏊)도 조성했다고 발표했다. 더불어 대회 이후 환경영향평가에 따라 산림의 55%는 다시 복원한다는 계획까지도 약속했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보호받던 가리왕산의 천혜의 원시림을 불과 6일간의 동계올림픽과 2일간의 패럴림픽 알파인스키 경기를 위해 복원이 불가능할 만큼 훼손했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우리 후손에게 물려줄 축구장 66배 넓이의 달하는 소중한 천혜의 원시림을 돌이킬 수 없는 깊은 생채기를 남겼다는 것이다.

알파인스키 경기가 펼쳐진 가리왕산 하봉부터 건설된 폭 55m 길이 2850m의 스키 슬로프는 2m 깊이로 흙의 맨살을 파고 얼음으로 다져졌으며 그 자리를 지키던 수백년 묵은 수만 그루의 천연산림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또한 희귀종으로 불리는 사스레나무와 거제수 그리고 자연스레 교배된 아름드리 왕사스레나무등은 베어지고 개벚지나무와 사시나무의 남한 최대 군락지도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크게 훼손됐다. 

현지에 자생하는 주목과 신갈나무, 사스레나무 등 200여 그루는 이식 대상 수목으로 정해 옮겨놨지만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대부분 고사해 복원을 약속한 정부의 생태 복원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회의가 느껴질 정도다.

정선 알파인스키장은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떠나 구체적인 복원계획이 마련됐어야 했지만 정부와 강원도는 복원에는 관심이 없고 알파인 스키장 건설 비용과 맞먹는 막대한 복원예산에지금도 서로 눈치만 보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정부와 강원도의 환경에 대한 외면에 녹색연합 등 환경단체들은 평창동계올림픽 개막과 함께 “2018년 평창은 현대 올림픽 역사상 가장 참혹하고 가장 반환경적인 올림픽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 때문에 최소한 가리왕산 복원 약속만이라도 지켜내야 한다”며 성명서까지 발표했다.

정규석 녹색연합 정책팀장은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대회를 열었던 일본은 대회를 위해 스키 슬로프를 건설하며 자연을 크게 훼손한 뒤 생태복원센터까지 만들어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복원작업에 나서고 있다”며 “이제는 우리나라도 가리왕산 등 자연자원의 복원과 함께 정부와 강원도가 펼쳐 온 각종 환경올림픽 정책들이 일회용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줄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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