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자대표회의 경비원 94명 전원 해고 통보, 경비원 “해고통지안내문 게시 못하게 해”

압구정 현대아파트 내 경비원이 근무하는 한 방법신고센터. 이 곳은 재활용품 분리수거장과 일반쓰레기장이 함께 있어 열악한 근무환경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조성호 기자

[민주신문=조성호 기자]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새해 들어 입주자대표회의가 경비원 94명에게 전격적으로 해고를 통보해 논란이 일고 있다. 최저임금 잡음이 부촌 아파트까지 침투한 셈이다. 이곳 시세는 지난해 12월 기준 18억에서 44억 수준이다.

특히 현대아파트는 지난해 11월에도 경비원들이 입주민들을 대신해 대리주차 논란이 불거진 곳이다. 당시 경비원들이 처우개선을 요구하자 입주자대표회의는 경비원을 용역업체를 통한 위탁 고용으로 전환하겠다고 맞섰다.

현대아파트 경비원에 따르면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달 28일 아파트 경비원 94명 전원을 31일부로 해고하겠다는 통지서를 보냈다. 경비업무 관리 어려움과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비용 문제가 해고 이유였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입주자대표회의에 대한 비난의 여론이 일고 있다. 특히 입주자들 사이에서는 반대의 목소리도 쏟아졌다. 일부 주민은 단지 내 게시글을 통해 “경비원 1인당 급여 인상분은 월 30만원 수준으로, 이 금액을 아파트 1개 동 84세대로 나누면 3570원이다. 이 정도 부담이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파트 내 한 방범신고센터는 불은 켜져 있지만 경비원이 상주하지 않는 곳도 있었다. 사진=조성호 기자

기자가 찾은 4일 밤 11시경, 현대아파트는 지하주차장이 없는 탓에 상당수의 수입차들이 이중 주차된 상황이었다. 아파트 곳곳에 위치한 방범신고센터는 불은 켜져 있지만 비어있는 곳도 눈에 띄었다. 특히 경비원이 상주하는 방범센터 앞에는 재활용품 분리수거장과 일반쓰레기장이 함께 붙어 있어 경비원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자가 만난 A 경비원은 체념한 모습이었다. A씨는 기자에게 “아직 해고가 확정된 것이 아니라 해고 예정”이라며 “입주자대표회의서 경비원 해고와 관련된 안내문은 아파트 내 게시판에 붙이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또 다른 경비원은 근무하는 방범신고센터에서 피곤에 지쳐 휴식시간을 쪼개 단잠을 자고 있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의 경비원 휴게시간 안내문. 2014년 노사단체교섭 합의를 통해
24시간 근무 중 총 휴게시간은 6시간으로, 이 시간동안 임금은 지급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는 문구가 눈에 띈다. 사진=조성호 기자

현재 이곳 경비원의 근로시간은 오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다. 이중 휴게시간은 6시간이지만 휴게시간에는 임금을 받고 있지 않다.

앞서 입주자대표회의는 10월 26일 경비원 용역전환을 의결했다. 용역전환 이유는 개정된 공동주택관리법에 의해 그간 아파트 경비원들이 해온 재활용품 분리수거나 택배보관 등 입주민의 편의를 위한 업무를 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 근거였다.

현장에서 본 경비원의 처우와 근무환경은 법과는 괴리가 컸다. 지난해 3월 개정된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르면 입주자등, 입주자대표회의 및 관리주체 등은 경비원 등 근로자에게 적정한 보수를 지급하고 근로자의 처우개선과 인권존중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하며, 근로자에게 업무 이외에 부당한 지시를 하거나 명령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기존 경비원들을 해고하고 새롭게 용역업체를 선정해 경비원 업무와 관리원 업무 이원화를 통해 법 위반 사항을 해결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현행 근로기준법 제24조는 사용자가 경영상 이유에 의하여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하며, 사용자는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적시돼 있다. 또한 노동조합에 해고를 하려는 날의 50일 전까지 통보하고 성실하게 협의해야 한다. 따라서 정당한 해고가 되기 위해서는 이 세 가지 사항을 모두 준수해야 한다.

압구정 현대아파트 입구. 사진=조성호 기자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