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대학생 주거난 해결하는 셰어하우스 스타트업
서울시내 10개 대학 인근에서 18채 ‘에이블하우스’ 운영

안혜린(33) 코티에이블 대표. 사진제공=코티에이블

[민주신문=신상언 기자] 본지 연중기획 [일자리가 미래다]는 청년실업이 만연한 암울한 시대에 희망과 비전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각계각층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마련됐다. 실업자 100만 시대, 취업의 문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설상가상 취업 준비생의 40%는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고 있는 등 취업시장 획일화도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하고 있다.

하지만 갈수록 심화되는 실업난 속에서도 당당히 자신의 분야를 개척하고 새 길을 가려는 ‘청년 창업가’들이 있다. 스스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통통튀는 아이디어로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이들의 창업기를 통해 청년실업의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청년 창업가 인터뷰 시리즈 첫 번째로 캠퍼스 셰어하우스 사업을 하는 (주)코티에이블의 안혜린 대표(33)를 만났다.

소셜벤처 (주)코티에이블은 지난 2015년 설립된 셰어하우스 임대관리 스타트업이다. 현재 서울시내 10대 대학교 인근 지역에서 18채의 셰어하우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80명의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다. 대학생들의 주거난이 심각해 월세 30~40만 원을 내고도 비좁은 고시원이나 반지하를 벗어날 수 없는 현실에서 보다 싼 값에 쾌적하고 넓은 주거공간을 제공하겠다는 게 안혜린 대표의 복안이다.

청년창업가로서 첫 발을 내딛게 된 계기가 있다면.

“대학시절 부동산·도시 분쟁 전문 변호사를 꿈꾸던 법학도였다. 하지만 우연한 기회로 서울대와 한양대 앞에서 셰어하우스 4채를 운영하게 되면서 부동산 임대시장과 임대관리업에 큰 매력을 느끼게 됐다. 이후 대학원에 진학해 도시계획을 전공하며 전문성을 쌓았다. 셰어하우스 중개서비스인 ‘하우스앤드’를 운영하고 ‘에이블하우스’까지 선보이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창업의 길로 발을 내딛게 됐다”

소셜벤처 (주)코티에이블은 지난 2015년 설립된 셰어하우스 임대관리 스타트업이다. 사진=코티에이블

셰어하우스를 주력 사업 아이템으로 선정한 이유는.

“지방에서 올라와 스무살부터 고시원, 하숙, 기숙사 등 안 살아본 곳이 없다. 그러면서 가격 대비 넓은 공간을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며 생활할 수 있는 셰어하우스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 이런 장점들을 가지고 있는 셰어하우스를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만들어보고 싶었고, 캠퍼스 지역에서 살아가는 대학생 전용 커뮤니티 셰어하우스의 컨셉으로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창업을 시작하면서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은데.

“법을 전공했고 사법시험을 준비했던 만큼 사실 창업 분야에는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그만큼 많은 준비가 필요했던 것이 사실이다. 창업 초반, 동아리에서 만난 선배들에게 많은 조언을 구했고 그게 큰 도움이 됐다. 처음에는 교내 창업생태계, 이후에는 서울과 한국의 창업생태계에 대해 차근차근 알아가면서 사업팀을 꾸리고 자금조달을 해가면서 일을 시작했다. 특히 자금조달이나 인력관리는 쉽지 않은 영역이었다. 하지만 열정과 절심함을 가지고 열심히 준비하며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을 하다보니 지금은 조금 나아졌다. 항상 더 나은 방법을 위해 고민하고 계속해서 해법을 찾아가는 중이다”

현재 사업은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나.

“회사를 시작한 지 딱 2년이 됐다. ‘에이블하우스’라는 서비스가 오픈한 지는 7개월이 됐고 이제 조금씩 성장을 향해 멤버들과 함께 달려가는 중이다. 에이블하우스는 6개월 단위로 학생들의 입주와 퇴실을 돕고 있는데, 지금 하반기에 입주하는 2기 학생들을 모집하고 있다. 임대관리업을 하기 때문에 매출도 안정적으로 발생하는 편이다. 공실이 생기거나 시설관리로 인한 자금 문제가 발생할 때가 있지만 천천히 운영노하우를 쌓아가면서 이런 부분들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다”

에이블하우스 전경. 사진=코티에이블

코티에이블의 비전은 무엇인가.

“단순한 셰어하우스의 개념을 넘어 캠퍼스·지자체·인근지역이 상생하는 생태계, 일명 ‘캠퍼스 타운’을 조성하는 게 회사의 커다란 목표다. 학생들이 살아가는 집에서 시작해 일자리·지역재생 등을 조금씩 연계해서 학생들이 살기 좋은 환경에서 자신들의 본업인 공부와 진로탐색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회사의 사명이라 생각한다. 이를 위해 에이블하우스의 글로벌 버전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국으로 유학 온 외국인 학생과 한국인 학생이 함께 살면서 서로의 문화와 언어를 교류하고 추억을 공유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서울에서 글로벌하우스가 성공한다면 이 모델을 외국으로 확장해 볼 생각도 있다. 한국인 학생들이 외국에 나갔을 때 가장 먼저 의지할 수 있는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장기적인 목표이자 꿈이다”

아직 우리사회에 청년창업가가 드문데, 주변에서는 어떤 반응인지.

“지인들 중에도 창업을 한 사람이 별로 없다. 제가 살아온 길이 창업과는 전혀 상관없는 쪽이었기 때문에 저만 좀 다른 방향의 길 위에 서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충분히 고민하고 판단해 결정한 일인 만큼 현재의 삶에 만족하고 있다. 주변 사람들도 그런 저를 존중하고 인정해주는 것 같다”

창업을 후회한 적은 없는지.

“자금 조달이나 인재 관리, 고객과 서비스 운영 부분에서 어려움이 시도때도 없이 발생하기 때문에 매일같이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그래도 그때 그때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면서 스스로 성장하는 걸 볼 때마다 ‘내 삶을 아주 주체적으로 살아가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힘들고 괴롭고 피곤할 때도 있지만 현재의 생활에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다”

심각한 실업난을 겪는 청년세대에 조언 한마디 한다면.

“우선 본인이 어떤 일을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할 수 있는지를 파악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단순히 생활비를 벌겠다는 마음으로만 취업시장에 뛰어든다면 회사 인사관계자의 눈에 들기 힘들다. 스스로 어떤 자리에서 어떤 일을 하는 게 본인은 물론이고 회사에 도움되는 일일지를 판단해서 그에 합당한 회사에 지원하는 게 가장 빠르고 확실한 취업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혀도 본인을 잘 지킬 수 있도록 단단해져야 한다. 저 역시도 끊임없이 고민하며 준비하고 기회를 기다려왔다. 그리고 지금은 모든 역량을 다해 달려가고 있는 중이다. 누구나 스스로 가장 빛날 수 있는 때가 온다고 믿는다. 많이 힘들더라도 조금만 더 힘낸다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올 것이다. 저 또한 더 겸손한 자세로 좋은 서비스를 준비해 많은 대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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