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부 임병석 회장에 22년6월형 구형, ‘전형적인 쥐어짜기 수사’ 분노
부인 허씨 “죄 있다면 달게 받겠다. 다만 회사 살릴 수 있는 기회 달라”

 
 
 

▲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수감된 임병석 C&그룹 회장.     © 민주신문


 
 
<대검 중수부가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 수감 중인 임병석(50) C&그룹 회장에게 징역 22년6월을 구형했다. 경제사범에게 20년이 넘는 중형을 구형한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검찰은 유기징역의 상한선인 15년에 가중처벌로 7년6개월을 덧붙여 부를 수 있는 최고형량을 요구했다. ‘기업범죄 엄벌 취지"라는 게 중수부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선 ‘너무 세게 불렀다’는 뒷말이 나온다. 특히 임 회장 측의 반발은 거세다. 검찰의 쥐어짜기 식 수사를 통해 아무것도 나오지 않자 감정적인 형량을 구형했다는 주장인 것이다. 전형적인 마녀사냥인 것일까, 아니면 중수부 주장대로 ‘용서받지 못할 기업범죄’인 것일까. 이번 사건을 두고 안팎의 잡음이 많은 가운데, 임 회장의 처이자 C&한강랜드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허미숙 씨가 현재의 심경을 털어놨다.>
 
 
 
“대한민국에 ‘정의’와 ‘법’이 살아있다면 반드시 진실은 밝혀질 것이다.”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만난 허미숙(임병석 회장의 처·C&한강랜드 고문) 씨의 표정은 의외로 밝아 보였다. 남편은 지은 죄가 없는 만큼 검찰의 구형(22년 6개월)은 큰 의미가 없다는 설명이었다. 
 
무리한 체포·구속수사
 
“국가변란죄나 살인과 같은 강력범죄도 아닌데, 22년6월형이라니… 황당해서 웃음이 나왔다. 다른 대기업 총수들의 비리 수사와 비교했을 때 ‘최고형’이 아닌가. C&그룹이 그 정도 형량을 구형받을 만큼 대단한 기업인지 미처 몰랐다. 지은 죄가 있다면 정말 달게 받겠지만 지나치게 감정이 섞인 수사였다는 점에서 이해하기 힘든 구형이다.”

허씨는 이번 사건을 수사한 중수부가 지나치게 감정을 개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초 ‘정치권 로비 의혹’ ‘C&그룹 로비 리스트’ ‘1조원대 비자금’ 등 충격적인 내용들로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켰지만, 오랜 수사결과 ‘변변한 꺼리’가 나오지 않자 갖가지 혐의를 얹어 감정적 구형을 했다는 주장인 것이다.

“대검 중수부는 1년여 시간동안 C&그룹에 대한 내사를 벌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임병석 회장이 입을 열고 안 열고 상관없이 충분한 증거를 찾아냈을 텐데 현재 결과는 어떤가. 아무것도 드러난 것이 없다. 결국 중수부가 이를 인정하기 싫어 온갖 혐의를 얹은 뒤 22년6월이라는 말도 안되는 형을 구형한 것으로 보여진다.”
 
 
 

▲     © 민주신문



실제 C&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될 당시만 해도 ‘큰 건’이 터져 나올 것 같은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임 회장의 횡령금액이 수천억원대에 이른다는 보도가 연일 터져 나왔고, C&그룹 측으로부터 로비를 받았다고 하는 정치권 인사들의 실명이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검찰은 정치권 로비 의혹에 대한 특별한 혐의점을 찾아내지 못해 수사를 더 이상 진행하지 않았다.
임 회장 체포 당시(2010년 10월 21일)에도 검찰은 임 회장의 횡령액이 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횡령’ 혐의로 체포영장을 받았다가 23일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는 혐의 내용을 ‘배임’으로 바꿨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는 횡령 혐의를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주가조작’ 혐의 역시 무혐의 처분된 상태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이석환 부장검사)는 지난 1월 11일 임 회장에 대해 C&중공업의 해외매각설을 유포해 주가를 조작한 혐의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고 밝혔다. 모든 진실은 재판부의 판결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현재로선 상당수 의혹에 대해 섣불리 짐작하기 조심스런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표적수사’라는 지적까지 제기된 바 있다. 지난해 10월 21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은 공정사회를 외치는데 검찰은 미국에 있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 하나 못 데려오면서 호남기업인 C&그룹 압수수색이나 하고 야당 의원을 겨냥해 수사를 하고 있다”며 이귀남 법무부 장관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박지원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도 “C&그룹 압수수색은 명백히 참여정부를 겨냥한 수사”라며 “검찰은 정의 실현을 위한 공정 수사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장관은 이에 대해 “의원들의 조언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정치권 로비? 9급공무원
이름 하나 없었다”

 
허씨는 임 회장의 비리 의혹과 관련한 대검 중수부의 수사 과정을 지켜보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의 분노와 회의를 느꼈다고 했다. 혐의사실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 확보 없이 일단 마구잡이로 잡아들인 뒤 ‘털어 놓으라’며 강압수사를 했다는 것이다.
허씨의 주장에 따르면 이번 수사에 소환된 C&그룹 관계자들은 대략 500여명. 이들은 일주일에 서너번씩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았으며, 조사 과정에서 모욕적인 대우는 물론 강압적인 증언을 강요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C&그룹의 자금을 담당했던 한 직원은 검찰 조사를 받고 귀가한 뒤 극심한 스트레스와 심리적 압박감을 호소하다 ‘급성뇌출혈’로 사망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남편의 최측근을 불러 ‘임 회장이 불지 않으면 임직원들이 다친다’고 협박했고, 이에 최측근은 ‘거짓말이라도 해서 나가자’며 남편을 설득하기도 했다. 심지어 최측근은 ‘(중수부가 원하는 대로) C급이나 D급 정치인들 몇 명 불러 주라’고 회유했을 정도다.”

