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붕괴사고로 80여명 사상자 낸 지산…대신 통해 안성 산업단지 인수 활발 움직임

2008년 1월 경기 이천시 호법면 유산리 769-5 2000코리아 냉동창고에서 발생한 화재사고 현장. 사진=뉴시스

[민주신문=유경석 기자] 노동자 40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천 냉동창고 화재사고를 낸 지산물류그룹이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산물류그룹 계열 지산산업은 최근 대신금융부동산그룹으로부터 안성 무능일반산업단지를 인수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대신증권으로 알려진 대신금융그룹 손자회사인 대신AMC가 무능산업단지를 지산산업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중소기업의 요구를 묵살하고 임의경매를 신청해 결국 사업승인이 취소될 상황으로 내몰았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대신AMC는 이 거래로 100억 원대의 매매차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11월 28일 산업단지 사업시행자 지정 취소 청문

경기도는 오는 28일 안성 소재 무능일반산업단지 개발사업의 지정을 취소하는 행정 처분에 앞서 청문 절차를 실시할 계획이다. 무능산업단지는 안성시 대덕면 무능리 일원 37만 7000M2 규모로, 2003년 풍천산업(주)이 산업단지개발사업자 시행자로 지정돼 2012년 70%의 공정률을 보였으나 자금난을 겪으면서 사업이 중단된 상태다. 

행정 처분 전 청문은 산업입지법에 따라 사업시행자가 산업단지개발 시행계획대로 산업단지개발사업을 시행하지 않을 경우 승인을 취소하기 전 실시하는 절차다. 경기도는 이에 따라 법무팀장과 법률자문관, 법학박사와 담당 공무원이 배석한 가운데 사업시행자로부터 시행계획대로 개발하지 못한 이유를 듣고 개발사업을 할 수 있는 지 등을 최종 판단할 계획이다. 

다만 무능산업단지개발 사업기간이 2012년 12월말 종료됐고, 이후 사업시행자에게 공문 등을 통해 개발사업을 진행토록 했으나 이뤄지지 않아 지정 취소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경기도는 지난 7월 (주)지산산업이 무능산업단지에 대한 토지소유권을 인수하면서 지정 취소의 요건이 갖춰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재 풍천산업은 사업권을 보유한 상태로, 오는 28일로 예정된 청문을 통해 사업시행자 지정이 취소될 경우 지산산업을 사업권까지 확보해 개발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된다. 사업시행자인 풍천산업 측은 대신AMC가 새로운 사업시행자를 물색하기 위한 시간을 허락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대신그룹 측은 이에 대해 “정상적으로 진행된 것이고,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게 없다”고 해명했다. 

물류업계 강자 지산물류그룹…사망보험금 과다 이유 유족 부동산 가압류 '두 얼굴' 

지산물류그룹의 관계사로는 코리아2000, 코리아냉장, 이천창고, 남이천창고, 용인창고, 남사물류터미널, 용인물류터미널, 지산산업, 지산엔지니어링, 지산건축사사무소 등이 있다. ㈜지산이 기획업무를 총괄, 부지를 매입하고 지산엔지니어링과 지산건축사무소가 건축에 필요한 설계와 인허가를 담당하고 있다. 코리아2000과 지산산업 등을 통해 건설하고 이천창고, 용인창고 등 수직계열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산물류그룹은 최근 안성 무능일반산업단지를 인수했고, 여주 대신면 천남리 상온창고, 용인 백봉리 용인물류터미널, 화성장안 물류단지를 개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지산물류그룹은 지난 2008년 발생한 이천 냉동창고 화재사고로 숨진 사망자 유족들에게 보상금이 과다하게 지급됐다며 유족의 집을 가압류해 공분을 산 바 있다. 당시 사고로 노동자 40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을 당했다. 지산물류그룹 관계사인 코리아2000은 2005년 개발행위 허가를 받아 신축공사를 하던 중 붕괴사고로 노동자 10명이 사망하고 5명이 부상을 당하는 사고를 냈다. (주)지산의 한주식 대표와 가족 전원이 지난해 8월 경기도공동모금회에 1억 원 이상을 전달해 경기 1호 가족 소사이어티가 됐다. 

지산물류그룹과 대신금융부동산그룹은 문제 될 일이 없다는 입장으로, 사실 확인을 요청하자 강경한 법적대응을 통고했다.

풍천산업 관계자는 "대신AMC는 새로운 투자자와 협상을 할 수 있도록 한 달만 경매를 연기해 달라고 요청을 했으나 묵살해 버렸다"며 "또 막대한 자금력과 법률대리인 선임 능력 등으로 소송이 가능한 한 모든 부분에서 소송을 제기해 개인 또는 중소기업가들은 억울하게 당할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대신금융부동산그룹 관계자는 "지산산업은 경기도 지역에서 7~8개 물류업체를 운영하는 회사로 문제가 있다고 보진 않는다"며 "지산산업이 정상적인 과정을 통해 낙찰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2012년 4월 안성 무능일반산업단지를 경매를 통해 40억 원에 인수한 뒤 2016년 10월 지산산업에 243억 원에 최고가 매각한 과정에 대한 설명이다. 지산물류그룹 관계자는 화재 붕괴사고 등과 관련한 기자의 질문에 "사실과 많이 다르다"며 "강경하게 법적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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