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 만큼이나 그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이하 김앤장)’가 구설에 휘말렸다. 공직자 출신이 김앤장에서 근무하다 다시 고위공직으로 복귀하는 ‘신 전관예우’의 표상으로 떠오른 것. 최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된 박한철 변호사가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7월 서울 동부지검장에서 퇴임한 뒤 9월부터 올해 1월 초까지 김앤장에서 일해 온 박 재판관은 지난 5개월 동안 김앤장으로부터 3억 4,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때문에 박 재판관은 인사청문회 당시 ‘전관예우’ 논란에 진땀을 빼야 했고, 김앤장 김영무 대표 역시 청문회 증인으로 신청되는 등 곤혹을 치러야 했다. ‘말’ 많던 청문회는 끝났지만 비난은 여전했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이 고발 방침까지 내세웠으나 김 대표는 외국 출장을 이유로 끝내 청문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앞서 민주당 법사위원들이 공개 요구한 김앤장 고문 및 5급 이상 정부부처 출신 직원들 현황과 명단도 제출되지 않았다. 현정부 들어 고위공직에 오른 김앤장 출신 인사들을 살펴봤다.


‘신 전관예우’ 논란 빚은 인사만 8명, 퇴임한 고위 공무원 이직 허다

이명박 후원회장, 청계재단 이사, 말벗 이재후 대표 변호사 행보 주목


김앤장 인사로 내각을 구성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실제 김앤장의 맨파워는 막강하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박정규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참여정부에서 김앤장 출신들이 권력의 요직에 진출하기 시작하더니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는 권력 진입이 더욱 확대됐다.

그 첫 스타트를 끊은 인물은 바로 이명박 정부 첫 국가정보원 2차장에 임명됐던 김회선 변호사다. 2005년 3월 법무부 기획관리실장을 끝으로 25년간의 검사생활을 끝낸 김 변호사는 이후 김앤장에 들어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 등 주로 전ㆍ현직 재벌 총수들의 비자금 소송을 맡으며 재계에 정평을 받아왔다.


공무집행 후 김앤장 재복귀


그러다 2008년 3월 국정원 2차장에 임명되면서 정계를 긴장시켰다. 국정원 2차장은 국내 정치 정보를 총괄하기 때문에 정치인 비리나 사생활 등 정치인에 관한 모든 정보가 김 변호사에게 모일 수밖에 없었던 것. 이에 따라 일각에선 김앤장이 그 정보를 쥘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았다. 우려가 현실화되면 국회의원도 김앤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셈. 국내 정치인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던 김 변호사는 이듬해인 2009년 10월 김앤장으로 다시 복귀해 기업형사 부문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정부 초대 내각의 주인공이었던 한승수 전 국무총리 역시 김 변호사와 비슷한 경로를 밟아왔다. 13대 국회의원을 시작으로 정치에 입문한 한 전 총리는 외교통상부 장관, 유엔사무총장 기후변화특별대표 등을 역임하는 사이에도 김앤장 고문을 맡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3년 동안 김앤장으로부터 연간 1억 2,000만원 정도씩 근로소득을 받아왔던 것. 2008년 2월 국무총리에 오르면서 김앤장 고문직에서 물러났지만 2009년 10월 총리직을 사퇴한지 한 달 만에 김앤장 고문으로 재영입됐다.

한 전 총리보다 한 달 앞서 사퇴한 서동원 전 공정거래부위원장의 경우 2006년 5월 공정위 상임위원으로 퇴직한 뒤 넉 달 만에 김앤장으로 직행, 김앤장 상임고문으로 지내다 2008년 3월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 다시 부위원장으로 승진해 친정으로 돌아왔다. 그는 공정위 상임위원 시절 마이크로소프트 독점 관련 사건 때 주심위원으로 마이크로소프트사에 대한 제재를 이끌어냈고, 이 영향으로 퇴임 후 김앤장 상임고문으로 지내는 동안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법률대리인으로서 과징금 및 시정명령 취하소송에 대해 자문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직에 있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김앤장 고문을 지낸 경력이 있다. 2007년 8월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에서 물러난 뒤 2008년부터 김앤장 고문으로 있다가 2009년 2월 장관에 임명됐다. 사실상 김앤장에 머무른 기간은 1년에 불과하지만 윤 장관은 김앤장으로부터 총 6억원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식경제부 장관으로 깜짝 내정됐다가 낙마한 이재훈 전 지식경제부 2차관 역시 김앤장 고문으로 활동했다. 2009년 4ㆍ29 재보선에 떨어진 뒤 김앤장에 들어가 15개월간 근무하면서 총 4억 9,000만원의 연봉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 ‘그물망’ 인맥 자랑


한덕수 주미대사와 이제호 민정수석실 법무비서관도 김앤장 출신이다. 한 주미대사는 고문으로 지냈고, 이 비서관은 변호사로 일해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연말 이임식을 치른 박인제 전 국민권익위 부위원장과 공정위 상임위원으로 있는 장용석 전 청와대 제1민정비서관도 김앤장 변호사로 활동한 바 있다.

