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70억원 대 환치기·원정투기 적발…부산에선 20대 대학생 극단적 선택
정부 가상화폐 컨트롤타워만 4번째 교체…부처 간 규제 논의도 엇박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실에서 1월 31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조성호 기자] 가상화폐에 투자한 20대 대학생이 거액을 잃고 자살한 안타까운 사고가 알려지면서 가상화폐가 사회적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특히 최근 가상화폐를 이용한 환치기 및 원정투기 사범들 역시 무더기로 적발되는 등 가상화폐 범죄가 두드러지고 있지만, 정부가 ‘오락가락’ 대책을 내놓으면서 가상화폐에 대한 시장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일 부산진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오전 7시50분쯤 부산의 한 주택에서 A(20) 씨가 방 안에서 숨져 있는 것을 A 씨의 어머니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유족들은 경찰 조사에서 A 씨가 최근 가상화폐 투자 실패로 크게 낙담했다고 진술했다.

서울지역 명문대학 2학년에 재학 중인 A 씨는 지난해 상반기 휴학을 하고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와 10월부터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했다. A 씨는 한때 2억여원까지 금액을 불리는 등 투자에 성공했지만 지난해 말부터 가상화폐 가치가 폭락하면서 대부분을 잃은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지난달 31일 관세청은 가상화폐 등을 이용한 무등록외국환업무(환치기)와 원정투기 등에 대한 특별 단속을 벌여 총 6375억원 상당의 외환 범죄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관세청에 따르면 가상화폐 관련 불법 거래 규모는 총 1770억원에 달하며, 적발된 거래 중 환치기는 총 4723억원이다. 이중 가상화폐를 이용한 송금액은 118억원이었다.

또한 가상화폐를 구매할 목적으로 해외에 예금을 개설한 뒤 이 같은 사실을 신고하지 않고 무역대금 명목으로 1647억원을 해외로 반출하고 페이퍼컴퍼니에 5억원을 은닉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국내에서 해외 가상화폐 구매를 위한 은행 송금이 어려워지자 해외에 가짜 회사를 세워 무역 계약 대금 명목으로 돈을 보낸 것. 소프트웨어 구매 등을 명목으로 1600억여원을 신고하지 않은 채 송금하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이 같은 원정투기는 여행경비와 무역대금 등의 명목으로 반출한 고액의 현금으로 태국, 홍콩 등지에서 가상화폐를 구매 한 뒤 국내로 전송한 뒤 이를 판매해 차익을 실현하는 수법이다.

이는 같은 가상화폐라고 해도 국내에서 거래되는 가상화폐가 30% 가량 비싸 차익을 남길 수 있기 때문으로,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신종 투기행위다. 특히 가상화폐가 전자지갑을 통한 해외 익명거래가 가능한 특징을 악용했다.

부처 간 엇밧자에 컨트롤타워 부재까지

이처럼 가상화폐로 인해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신종 범죄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들이 적잖이 발생하고 있지만, 정부의 규제 대책은 오락가락하고 있어 가상화폐에 대한 명확한 대책 수립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1일 “가상화폐를 없애거나 탄압할 생각은 없다”고 말해 정부가 그동안 내놓은 가상화폐 대책이 부실하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 됐다. 그동안 정부가 가상화폐를 투기로 보고 거래소 폐쇄와 같은 강경 규제 대책을 내놓은 것에서 한 발 물러선 입장을 보인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가상화폐 투기 근절을 위한 특별대책을 발표하고 거래실명제 도입과 더불어 신규 투자자 진입을 한동안 금지한 바 있다. 또한 가상화폐 거래소에 가상계좌를 개설해 준 시중은행들에 대한 현장점검을 실시한 바 있으며, 가상화폐 거래소의 불법행위 여부도 집중 조사했다.

특히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거래소를 통한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말하면서 사실상 거래소를 폐쇄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박 장관 발언 이후 비트코인 등 대부분의 가상화폐 시세는 큰 폭으로 떨어지며 혼란을 빚었다.

더구나 박 장관의 거래소 폐쇄 발언에 대해 청와대와 국무조정실에서는 이를 부인한 반면,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김 부총리는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하는 등 정부 부처 사이에서도 혼선을 빚고 있다.

이 같은 계속되는 오락가락 대책에는 정부의 가상화폐 컨트롤타워 부재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은 3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기획재정부가 지금이라도 부처 간 엇박자 정리에 나서달라”고 지적한 것.

김 부총리는 이에 대해 “(가상화폐 컨트롤타워를) 경제 문제를 총괄하는 기관이 하는 것이 좋지 않나 하는 게 우리의 생각”이라고 답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원회를 시작으로 한 가상화폐 컨트롤타워 역할은 법무부, 국무조정실에 이어 기획재정부에서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4번째 새로운 컨트롤타워가 세워지는 셈이다.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이사는 “일주일에 한번 꼴로 대책이라면서 발표하는데 국민들이 혼란을 느끼고 정부 정책을 신뢰할 수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 역시 “정부와 투자자들 사이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럽다”며 “정부의 정책 방향이 정확하게 나올 때까지는 섣불리 움직이기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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