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회부터 일자리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다. 저성장 극복을 위해 ’4차 산업혁명‘이 등장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4차 산업혁명‘은 시민들 사이에 경제적 양극화를 가져오고 일자리를 줄어들게 해 노동시장이 붕괴된다는 불길한 예측도 동시에 던지고 있어서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을 공론화한 클라우스 슈밥은 어떤 생각과 견해를 갖고 있을까? 이번 회부터 2~3회에 걸쳐 클라우스 슈밥의 저서 ’제4차 산업혁명‘을 함께 읽어나가고자 한다. 이 책의 저자이면서 글로벌 어젠다를 던진 본인은 대체 무엇을 보았던 것일까?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는 슈밥의 시각

얼핏 보기엔 ’4차 산업혁명‘의 전도사를 자처한 클라우스 슈밥 회장(이하 슈밥)이 유토피아로써의 미래를 이야기할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그의 저서를 읽기 시작하고 얼마 안되어 슈밥의 견해가 지극히 현실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이 지금까지의 것과는 궤를 달리한다고 말하면서도 지구촌 곳곳에서는 아직도 과거의 산업혁명이 지속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아직도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세계 인구가 13억 명이다. 세계 인구의 17%가 2차 산업혁명을 경험하지 못했다. 3차 산업혁명의 진전은 더욱 되지 않았다. 세계 인구의 절반이 넘는 40억 명이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는 환경 속에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런 언급은 슈밥이 기술매니아로서 얼리어댑터들과 같이 신기술을 떠들어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의 현실을 올바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또한 ’1차 산업혁명‘에 대한 역사적 경험요소를 존중해 기술혁신의 수용정도가 사회 발전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라는 점도 주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4차 산업혁명 이행에 대한 2가지 우려점도 언급하고 있다.
첫째는 현재 진행중인 급격한 변화에 대해 정치, 경제, 사화체제 리더십의 이해력이 낮다는 것이고, 둘째로 ’4차 산업혁명‘을 위한 긍정적이고 보편적인 ’담론‘이 부족함을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말한다

슈발의 2가지 우려는 대한민국의 현실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디스토피아적인 발상을 이어가고 있다. ’4차 산업혁명‘ 경쟁에서 밀리면 일자리를 잃고 극빈층으로 도태될 것이라는 막연한 공포만 갖고 있다. 또한 정부주도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안이 형성되기를 바라고 있다.

필자는 이에 대해 심각하게 보고 있다. 많은 시민들이 정부의 역할을 오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산업의 발전은 곧 경제영역에 대한 이야기다. 경제는 시장의 논리로 이해되고 이야기되어야 한다. 경제공황 이후 케인즈주의가 등장하며 경제에 대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해졌지만, 경제문제의 모든 것을 정부가 개입하거나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본다. 무엇보다 정부는 정책을 통해 리더십을 발휘하는 곳일 뿐, 미래예측하거나 이에 대한 다양한 솔루션을 내놓는 곳이라고 보기 어렵다.

정부 또한 각계각층의 전문가들로부터 도움을 받는다. 정부가 주도하는 연구용역이나 리서치, 서베이를 종합해 정책을 수립한다. 여기에 집권여당, 재임중인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선거 전 공약 등이 가미되어 지극히 정치적인 결정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정부는 공공성을 띨 뿐, 가치중립적이지도 않고 미래지향적이지도 않다.
그런데 문제는 정부에 자문하는 역할을 맡은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에게 달렸다. 대한민국에서 유독 디스토피아적 발상이 팽배한 이유가 바로 전문가들이 ’4차 산업혁명‘이 만드는 사회가 디스토피아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요즘은 ”’4차 산업혁명‘이란 없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용어다. 우리처럼 떠들어대지도 않는다“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독버섯처럼 나타나는 ’사짜산업들‘

그러나 더욱 심각한 것은 이후에 민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창업자나 자기계발에 나서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신종 지식서비스로 ’자격증 장사‘를 하는 이들이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이들 중에는 ’4차산업‘과 ’4차 산업혁명‘의 용어정의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4차산업‘이라는 용어로 모든 것을 통칭하기도 한다.

필자는 이런 거짓 지식서비스를 ’사짜산업‘이라고 칭하고 있다.(여담이지만, 국내에서 ’사짜산업‘이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사람이 필자다. 필자의 저서 ’망하지 않는 창업‘ 166쪽에서 언급하고 있다.) ’사짜산업‘을 분별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쉽다. 우선 ’4차산업‘과 ’4차 산업혁명‘이 어떻게 다른지를 질문해보라. 이후 ’5차산업‘은 무엇이며 ’5차 산업혁명‘은 언제 일어나는지를 물어보라. 이에 대해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면 백프로 ’사짜산업‘이다.(이에 대한 설명은 지난 연재에서 틈틈이 드린 바 있다.)

심화되는 불평등 vs 혜택받는 소비자

다시 슈밥의 저술로 돌아가보자. ’4차 산업혁명‘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슈밥이기에 ’4차 산업혁명‘이 인류에게 혜택을 주는 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제공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혁신과 파괴가 동시에 이루어지기 때문인데, 손익을 따지듯 말하지도 않는다.
경제학자이기도 한 슈밥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혜택을 경제학에서 자주 이야기되는 ’수요와 공급‘의 양측으로 나눠 설명하고 있는데, 한쪽은 긍정적이고 한쪽은 부정적으로 예측하고 있다.
수요 쪽의 소비자에 대해서는 우선 긍정적이다. 삶의 효율성을 높이는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가 등장하고, 이를 거의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과학기술을 통해 소비자가 누리게 될 혜택이 과거보다 현저히 커질 것이라 내다보았다.

그러나 공급에 해상하는 생산부문을 들여다보면서 노동의 문제에 대한 걱정을 내비치고 있다. 신흥국들의 추세를 통해 기업이 자본으로 노동을 대체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여기서 발생한 이윤이 자본가와 이노베이터에게 돌아가 경제적 양극화가 심해진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특히 플랫폼 효과는 이 현상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4차 산업혁명‘ 이후의 세계를 위해 파괴적 혁신이 필요함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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