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론 1위 급성장, SM·JYP·빅히트 손잡고 음원사업…인공지능·5G·블록체인 미래기술 융합

SK텔레콤이 5년만에 음악 사업에 재진출한다고 밝혔다. 사진=민주신문DB

[민주신문=조성호 기자] SK텔레콤의 빛바랜 복귀는 성공할 수 있을까. SK텔레콤이 5년만에 다시 음원사업에 진출한다.

SK텔레콤은 지난달 31일 SM‧JYP‧빅히트 등 대형 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연내 음악 플랫폼 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2013년 멜론 매각 이후 음원 서비스 시장에 재도전을 선언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재진출 발표에 대해 통신 요금제 인하 압박에 따른 새로운 수익 모델 필요성 증가와 더불어 인공지능(AI) 스피커의 핵심 콘텐츠로서 음악이 제격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SK텔레콤은 이동통신 3사 중 가장 먼저 ‘누구’ 인공지능 스피커를 선보였지만 여기에 탑재할 자사의 음원 플랫폼이 없다는 것이 약점으로 지적받아 왔다. KT와 LG유플러스는 ‘지니뮤직’을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이 같은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수단으로 국내 디지털 음원 시장에서 15%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3개 엔터테인먼트와 협업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이와 함께 자회사인 아이리버를 통해 이들의 콘텐츠를 멜론과 지니 등 음악 플랫폼 사업자는 물론 신나라, 핫트랙스 등 음반 도소매업체에도 공급할 방침이다. 3개 엔터테인먼트의 음반시장 점유율은 5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싸이월드‧네이트온 이어 멜론까지 '실패'

SK텔레콤의 이 같은 사업 재진출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기업 입장에서는 한번 철수했던 시장에 다시 되돌아온다는 것은 결국 잘못된 결정이었음을 자인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2005년 당시 멜론을 운영 중이던 서울음반(현 로엔엔터테인먼트)의 주식 43.33%를 127억원에 인수하며 음악 사업에 첫 발을 내딛었다. 이후 멜론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월정액 스트리밍 서비스를 선보이며 대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공정거래법이 발목을 잡았다. 공정거래법은 손자회사가 증손자 회사를 가지려면 지분 100%를 보유하도록 의무화하고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2년안에 증손자 회사의 지분을 팔아야 한다.

이에 SK텔레콤은 로엔의 지분을 100% 인수하거나 아니면 매각해야 했지만, 후자를 택하면서 15%의 지분만을 남기고 홍콩계 사모펀드인 스타인베스트먼트에 2659억원에 지분을 넘겼다.

이후 카카오가 2016년 스타인베스트먼트가 가지고 있던 지분 76.42% 전량을 1조9000억원에 로엔을 인수하면서 동반 매도 청구권을 행사한 SK텔레콤 역시 남은 지분 15%를 카카오에 양도했다.

당시 SK그룹은 멜론이 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매각 결정을 내릴 수 있었지만, 이는 결국 디지털 음원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예측하는데 실패한 셈이 됐다.

특히 SK텔레콤은 싸이월드나 네이트온 등 큰 인기를 얻었던 서비스를 개발해 놓고도 모바일 플랫폼화에 실패하면서 시장에서 퇴출당한 바 있다. 이어 멜론까지 놓치면서 ‘마이너스의 손’이라는 불명예까지 얻게 됐다.

싸이월드와 네이트온은 현재 페이스북과 카카오톡과 같은 글로벌 서비스로의 가능성이 열려있었지만 SK텔레콤의 소극적인 대처로 인해 결국 실패한 사례로 남게 됐다.

협약식에 참가한 JYP 정욱 대표, 빅히트 방시혁 대표, SK텔레콤 노종원 유니콘랩스장, SM 김영민 총괄사장(왼쪽부터). 사진=SK텔레콤

멜론의 아픔, 극복할 수 있나?

SK텔레콤이 놓친 멜론은 지난달 기준 음원 시장 점유율 40%를 넘으며 독보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리서치회사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멜론의 월간 순방문자는 458만명으로 전체 1143만명 중 40.1%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멜론 인수전 선보였던 카카오뮤직도 104만명(9.1%)의 방문자 수를 기록해 카카오의 음원 시장 점유율은 5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SK텔레콤 자회사 SK테크엑스가 선보인 뮤직메이트 무제한 스트리밍 요금을 월 900원에 판매하는 등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했지만 5.6%의 시장점유율에 불과했다.

SK텔레콤은 신규 음원 플랫폼에 인공지능과 5G, 블록체인 기술 등을 도입해 멜론과의 차별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또한 인공지능 플랫폼 ‘누구’와 연동해 음성인식 스피커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의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5G를 통해 AR‧VR 등 미래 영상 기술을 활용해 ‘보는 음악 콘텐츠’ 개발도 추진한다.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해 음원 저작권 보호와 거래 기록 투명화 등에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블록체인이 도입되면 거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창작자에게 그만큼 돌아갈 수 있어 권리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노종원 SK텔레콤 유니콘랩스장은 “국내외 다양한 음악 및 기술 관련 업체들과 열린 마음으로 협력할 것”이라며, “국내에서 소모적인 경쟁은 지양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음악 콘텐츠가 더욱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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