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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 사육·전시하는 ‘라쿤 카페’ 이대로 괜찮을까?서울 10곳 위생 관리, 동물 관리 부실…식당·사육장 구분 안 돼 전염병 우려
  • 이승규 기자
  • 승인 2017.11.07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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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카페에서 라쿤이 물을 마시는 사이 어린이들이 만지거나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민주신문=이승규 기자] 라쿤·미어캣 등 동물들을 사육·전시하는 ‘동물 카페’, ‘라쿤 카페’가 전국에서 성업중이다. 하지만 위생 관리나 동물 관리는 부실하기 짝이 없어 대책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많다. 현재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동물 카페나 라쿤 카페는 고객들에게 동물을 보여주고 만질 수 있도록 해주는 식·음료 판매 접객업소를 말한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Aware)는 동물 카페 10여곳을 현장 조사한 후 운영실태의 결과를 담은 ‘야생 동물 카페 실태조사보고서’를 7일 공개했다. 어웨어는 전국에 최소 35곳이 이런 종류의 카페를 운영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 가운데 서울지역에서 영업하는 10여곳에 대해 지난 8월부터 두 달간 운영실태를 현장 조사했다. 

보고서에는 이곳에서 사육중인 야생동물은 라쿤 41마리, 미어캣 26마리 등으로 파악됐다. 아메리카너구리과(科)의 동물인 라쿤(Raccoon)은 귀여운 이미지로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북미·남미 원산으로 다 자라면 키 50㎝, 몸무게 10㎏ 정도에 이른다. 

미어캣(Meerkat)은 남아프리카 원산의 몽구스과 동물이다. 자신을 먹이로 삼는 큰 맹금류를 경계하려고 두 발로 서서 주위를 살피는 모습으로 유명하다. 

어웨어가 확인한 카페의 현실을 보면 흙이나 웅덩이, 수목시설 등 적절한 사육시설은 커녕 동물이 몸을 숨길 곳도 없었다. 합사해서는 안되는 동물들이 카페에서 상대를 공격하기도 한다. 아울러 카페 6곳은 동물이 사용되는 공간과 방문객이 음료수를 마시는 공간이 분리되지 않고 배변판이 음료 섭취공간에 놓여져 운영하고 있었다. 인수공통전염병 감염이 우려 되고 있다. 

동물과의 위생적인 접촉을 위해 소독제를 비치한 곳은 4곳뿐이었다. 입장 시 소독 관련 안내문을 부착해 광견병 등 인수공통전염병 예방접종 여부를 밝힌 업소는 1곳, 손을 소독하라고 안내한 업소는 4곳에 불과했다. 

대개 많게는 6종의 동물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동물 종별로 사육장을 분리 설치한 곳은 1곳도 없었다. 보고서는 또 전시 동물을 위한 배려도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방문객의 접촉이나 시선을 완전히 피해 몸을 숨길 수 있는 은신처를 제공한 곳은 1곳뿐이었다. ‘(새끼에서) 성체가 되어 방문객이나 다른 동물에게 공격성을 보인다’는 등의 이유로 철제 케이지에 일부 동물을 격리한 곳도 3곳이었다.  

케이지는 50㎤이하의 크기였다. 어웨어는 “이들 카페에서는 모두 임시 격리용도가 아니라 영구적 사육장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조사됐다. 이 케이지 안에서 라쿤 등 야생동물들은 일어서기, 보행이 불가능했고 급수대나 수통도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또 카페 대부분엔 야생동물만 다루는 직원이 따로 없었고 도구로 체벌을 가하는 이들도 목격됐다.

사육장이 따로 분리되지 않아 동물들이 소음에 쉽게 노출됐다. 업체들의 평균 전시시간은 10시간이었고, 최대 14시간 영업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부분의 업소에서 외상을 입은 동물이 관찰됐고 무기력하거나 반복적인 행동을 하는 동물들도 눈에 띄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어웨어 이형주 대표는 “동물 카페에서는 야외 방사장과는 달리 동물들이 나무에 오르거나 흙을 팔 수가 없다”며 “스트레스를 받은 동물들은 면역력이 저하돼 질병에 쉽게 걸려 이들을 만지면 자칫 개와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에게 병을 옮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라쿤의 경우 번식력이 높은 편이라 야생으로 퍼져 나가면 생태계를 교란할 수도 있어서 유럽연합(EU)은 생태계 교란 종으로 지정하고 있고, 벨기에와 네덜란드, 미국 일부 주에서는 개인 소유를 금지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라쿤의 경우 2013년 이후 지금까지 국내에 267마리가 수입됐으며, 자체 번식 등을 통해 인터넷에서는 한 마리에 200만~300만원씩에 거래되기도 한다. 반면 라쿤은 멸종위기종이 아니어서 폐사한 경우에도 신고 의무는 없다. 

어웨어는 보고서를 통해 “식품접객업소에서 야생동물 사육 전시하는 것 금지하고, 야생 동물 거래와 개인 소유에 대한 규제 방안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현행 야생생물법에서는 멸종위기 야생동물에 대해서만 규제를 하고 있으며, 동물보호법에서는 개와 고양이 등 일부 종에 대해서만 규제를 하고 있다. 동물보호법에서 정하지 않은 라쿤이나 미어캣은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셈이다. 

어웨어의 실태보고서에 전문가 의견을 첨부한 황주선 수의학 박사(강원대학교 야생동물학연구실 연구원)는 “야생동물은 사람이 일방적으로 만지고, 귀여워하고, 의인화 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물리적인 거리 를 둔 환경에서 관망하고, 있는 그대로 존중해야하는 생명”이라면서 “동물원의 역사가 깊고 그 운영 철학이 가장 모범적인 국가 중 하나로 알려진 독일의 경우를 살펴보면 동물원에서 관람객이 자유롭게 만질 수 있는 동물은 단 한 종, 염소에 불과하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동물카페에서는 동물 사육공간과 방문객이 음식을 먹는 곳이 분리되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다.

이승규 기자  press336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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