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연재 조용필의 내차로가는 세계여행
[유라시아를 품다] 내 차로 가는 세계여행1-③
  • 저자 조용필
  • 승인 2017.08.14 10:29
  • 댓글 0
사진=저자 제공

<프롤로그> 시동을 걸다

2015년 4월 19일, 아침 6시에 집을 나섰습니다. 혼자 덩그러니 남게 된 둘째 아들 걱정이 앞서지만 떠나는 발길을 재촉합니다. 비가 내리는 새벽길을 달려 동해항으로 오는 동안 메세지와 전화가 운전이 어려울 만치 쉼 없이 이어졌습니다. 그 동안 못나게 살아온 건 아니구나 괜히 마음이 뿌듯합니다. 여비가 떨어지면 꼭 연락하라고 하신 분 수두룩 합니다. 그 마음만으로도 넉넉해져 안심이 되었습니다. 빗속을 달려 약속한 10시에 겨우 강원도 동해항에 도착했습니다. 미리 수차례 연락을 주고 받은 페리사 담당자의 도움을 받아 일사천리로 통관업무를 진행합니다. 보세 구역으로 차를 옮겨 세관 검사를 받습니다. 이틀 동안 실은 물품을 혼자 다 내려 X-RAY검사를 받고 다시 싣느라 오랜만에 땀에 흠뻑 젖어보았습니다. 선내 화물칸으로 차를 옮긴 다음 네 바퀴를 야무지게 결박합니다. 세관원의 안내를 받아 다시 보세 구역 밖으로 걸어 나왔습니다. 오후 2시. 퇴색한 유행가 가사처럼 뱃고동 길게 울리며 출항합니다. 항구에 비는 내리는데, 선창가에 서서 눈물 흘리는 이도, 손 흔드는 이도 없습니다. 아무도. 모든 사물은 제 자리에 있을 때가 가장 아름답다고 여기며 살았습니다. 모든 사람은 자기 위치에서 자기 일에 열심히 매진할 때 가장 빛난다고 알고 살았습니다. 모든 것에는 미리 정해진 운명이 있다고, 이 세상에 운명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믿고 살아왔습니다. 내가 고생을 한 것도 운명이었고, 열심히 노력하여 그 고생을 벗어난 것도 운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철없던 중학생이 세계 여행을 꿈꾼 것도 운명이고, 이 여행을 떠나는 것도 운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다의 날씨는 험하고 바람까지 드셉니다. 갑판에서의 별 구경은 어림도 없습니다. 떠난다고 연락도, 작별인사도 못한 곳이 많은데 아쉽게도 이 선박은 와이파이가 불통입니다. 거친 풍랑으로 흔들림이 심한 탓에 선내 욕실에서 이리 저리 뒹굴면서 힘들게 목욕을 마치니 쏟아지듯 잠이 몰려옵니다. 힘들겠지만 좋은 여행을 가겠습니다. 어렵겠지만 멋진 여행을 떠나겠습니다. 목숨 걸 만한 가치 있는 훌륭한 여행을 다녀오겠습니다. 믿고 싶습니다. 그리고 믿습니다. 이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제 운명이라고. 그리고 명심하겠습니다. 이 여행의 최종목적지는 ‘집’이라는 사실을!

사진=저자 제공

몽골 - 50차선 비포장 도로

낮과 밤을 달려, ‘처음’으로 몽골에 가다

러시아 울란우데 남쪽의 카우타Kahuta에서 자동차를 타고는 육로로 처음 국경을 건넜습니다. 러시아를 벗어날 때 출국 심사 후 엄격한 짐 검사를 받았고, 몽골로 넘어오면서도 입국심사 후 또 통관 검사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한눈에 가족 여행자임을 알아본 세관원들에게 한국 여행자의 차량으로는 최초라는 인사를 받으며, 다른 입국자보다 훨씬 관대하고 신속하게 국경을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가급적 밤 운전을 하지 않으려 했으나 국경에서 시간이 꽤 지체 되었기에 부득이 또 야간 운전을 합니다.

