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경업금지’ 종료 5년 만에 재인수 추진, MBK파트너스 “매각 논의 지켜봐야”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2012년 10월 서울 충무로 극동빌딩에서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에 따른 기자회견을 한 뒤 눈을 감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조성호 기자] 셀러리맨의 신화로 불리는 웅진그룹 윤석금 회장이 굴욕의 아픔을 딛고 코웨이를 다시 품을 수 있을까. 웅진그룹이 최근 자신이 매각했던 웅진코웨이(현 코웨이) 재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코웨이 정수기 사업은 웅진그룹이 성장하는데 큰 역할을 했던 사업이었다. 하지만 웅진그룹은 지난 2013년 경영악화로 인해 그룹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웅진코웨이를 매각한 바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윤석금 회장은 최근 MBK파트너스에 코웨이를 재인수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5년만에 재인수를 추진하는 것이다.

윤 회장에게 코웨이는 각별하다. 당시 코웨이 정수기 사업은 웅진그룹이 매출 6조원 규모의 30대그룹으로 성장하는데 큰 역할을 했기 때문. 이는 윤 회장이 이번 코웨이 재인수에 매우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이다.

이번 윤 회장의 코웨이 재인수 배경에는 MBK파트너스와 코웨이 매각 당시 맺었던 ‘경업(競業)금지’ 효력이 내년 1월2일 끝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경업금지는 MBK파트너스가 코웨이의 성장을 위해 웅진그룹의 국내 정수기 판매 사업을 5년간 제한한 조항이다. 윤 회장 입장에서는 매우 굴욕적인 조항인 셈이다.

이에 따라 윤 회장은 효력이 끝나는 시점에 맞춰 코웨이를 재인수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 그룹의 재도약을 마련하겠다는 각오다. 특히 재인수에 실패하더라도 신규 사업팀을 꾸려 정수기 사업 재진출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윤 회장과 코웨이의 상징성이 크기 때문에 이번 재인수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코웨이의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웅진그룹과 코웨이 매각을 두고 논의한 적이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일 공시를 통해 “현재까지 코웨이 매각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결정되거나 확정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투자자로서 지속적으로 다양한 전략적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

웅진그룹 관계자 역시 “경업금지 효력이 끝나는 기간에 맞춰 내부적으로 정수기 사업 재진출을 위해 신사업팀을 꾸리는 등 여러 방안을 고민해왔다”면서 “코웨이 인수를 통해 직접 진출하는 방안과 비교해 어느 것이 더 효율적인지 검토해 판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인수 가격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5년전 윤 회장은 MBK파트너스에 코웨이를 1조2000억원에 매각했지만, 당시 코웨이의 매출액은 1조8000억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2조400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하면서 인수 가격은 최소 2조원이상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윤 회장의 코웨이 재인수 성공은 자금 확보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웅진그룹의 보유 자금은 1000억원 안팎으로 2조원 가량으로 추정되는 인수 자금에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 이에 따라 재무 자문사로 삼성증권을 선정하고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니켈 검출 파동을 겪은 코웨이 얼음정수기. 사진=뉴시스

업계에서는 웅진씽그빅 등 웅진그릅 계열사 차입금을 활용 또는 사모펀드(PEF)와의 공동 인수 등이 유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윤 회장이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최소 5000억원의 자체 자금을 확보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매각 가격을 두고 양측이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일 것”이라며, “다만 MBK파트너스로서도 협상이 타결되는 것이 이익이기 때문에 적당한 가격 선에서 타협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코웨이는 지난해 얼음정수기 검출 파동을 겪으면서 한때 3조원이던 지분 가치가 2조원으로 하락했지만,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후 매년 최고 실적을 경신하며 외형을 키워오고 있다. 또한 지난해 CJ출신 마케팅 전문가인 이해선 대표가 코웨이 대표로 취임하면서 다각화 전략을 통해 국내 렌털 시장을 이끌고 있는 중이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코웨이 매각을 추진했지만 비싼 몸값 탓에 매각에 실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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