김앤장 출신이 이명박 정부의 고위 공직자로 발탁되면서 논란을 빚었지만, 그 반대로 현정부 고위 공무원들이 퇴임 이후 김앤장에 새 둥지를 트는 경우 역시 허다하다. 특히 금융감독원의 이동이 잦은 편이다. 지난해에만 전광수 소비자서비스국장, 금융투자서비스국 총괄팀장인 장범진 부국장 등이 금감원에 사표를 내고 김앤장으로 출근했다.

사실 이미 김앤장에는 금감원의 인맥이 그물망식으로 구축돼 있다. 2006년 4월에 만들어진 ‘금융팀’ 팀장으로 김순재 전 신용감독국장이 자리하고 있고, 전승근 총괄조정국 수석조사역, 김금수 은행검사1국 수석조사역, 허민식 조사1국 수석조사역 등 핵심 실무진들이 사표를 내고 합류한지 오래다.

금감원 부원장보를 역임한 이영호 전 증권선물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과 전홍렬 전 금감원 시장회계ㆍ증권담당 부원장도 고문으로 있다. 금감원에서 보험을 책임지던 유관우 전 부원장보는 김앤장에서도 보험분야를 맡고 있다. 김대평 전 은행ㆍ비은행담당 부원장도 2008년부터 김앤장에서 일하고 있다.

금융위 외에도 공정거래위원회ㆍ방송통신위원회ㆍ국세청 등에서 고위직으로 근무하다 퇴직한 사람들 대부분이 김앤장 고문으로 이직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3년간 자리를 옮긴 판검사 및 금융ㆍ세무ㆍ정부기관 공무원 총 63명 가운데 19명이 바로 그들이다. 게다가 이직한 63명의 고위 공무원들은 김앤장이 같은 기간 영입한 새 구성원 217명 가운데 29%를 차지지할 만큼 전직 고위공무원들의 김앤장 합류가 끊이질 않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 조직 내에선 퇴직 공직원들이 공직에서 얻은 인맥과 정보를 활용해 동료들에게 영향력을 미치거나 로비스트 역할을 할 가능성을 점치기도 한다. 지금 같이 전직 고위공무원들이 언제 상관으로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현직 관료들이 선배들의 청탁을 외면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는 것. 더욱이 이들이 다시 공직에 오른 후에는 취업했던 업체나 그곳에서 형성된 인맥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김앤장 출신 ‘전방위’ 포진


일각에선 이재후 김앤장 대표변호사를 주목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상당히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게 그 이유다. <법률사무소 김앤장>의 공저자 장화식 투기자본감시센터 정책위원장은 “이 대통령과 말이 통하는 말벗 3인에 뉴라이트전국연합의 김진홍 목사, 최시중 방통위 위원장과 함께 이 변호사가 포함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판사출신인 이 변호사는 한때 ‘이명박 후원회장’을 맡기도 했으며 현재는 이 대통령이 출연한 330억원으로 운영되는 장학재단 ‘청계재단’에서 송정호 전 법무부장관, 류우익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과 함께 이사진에 등재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정부와 김앤장의 관계를 짐작케하는 대목인 셈이다.

이 변호사가 모습을 보인 것은 2008년 2월 한 전 총리의 인사청문회에서다. 당시에도 김앤장은 전관예우 문제와 관련해 논란을 빚었고, 이로 인해 이 변호사가 참고인으로 나와 한 전 총리의 김앤장 고문 활동에 대해 답변했다. 때문에 김앤장 측은 이번 박한철 헌법재판관의 인사청문회에서도 김 대표 대신 이 변호사로 증인을 변경해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

한편, MBC기자 출신으로 청와대 부대변인을 지냈던 김은혜 KT 전무는 남편이 김앤장 소속 변호사다. 한나라당 대변인으로 활동한 바 있는 조윤선 의원도 김앤장 변호사로 지냈고, 그의 남편 역시 김앤장 변호사다. 결국 청와대와 행정부는 물론 정보기관과 당까지 김앤장 출신들이 득세한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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