동남쪽, 고향 쪽에서 휘영청 보름달이 떠오릅니다. 초원의 공기가 깨끗하기 때문일까 한가위 보름달처럼 밝습니다. 우리 갈 길을 훤히 비추어줍니다. 우리 시골의 지방 도로 수준의 고속도로를 달려 다르한Darkhan을 지나 곧장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Ulaanbaatar로 향합니다. 몽골 운전자 친구들은 맞은편에서 차가 와도 상향등을 낮추는 경우가 없습니다. 밤 운전이 더욱 힘들어집니다.

사진=저자 제공

무질서의 도시, 울란바토르

울란바토르는 몽골어로 ‘붉은 영웅’이라는 뜻입니다. 혁명 영웅을 기리기 위해 도시의 이름을 이렇게 지었습니다. 영웅들의 묘와 정부 청사가 줄지어 있다는데, 울란바토르의 첫 인상은 도무지 정감이 가지 않습니다. 너무 정신이 없습니다. 칭기즈 칸 광장과 의사당 주변으로 현대식 고층 건물이 우후죽순처럼 신축되고 있습니다만 마치 경쟁하듯 자동차마다 쏟아내는 매연과 경적 소리, 마구 내뱉는 가래침, 서슴없이 뿜어대는 담배 연기, 자욱한 먼지, 차선도 신호도 철저히 무시하며 마구 들이대는 차량 행렬. 한마디로 무질서의 한가운데 서 있는 기분입니다.

사진=저자 제공

드넓은 초원과 순백의 호수를 찾아

다르한으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지난밤 보름달 아래 밤길을 사납게 달려오느라 놓친 몽골의 들판 풍경들을 유유자적 즐기면서 다시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몽골에서 가장 매력적인 것은 역시 드넓은 초원입니다. 길에서 벗어나도 그게 곧 또 다른 길이 되는 초원길을 서쪽으로 계속 나아가 내륙의 므릉Murun에 닿았습니다. 므릉에서 100여km 북쪽에 있는, 몽골 최고의 국립공원이며 3백만 몽골 국민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한다는 홉스굴 호수로 향했습니다.

여름 피서철에는 그렇게 붐빈다고 하는데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인적이 드뭅니다. 상가는 폐점 상태이며 숙소도 모두 철수하고 없어 머무를 곳이 없습니다. 북쪽으로 계속 나아가면 시베리아의 바이칼 호수와 이어져 있다는 홉스굴 호수는 위도가 한참 낮은 지방임에도 고도가 높은 탓인지 아직 두터운 얼음과 눈에 뒤덮여 있습니다. 몽골인들은 홉스굴 호수를 ‘어머니의 바다’라고 부릅니다. 이 호수에서 나는 물고기와 각종 약용 식물들이 주변 사람들을 먹이고 살렸습니다.

사진=저자 제공

소와 말과 함께 몽골을 달리다

드디어 본격적으로 몽골다운 몽골을 달리기 시작합니다. 몽골에서는 ‘대통령 골프’처럼 ‘대통령 운전’이 가능합니다. 마주 오는 차도 거의 없고 뒤따라 오는 차도 없습니다. 뒤에서 오는 차가 드무니 우리 차를 추월하는 차도 있을리 만무합니다. 몽골의 들판에서는 되려 차를 보면 반가울 지경입니다. 사람을 보기도 힘듭니다. 인구 300만 정도의 몽골에서는 시골에서 사람을 만나기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차라리 소나 말, 염소나 양 등을 보는 것이 몇 배, 몇백 배는 쉬웠습니다. 겨울 코트가 멋진 동물들이 겨울 들판에서 풀을 찾고 있는 것은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통계에 의하면 몽골에는 약 1억2천만 마리 이상의 동물이 사육되고 있다고 합니다.

몽골의 평균 해발 고도는 1,600m가 넘습니다. 특히 예정 경로인 노튼 로드가 있는 서북지방은 고원 지대입니다. 전 세계 수많은, 차를 타고 여행다니는 사람들이 타지키스탄의 카라코룸 산악지대와 몽골의 노튼 로드를 달리는 것을 소원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나 역시 그들 중 한 명으로 이제 그 길을 향해 달리고 있습니다.

저자 조용필  news@iminju.net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자 조용필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포토뉴스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