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7일~29일 세종문화회관 아르헨티나 오리지널 ‘탱고 파이어’ 열려

격정적인 감성과 강렬한 리듬으로 인해 “치명적인 유혹”이라는 표현이 쓰일 정도로 듣는 사람을 사로잡는 탱고, 그 거부하기 힘든 매력의 세계는 장르를 뛰어넘어 다양한 취향의 음악 애호가들을 유혹해왔다

[민주신문=양희중 기자] 외로운 가로등만 반짝이는 어느 항구의 고즈넉한 불빛 밑에서 어둡고 무거운 음색을 지닌 반도네온(Bandoneon)이 이끄는 강렬한 악센트와 열정적인 눈빛을 마주한 채 엮어 가는 탕게로스(Tangueros: 탱고 춤을 추는 사람)의 관능적인 춤. 

이 장면은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춤이자 음악인 탱고의 모습이다. 삶에 지쳐 찌든 인생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항구도시 이민자들이 격정적인 감정을 춤과 음악으로 분출했던 탱고는 스페인의 플라멩코와 함께 가장 열정적인 예술로 손꼽힌다. 

탱고가 가진 무대매너로 인해 “네 다리 사이의 예술”로 불리기도 한다. 열정의 화려한 전성기를 구가했던 탱고는 현재 ‘춤추기 위한 음악’으로서 뿐만 아니라 ‘감상을 위한 음악’으로 발전해 다양한 장르의 중요한 음악적 소재로 사용되는 ‘세계의 음악’이 되어 있다. 

“초 단위로 지금 이 순간의 상대방 감정에 집중해야 합니다. 탱고는 계속해서 상대의 춤, 즉 상대방의 언어를 들어야 합니다."

서울에서 쇼케이스를 연 아르헨티나 탱고 댄서 부부 마르코스 로버츠와 루이스 말루첼리는 “모든 종류의 춤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보여줘야 한다”며 “파트너가 있는 탱고가 한발 더 나아가야 할 점이 있다면 상대의 감정까지 읽어야 한다”고 그들만의 솔직한 대화를 이어갔다.  

 “탱고는 남성은 여성을 이끄는 동시에 배려해야 하고, 여성은 이끌려가지만 자기가 흐름을 조정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영화 ‘탱고 레슨’(1997)을 예를 들었다. 자존감이 강한 유럽 여성이 아르헨티나 남성 댄서에게 탱고를 배우다 화를 낸다. 남성이 이끄는 방식에 불만을 토로한다. 하지만 탱고의 정수는 파트너 간에 힘을 주고받는데서 나온다는 걸 깨닫는다는 내용, 딱 탱고가 그렇다는 설명이다. 

로버츠는 “스페인어 중에 ‘남자는 제안을 하지만 여자는 그걸 받아들인다’라는 말이 있어요. 남자는 여자가 하고 싶은 것을 기다려줘야 해요”라고 했다. 

말루첼리는 “탱고는 저항력을 서로에게 전달하며 파트너간의 긴장을 조성한다”고 했다. “그래서 자신에게 맞는 댄스 파트너를 만나는 것이 쉽지 않아요.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가야죠.” 

탱고는 화려함속에 절제가 있고 절제속에 열정이 있다. 그래서 탱고 커플 중에는 부부가 많다. “일상뿐만 아니라 일도 함께 하니 24시간 내내 붙어 있는데 가끔은 싸운 상태로 춤을 추는 경우도 있다”며 두 사람은 활짝 웃었다. 2005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발레 모라 고도이 단원으로서 처음 만난 이후, 그해 부부의 연을 맺었다. 

브라질 출신의 말루첼리는 14세 때부터 탱고를 배웠다. 21세가 되던 해에 아르헨티나로 건너왔다. 댄스 파트너로 만난 부인 로버츠에 대한 첫 인상은 “전문적인 탱고 댄서같다”는 느낌이 강했다. 관능적인 몸짓과 긴밀하게 호흡을 주고받았던 두 사람은 만난지 4개월 만에 결혼했다. 그리고 12년의 세월을 함께 보냈다. 

두 사람은 오는 10월 27일~2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지는 아르헨티나 오리지널 탱고 프러덕션 ‘탱고 파이어’에 출연한다. 스타 안무가 헤르만 코르네호의 작품으로 2005년 초연했으며 한국서는 2007년 이후 10년 만에 다시 찾은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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