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리지(매매 수수료) 수익원 자산시장 선점 위해 출혈 감수…중소형 증권사 타격 우려

미래에셋대우ㆍKB증권 본사, 대구 삼성증권 빌딩 전경. 사진=다음 캡처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증권가 주식 거래 무료수수료 전쟁이 미래에셋대우ㆍKBㆍ삼성증권 등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고객 확보 각축전으로 번지고 있다.

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주 수익원 중 하나인 브로커리지(일종의 매매 수수료)의 출혈을 감수하는 상황까지 펼쳐지고 있다. 여기에 대형 증권사의 출혈 경쟁이 중소형 증권사로 번져 고객이 유출되는 등 심각한 우려도 나온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이 지난달 말부터 실시한 주식수수료 평생 무료 이벤트로 2주 만에 모바일증권 나무(NAMUH)계좌가 1만2589건 신규 개설됐다. 이는 하루 평균 1259건 가량 개설된 것으로, 평소 신규 계좌 개설 건수에 비해 10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수수료 평생 무료라는 이벤트의 파급력이 신규 고객을 대폭 늘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미래에셋대우ㆍKBㆍ삼성증권도 고객 확보를 위해 무료수수료 전쟁에 가세하는 모습이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 8월 종료된 무료 수수료 이벤트를 10월로 연기했고,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하면 2025년까지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KB증권은 기존 수수료 면제 기간을 3년에서 10년으로 연장했고, 삼성증권은 올해 말까지 비대면 계좌를 개설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3년간 수수료 면제를 진행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도 수수료 무료 혜택을 2030년까지 늘렸다. 사실상 대형증권사를 중심으로 주 수익원 중 하나인 브로커리지의 출혈을 감수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사진=pixabay

증권사들이 이같이 브로커리지 수익을 포기하는 것은 전체 영업수익 중 비율이 낮아지는 영향이 크다. 대형증권사로 갈수록 브로커리지 수익 비중은 30%에도 미치지 못한다. 실제 NH투자증권은 브로커리지 수익 비율이 전체이익의 20%이고, 미래에셋대우는 26%다. 삼성증권 6% 수준이다.

여기에 주식 거래 수수료 무료 경쟁은 갈수록 커지는 자산관리(WM)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것으로 포석으로 풀이된다. 개인 주식 거래 등 리테일 부문의 실적이 감소해도 계좌를 만든 고객을 대상으로 금융상품을 추천, 자산관리 부문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관련업계는 기존 브로커리지 운용에서 상품운용과 투자(IB), 자산관리 등으로 수익 구조의 다각화를 꾀하는 실정이다.

반면 중소형 증권사의 고객 유출도 우려되고 있다. 아직까지 브로커리지 수익원을 포기할 수 없어 무료수수료 이벤트를 대형 증권사처럼 길게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다. 통상 중소형 증권사는 브로커리지 운용 수익 비중이 대형 증권사보다 높다.

이에 관련, 국내 중소형 증권사 한 관계자는 “일부 고객이 대형증권사의 이벤트로 빠질 수 있다”며 “일시적이든 장기적이든 대형증권사로 옮긴 고객이 주식 거래 이외에 자산관리까지 맡기게 되면 미래 수익원을 빼앗기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중소형증권사 수익이 브로커리지나 다른 상품 측면에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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