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C랩 200여개 아이디어 발굴육성 성과…모기업 지분 30% M&A활성화 제한

김찬홍 한빛맹학교 교사가 지난해 8월 삼성전자 C랩 참여자들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 '릴루미노' 사용 소감을 발표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유경석 기자] 대기업들이 사내 벤처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내벤처를 통해 신사업 개척, 혁신 아이디어 구현 등 기존 조직에서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에 도전해 결과가 주목된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혁신성장을 내세운 데다 재계가 사내 벤처가 분사하는 경우 모기업 지분이 30%를 넘더라도 계열사에 편입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어 관심을 끈다. 

삼성전자의 사내 벤처육성 프로그램 C랩(Creative Lab)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오는 9~12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 2018'에서 휴대용 지향성 스피커 'S레이(S-RAY)'와 폐 합병증을 예방하는 호흡재활 솔루션 '고 브레쓰(GoBreath)', 저시력 장애인을 위한 시각보조 솔루션 '릴루미노(Relumino) 글래스' 등 C랩 과제를 선보일 계획이다. C랩은 삼성전자가 창의적 조직문화를 확산하고 임직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한다는 취지에서 지난 2012년 도입한 프로그램으로, 현재까지 200여개의 아이디어를 발굴, 육성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역시 벤처플라자를 통해 사내외 스타트업 발굴·육성·출자 활동을 전담하고 있다. 지난 2000년 4월 출범 이후 총 37개 사내벤처를 육성했고, 자율주행 카메라 센서 전문업체 PLK, 중고차 정보 유통 사업을 하는 유카 등 9개가 분사돼 운영 중이다. 

롯데 기업문화위원회는 내부 임직원들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모아 신사업을 창출하는 '롯데 사내벤처 프로젝트 2기'를 시작했다. 최종 선정된 직원은 잡포스팅 등을 통해 팀 멤버를 구성한 후 롯데의 창업보육전문법인인 롯데액셀러레이터에 파견돼 1년 동안 독자적인 사업 활동공간에서 신사업에 도전하게 된다. 사내벤처 프로젝트 1기에 선정된 아웃도어 기저귀 대디포베베'는 지난해 6월 법인이 설립돼 올초 제품 출시를 목표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아모레퍼시픽 사내 벤처 프로그램인 '린 스타트업' 2기가 마스크 전문 브랜드 '브로앤팁스'와 '디스테디'를 선보였다. 앞서 지난해 린 스타트업 1기는 친환경 천연유래 화장품 '가온도담'과 스포츠 전문 자외선 차단 브랜드 '아웃런'을 선보인 바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창조적인 니치(niche, 틈새) 브랜드가 새롭게 개발되고 성장할 수 있도록 테스트 앤 런(Test & Learn)의 자세로 사내 제도적 기반과 문화를 만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신한은행의 사내벤처 제도가 혁신상품 개발의 새로운 창구가 되고 있다. 1기 사내벤처에서 나온 아이디어인 '동고동락 신탁'은 출시 7개월만에 목표수익률 4%(연환산 수익률 6.95%)를 달성했다. 1기의 성공으로 2기 참여 직원은 더 늘었다. 실제 1기 450개 팀보다 두 배 가까인 많은 850팀이 사업 아이디어 공모에 참여했다. 

신한카드 역시 사내 벤처 프로그램인 '2200만 볼트(VOLT)'를 실시하고 있다. 사내공모를 통해 가능성이 있는 아이디어를 채택해 인큐베이팅 과정을 거쳐 신사업으로 키우는 프로그램이다. 최근 키즈놀이 시장 관련 모바일 플랫폼과 인테리어 플랫폼을 선정하고 사업화 작업에 들어갔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리모델링 인테리아 시장 규모는 약 20조 원으로 추정된다.

에너지 공기업인 한국남부발전의 직원들이 경험을 창업으로 이어가기 위해 사내벤처를 만들었다. 지난해 10월 'KOSPO 중소기업 컨설팅 벤처'와 'KOSPO 데이터센터 벤처'가 출범했다. 남부발전은 사내벤처가 분사 또는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데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중부발전은 최근 '창업혁신지원센터'를 열어 사내벤처 분사창업 등 창업지원 생태계를 조성키로 했다. 창업혁신지원센터는 사내벤처·임직원 창업 지원을 기본으로 핵심 기술인력의 창업도전 환경 조성 및 지원체계를 구축한다. 또 사내벤처 고도화를 위한 산학기관과 협업을 통해 성공 가능성이 높은 창업 아이템을 발굴하고, 창업휴직제 등 창업실패에 대한 창업안전망을 마련해 제도적·정책적 지원을 할 예정이다.

사내 벤처 활성화를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이중 대기업집단 규제는 제일 먼저 거론되는 이슈다. 재계 등은 사내벤처가 분사하면서 초기 자금을 모기업이 지원할 경우 지분이 30%를 넘더라도 대기업 계열사 편입에서 제외돼야한다는 주장이다. 경영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또 M&A활성화를 위해서 지주회사 규제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지주회사의 손자회사의 경우 증손회사를 인수하려면 지분 100%를 인수해야한다는 M&A 규정이 활발한 거래를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재계 한 관계자는 "스타트업 등 벤처기업이 활성화되려면 대기업 등에 인수합병되면서 엑시트(EXIT:성공적인 투자회수)해야 한다"며 "하지만 대기업 계열사 편입을 막기 위한 규제로 인수합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한편 정부는 최근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방안'을 통해 창업 준비 과정에서 분사 목적의 사내창업팀을 '예비벤처'에 포함하고 연구개발 등 소요비용은 모기업이 선 투자하도록 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또 창업 실행 과정에서 모기업의 선 투자 금액과 연계해 사업화 준비 자금을 지원하고 엑셀러레이터(초기 자금과 멘토링 등을 제공하는 단체)를 연결해 줄 방침이다. 창업 이후에는 TIPS(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 방식으로 분사창업기업의 R&D·마케팅 등을 지원하고 바이오 등 고부가기술 분야는 우대한다는 계획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