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이후 중국시장 막히자 조직 개편, 생산 라인 증설, 신제품 출시 등 반격 카드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셀 연구원.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전기차 배터리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이 세계 최대 시장 중국에서 위기에 직면하자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조직개편, 생산 라인 증설 등 꺼낼 수 있는 모든 카드를 꺼내들며 승부수를 던졌다.

사드(THAADㆍ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해빙무드에서도 전기차 배터리 전 세계 시장의 40%를 차지하는 중국이 보조금 제재를 이어가자 출구 전략을 선택하며 선두주자인 삼성 SDI와 LG화학의 뒤를 바짝 추격하겠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더해 자동차 배터리 신제품으로 시장 선점을 위한 본격적인 시동을 걸겠다는 복안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이 지지부진한 중국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잠시 보류하고, 조직을 재정비하고 공격 모드에 돌입했다. 전기차 배터리 세계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본격적인 여정을 시작한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의 자동차 배터리 세계 시장 점유율은 1.5%안팎으로, 글로벌 순위로는 10위권 밖. 당초 계획대로라면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 시장을 공략하며 시장 점유율 끌어올리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올해 사드 배치 사태 이후 악화된 한ㆍ중 관계의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기면서 세계 전기차 시장의 40%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이 막혔다. 중국 당국이 보조금 제재로 전기차 배터리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게 하면서 SK이노베이션의 고민이 커진 것.

중국 당국의 한국산 배터리에 대한 보조금 규제는 여전히 유효한 상황이다. 중국 당국이 올해 1월부터 이달까지 11번에 걸쳐 목록을 업데이트했지만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은 빠졌다. 중국에서는 올해만 한국산 자동차 배터릴 제외하고 217개사 3113개 모델이 보조금을 받았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서산공장 전경.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세계 최대 시장 규제 3가지 반격 카드

SK이노베이션은 미래 신수종 사업을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는 판단 아래, 3가지 반격 카드를 꺼내들었다. 3가지 카드는 배터리 사업 부문 조직 개편, 생산 라인 증설, 신제품 출시다.

우선 꺼내든 카드는 조직 개편이다. SK이노베이션은 미래성장동력 전략 사업인 배터리에 집중하기 위해 글로벌 파트너링 및 글로벌 생산 거점 확보를 담당하는 조직을 신설하고, 본격적인 사업 추진 및 확대에 필요한 지원 조직 운영에 돌입했다. 선두주자인 삼성 SDI와 LG화학에 견줘 뒤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기존 중국 배터리 사업팀을 격상해 법인장을 임원급으로 하는 조직으로 확대 개편하고, 글로벌 공략을 위해 배터리 사업에 HR기능(기업 문화 담당)을 추가했다.

두 번째 카드는 생산 라인 증설이다. 무려 자동차 전기배터리 분야에 1조원을 투자한다. 유럽 헝가리에 첫 생산기지를 건설하고, 충남 서산공장도 추가 증설에 나서는 것이다. 헝가리공장은 8402억원을 들여 43만㎡ 부지에 연간 7.5GWh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지어진다. 

이는 연간 전기차 25만대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생산량이다. SK이노베이션은 내년 2월 착공해 2020년 초 헝가리 공장이 준공되면, 유럽시장을 향한 본격적인 양산 공급에 돌입할 예정이다. 헝가리 공장에서는 핵심 고객사인 다임러 등 유럽 완성차 업체에 전기차 배터리 셀을 전량 공급할 계획이다.

국내 생산기지인 충남 서산 배터리공장 증설도 이뤄진다. 서산 2공장에 7호 생산설비를 증설키로 결정한 것이다. 현재 서산공장은 4~6호기 증설공사가 한창이다. SK이노베이션이 4~6호기를 준공하면 연간 3.9GWh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여기에 0.8GWh 규모인 7호기까지 증설하게 되면 국내 기지인 서산공장은 총 4.7GWh의 생산 능력을 갖춰 삼성 SDI와 LG화학에 뒤지지 않는 체격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카드는 향상된 신제품 자동차 배터리 출시다. SK이노베이션은 이달부터 국내외 배터리 업계 최초로 중대형 파우치 니켈ㆍ코발트ㆍ망간(NCM) 8:1:1 비율의 배터리 양산을 시작해 세계 자동차 배터리 시장 공략에 나섰다. NCM811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아 주행거리를 기존보다 주행거리를 100km 가량 더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배터리 분리막 제작 기술에 힘입어 NCM811 배터리를 개발해냈다. 무엇보다 세라믹 코팅 분리막 기술의 힘이 컸다. 이 기술은 세계 시장 점유율 세계 2위를 기록할 만큼 안정성에 강점이 있다.

SK이노베이션 서린동 사옥 전경. 사진=허홍국 기자

NCM811 주행거리 확대, 원가 경쟁력 확보

관련업계에서는 주행거리 확대와 원가 경쟁력 확보가 화두인데 NCM811 배터리는 이를 극복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특히 희금속인 코발트가 전기차 배터리 양극재 소재로 사용돼 전기차 배터리 가격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부각된 상황이다. 매장량과 생산량이 한정돼 있어 가격이 급등세인 것이 작용했다. NCM811 배터리는 내년 3분기부터 전기차에 탑재될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 목표는 2020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생산량 10GWh, 2025년까지 세계 시장 점유율 30%다. 하지만 이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기차 배터리 최대시장인 중국을 넘어서야 가능하다. 특히 점유율 측면에서는 더욱 그렇다. 지난해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점유율은 일본 기업인 파나소닉 36.6%, LG화학 14.7%, AESC 7.9%, 삼성SDI 6.7%, 중국 기업인 BYD 6%, 기타 순인데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을 놓쳐서는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후발주자로선 현재 멈춰선 중국사업을 재가동할 방법이 없는 게 아쉽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 부분에서 업계 최초로 리튬이온 배터리에 고에너지밀도 삼원계 소재를 적용, 양산에 성공하면서 현대자동차 그룹, 베이징자동차 그룹, Daimler 그룹 등에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전기차 배터리를 납품하며 사업을 확장 중이다.

이와 관련 SK이노베이션은 선 수주 후 증설 전략으로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입장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기술경쟁력을 바탕으로 선 수주 후 증설 전략을 통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공략할 것이다”고 밝혔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