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0일 개막 올해 주제는 ‘귀향’...화해와 미래 메시지 전달

윤이상 작곡가

[민주신문=양희중 기자] “윤이상의 귀향이 화해와 미래에 대한 메시지를 던지기를 바란다”

올해 ‘2018 통영국제음악제’의 주제는 ‘귀향’(Returning Home)이다. 매년 동양의 나폴리 통영에서는 이곳이 낳은 세계적 작곡가 윤이상을 기리는 통영국제음악제가 개최된다. 봄의 시작을 알리는 전령사처럼 올해도 변함없이 오는 3월30일부터 4월8일까지 통영국제음악당과 통영시 일원에서 ‘2018 통영국제음악제’가 펼쳐진다. 

27일 서울 용산구 독일문화원에서 열린 ‘2018 통영국제음악제’ 간담회에서 통영국제음악재단 대표 플로리안 리임은 “‘2018 통영국제음악제’가 고향, 고국, 정체성에 대한 경의를 표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상처 입은 용’이라고 수식할 만큼 삶의 굴곡이 높고 깊었던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의 유해는 통영 무전동 통영추모공원 내 공설봉안당에 임시 안치됐다. 

그는 독재정부가 조작한 1967년 ‘동백림 간첩단 사건’에 연루·수감되면서 원치 않은 ‘원조 블랙리스트’가 돼 버렸다. 동료 예술가들의 탄원 등에 힘입어 수감생활에서 풀려나 독일로 돌아간 윤이상은 1995년 베를린에서 영면할 때까지 그토록 그리워하던 고국 땅을 밟지 못했다.

베를린 윤이상 묘소

그렇게 고국을 떠난 지 49년 독일 베를린 가토우 공원묘지에서 영면해 있었던 윤이상의 유해는 타계한 지 23년 만에 그가 평생토록 그리워 했던 고향 통영으로 돌아왔다.

지난 23일 독일 현지 이장식에 참석했던 리임 대표는 “지난 금요일(2월23일)은 유럽에 있는 윤이상 친구들에게도 역사적인 날이다. 윤이상에게 베를린은 ‘제2의 고향’이었다. 독일에 머무르는 동안 큰 성공을 거뒀고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윤이상을 추모했다.

윤이상에게 한국은 늘 혼자만의 짝사랑이었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일제 저항운동을 하고 6·25 동란을 겪은 뒤 조국에 의해 추방당한 그에게 한국은 한번도 자유로운 나라가 아니었다. 

1972년 독일 뮌헨올림픽의 축전 오페라를 써 달라는 제의를 받고 한국적인 이야기 ‘심청’ 등으로 한국 공연을 준비했으나 당시 독재정권에 의해 번번이 무산됐다. “그럼에도 윤이상 선생은 탄압과 한반도 자유와 화해를 위해 싸웠다”고 리임 대표는 술회했다. 

‘통영국제음악제’는 통영에서 태어난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의 음악적 혼을 기리기 위한 음악제다. 2000년 통영문화재단과 국제윤이상협회가 함께 주최한 통영현대음악제를 모태로 2002년부터는 통영국제음악재단 위주로 재편됐다. 

이번 통영국제음악제 프로그램 곳곳에는 귀향 자체와 윤이상의 귀향이 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리임 대표는 “프로그램을 짜면서 고향과 정체성 부분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요즘은 고향의 뜻이 희석됐다. 이중국적자, 난민 문제 등으로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다. 전쟁, 정치적인 문제 때문이기도 한데 고향이라는 의미가 예전과 바뀌었다. 이번에 우리의 고향, 돌아가야 할 곳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선보이고 싶었다”는 것이다. 

이런 의미는 프로그램에도 반영됐는데 3월31일 독일의 보훔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들려주는 말러 교향곡 9번은 “결국 우리가 돌아가야 할 곳에 대한 연주”라고 했다. 

하노버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4월5일 연주하는 관현악 모음곡 ‘낙동강의 시’는 1950년대 6.25 전쟁 중 부산에서 음악 교사를 하며 작곡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세계 초연이다. 리임 대표는 “윤이상이 고향에 대해 기억하는 것이 담겼다”고 말했다. 

개막 공연 당일인 3월30일에는 고향 통영을 그리워한 윤이상이 조국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직시한 작품 ‘광주여 영원히’를 보훔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연주한다.

3월30일 통영국제음악당 블랙박스에서 진행되는 뮤직 시어터 ‘귀향’(연출 루트거 엥겔스)에서는 트로이 전쟁 후 오랜시간의 시련과 고난을 겪고 고향에 돌아온 오디세우스(율리시스)와 살아 있는 동안에 고향에 돌아오지 못한 윤이상의 인생 여정이 교차된다. 

이 공연에 참여하는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이수자 박민희는 “윤이상 선생님이 갖고 계신 예술관을 조금이나마 이어갈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윤이상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지만 귀향과 맥락이 맞닿은 곡은 여러곡이다.  베네비츠 콰르텟이 4월6일 연주하는 슬라보미르 호르진카의 ‘이민자의 노래’가 대표적이다. 리임 대표는 “내가 어디서로부터 왔는지 정체성으로부터 열망이 담긴 곡”이라고 소개했다. 

4월8일 폐막공연에서 크리스토프 에센바흐가 지휘하는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드보르작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도 이번 공연의 주제와 같은 맥락에 있다. 리임 대표는 “‘신세계로부터’는 미국적인 색채를 담고 있다지만 체코 사람인 드보르작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더불어 리임 대표는 “소규모로 작은 의식을 치르고 대중에게 오픈해서 헌화 등을 할 수 있게끔 할 것”이라면서 “윤이상의 정신을 기릴 수 있는 무대도 계획”이라고 전했다. “아티스트가 세상을 바꾼다거나 변화를 일으킬 수는 없어도 대화를 시도하는 힘은 있다고 생각한다. 윤이상이 그런 존재로 남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윤이상의 유해는 오는 3월30일 통영국제음악당 내 동쪽 바닷가 언덕에 조성되는 추모지에 안장될 예정이다. 

한편, 이번 통영국제음악제에는 특별한 게스트가 눈에 띄는데 바이올린 거장 정경화와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올림픽 찬가를 불르며 세계적인 디바로 떠오른 소프라노 황수미, ‘2017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등도 출연한다. 

플로리안 리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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