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고객 성향 분석 등 빅데이터 적극 활용…대출 규제강화로 중저신용자 어려움 심화 전망

 

[민주신문=유경석 기자] 빅데이터 기술이 발달하면서 신용 격차로 인한 금융소비자 양분화가 예상된다. 대출 시장에서 고신용자는 은행 등 비교적 낮은 금리를, 저신용자는 대부업체 등 높은 금리를 부담하는 이른바, '크레딧 디바이드(credit divide)' 현상이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빅데이터 기술이 발달할수록 신용 격차는 더 벌어지고, 이로 인한 이자 부담 증가로 신용 격차를 더 확대하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어 저신용자의 신용 상승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 대출 양극화...고신용자 '우대', 중저신용자 '외면'

은행들이 고신용자 대출은 늘리는 반면 중·저신용자 대출은 꺼리고 있다. 고신용자들은 이용실적에 따라 금리가 낮아지는 것과 달리 중·저신용자들은 금리가 높은 대부업체와 저축은행을 이용하면서 크레딧 디바이드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NICE평가정보가 지난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에게 제출한 신용등급별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6년 7월 대비 2017년 7월 전체 대출 증가액은 116조 6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눈길을 끄는 것은 신용 등급에 따른 대출 잔액 변화다. 

이 기간 신용등급 1~3등급 고신용자 대출은 861조 8000억 원에서 979조 3000억 원으로 117조 5000억 원(13.6%)이 증가했다. 4~6등급 중신용자 대출은 363조 5000억 원에서 371조 5000억 원으로 8조 원(2.2%)이 증가해 고신용자와 차이를 보였다. 반면 7~10등급 저신용자와 무등급자에 대한 대출은 8조 2000억 원(7.8%)과 5000억 원(14.4%)이 감소했다. 

업권별 신용등급별 대출 증감액을 보면 은행은 1~3등급 대출은 56조 379억 원(117%)을 늘린 반면 4~6등급 4조 5793억 원(-10%), 7~10등급 3조 2222억 원(-7%), 무등급 2939억 원(-1%)을 각각 줄였다. 이와 달리 저축은행과 대부업은 중신용자 대출을 크게 늘렸다. 4~6등급의 경우 저축은행은 3조 1180억 원(89%)을, 대부업은 4386억 원(155%)를 각각 늘렸다. 

특히 은행과 저축은행이 무등급자 대출을 줄인 것과 달리 2%(64억 원)을 늘려 눈길을 끌었다. 대부업체에서 중신용자에 대한 대출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에서 대출이 가능했던 중신용자들이 고금리의 대부업체로 내몰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빅데이터 기술 발달로 신용등급별 선호 '뚜렷'

금융권의 신용등급별 선호는 갈수록 뚜렷해질 전망이다. 빅데이터 기술이 발달하면서 기존의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한 획일적인 상품 판매 방식과 달리 타깃 영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16일 전국 700여 개 디지털 영업점(7000여 개 창구)에서 태블릿PC를 기반으로 하는 빅데이터 기반 상담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빅데이터 기반 상담 서비스는 태블릿PC를 통해 다른 고객들의 금융생활을 자신과 비교하면서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태블릿PC에 본인의 성별과 연령, 거주지, 직업 등 정보를 입력하면 자신과 유사한 정보를 가진 고객들의 월소득, 주택 소유 여부, 월저축 및 소비, 금융상품 보유 현황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스스로의 금융생활을 점검하고 자신에게 맞는 상품 등을 추천받는 방식이다. 

카드사 역시 빅데이터 활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이날 리얼미터, 넷마블게임즈, 아이엠그루 3개 회사와 빅데이터 관련 스타트업인 ‘빅디퍼’에 공동 투자하는 협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국민카드는 이번 투자로 해당 업체의 지분 34.5%를 가진 2대 주주가 됐다. 국민카드는 빅디퍼의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금융상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예림당 도서 'Why? 빅데이터'. 사진=뉴시스

금융권 빅데이터 접목 확대로 중저신용자 대출 제한 예상 

금융권의 빅데이터 활용이 늘면서 중저신용자의 은행 이용은 더욱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카카오스토리나 페이스북 등 공개된 SNS 게시글 중 특정 단어를 인식하는 방식으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재정상황 등을 파악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금융권의 빅데이터 활용폭이 넓어지고 있다. 여기에 대출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제2금융권 이용이 늘고 있다. 

실제 8·2 부동산 대책 이후 주택담보대출이 어려워지면서 자동차대출로 우회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찬대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5년간 은행, 저축은행, 캐피탈사 자동차대출 취급현황 자료에 따르면 자동차대출 잔액은 2013년말 15조 6761억 원에서 2017년 8월말 기준 22조 3133억 원으로 5년 새 6조 6000억 원(42.1%) 이상 늘었다. 

은행권 대출잔액은 2013년 5346억 원에서 2017년 8월말 기준 2조 원으로 4배 가까이 급성장했다. 저축은행권 역시 2013년말 연간 2만대 수준에서 2016년말 4만7000대로 2배 이상 늘었고, 대출잔액도 2013년말 3415억 원에서 2017년 6월말 기준 1조 원에 육박하는 성장세를 보였다. 캐피탈사는 연간 50만대 이상의 이용건수로 대출잔액만 19조 3000억 원 규모로 자동차대출 시장의 강자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빅데이터 활용과 관련 금융권은 연체율을 낮추는 등 긍정적으로 판단하는 데 비해 정치권은 중저신용자의 은행 이용 제한으로 이자 부담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위성호 신한은행장은 "전통적인 금융회사의 영업 방식이 앞으로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비록 초기 단계지만 앞으로는 고객의 목소리나 자주 쓰는 단어까지 분석하면 고객의 성향이나 연체율까지 미리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은 "금융감독당국이 지난해 7월부터 고금리와 저금리로 양분된 대출 시장에서 중금리 대출을 확대하고, 중신용 서민을 위한 목적으로 사잇돌 대출 등 중신용 서민을 위한 금융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금융권에서는 정책적 방향과 다르게 고신용자의 대출만을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부업체에서 중신용자에 대한 대출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에서 대출이 가능했던 중신용자들이 고금리의 대부업체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중신용자들을 위한 금융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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