노골적으로 ‘아무나 한 놈(정치인)만 대라’는 검사도 있었다는 게 허씨의 말이다. 결국 최종 목적은 정치권을 겨냥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검찰은 ‘임 회장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다’고 외부에 발표했지만, 혐의를 부인하거나 협조하지 않은 게 아니라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할 말이 없었던 것뿐이다. 아무리 캐도 별게 없으니까 검찰이 임 회장에게 ‘중수부 먹칠한 놈’이라는 말까지 했다더라. 이런 방식이 그들이 주장하는 ‘최첨단 수사기법’인 것인지 궁금하다. 그들이 주장하던 ‘C&리스트(정치권 로비 리스트)’에 9급 공무원 이름 하나라도 있는지 살펴보라. 전형적인 ‘마녀사냥’으로, ‘쥐어짜기식 수사’라고 밖에 볼 수 없다.”

허씨는 특히 비리 의혹으로 조사를 받은 그룹 총수들 대부분이 불구속 수사였음에도 불구하고, C&그룹에 대해서만 유독 ‘체포’와 ‘구속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 분노를 드러냈다.

“더 큰 비리를 저지른 기업인들도 회사 일은 하게 해주면서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나. 경영자로 복귀해야 현재 경영권이 불안한 다른 회사들도 정상화시켜 사회적 채무를 갚을 수 있을 것 아닌가. 남편도 다른 그룹 총수들처럼 경영자로서 기업에 복귀해 계열사들을 살려 국가와 사회에 진 빚을 갚을 수 있도록 해줬으면 하는 것이 가장 간절한 바람이다.”

허씨는 요즘 구속된 남편을 대신해 회사 경영을 도맡아 하고 있다. 성악을 전공해 경영과는 전혀 거리가 먼 그가 경영을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남편이 돌아올 때까지 그 빈자리를 지켜주는 것이 남편에 대한 믿음과 도리라고 생각한다는 게 그의 말이다.

“남편은 김칫국 하나면 ‘최고의 밥상’이라며 좋아하던, 정말 욕심없는 사람이다. 스스로도 ‘딸에게 부끄럽지 아빠’라고 자부할 정도다. 감성과 감정에 호소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잘못한 것이 있다면 그 죄를 달게 받겠다. 다만 여론이나 정치적 상황 등에 좌지우지되지 않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법리 해석을 바랄 뿐이다. 부디 재판부가 객관적인 법리해석에 근거해 공정한 판단을 내려주길 바란다. 나는 반드시 남편이 돌아올 것이라고 믿는다.”
정소현 기자 coda0314@naver.com
 
 
 
<임병석 C&그룹 회장은>
 
M&A로 재계 71위까지 급성장
 
1961년 전남 영광 법성포에서 태어났다. 광주에서 석산고등학교를 다니다 1학년 중퇴한 뒤 검정고시를 거쳐 한국해양대학교에 입학했다. 졸업 후 승선생활을 하다 해운 중개업 창업을 시작하며 경영자의 길에 본격적인 뛰어들었다.

1996년 회사명을 ‘쎄븐마운틴해운(C&해운)’으로 바꾼 뒤 직접 자신의 배를 구입해 해운업을 시작했다. 2001년 상장회사 ‘세양선박(C&상선)’ 인수를 시작으로, 진도·황해훼리·우방 등 법정관리 중인 회사들을 차례로 사들이면서 사세를 확장시켰다. ‘M&A 귀재’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이 당시다. 현재 ‘C&’으로 그룹 이름을 바꾼 것은 2006년. 당시 임 회장은 “5년 내 국내 5대 해운그룹이 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조선업에 진출하면서 그룹이 휘청이기 시작했다. 당시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해 놓은 상태에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져 자금난에 빨간불이 켜진 것. 여기에 금융권으로부터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서 그룹 전체가 위기에 내몰리게 됐다.

결국 임 회장은 2004년 계열사인 C&해운이 보유한 선박을 매각하면서 허위계약서로 90억여원을 빼돌려 채무상환에 쓰는 등 회삿돈 129억원을 횡령하고 2007년 C&상선이 선박을 고가에 사들이게 한 것을 비롯해 회사에 1,107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이에 대검 중수부는 지난 1일 임 회장에게 징역 22년6월을 구형했다. 임 회장과 함께 기소된 전·현직 임직원 13명에게도 각각 징역 12∼13년이 구형됐다. 검찰은 “무모한 차입과 인수합병(M&A)을 반복한 행태는 사기나 도박에 가까운 범죄여서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기업 범죄를 엄벌하겠다는 취지라는 게 검찰 측 설명이다.
임 회장에 대한 선고공판은 6월 24일 오후 2시 열릴 예정이다.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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