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임유어파더가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 개최된 제13회 부산광역시장배 경기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유일 3세마 후보 클린업조이, 트리플나인-챔프라인 제쳐

데뷔 11개월 밀러 조교사 ‘사람이 웃어야 경주마도 웃는다’

[민주신문=이승규 기자] 3세 경주마 아임유어파더(미국, 3세 수말)가 올해 상반기 최대 이변을 연출했다. 상반기 그랑프리로 불리는 부산광역시장배에서 우승을 거머쥔 것. 특히 한국경마를 호령하고 있는 경주마들을 뿌리쳐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올해 13회를 맞아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 개최된 부산광역시장배는 국산마와 외산마가 총 출동해 연말 대통령배와 그랑프리에 버금가는 규모로 평가받고 있다.

경마 팬들의 시선은 지난해 그랑프리 우승마 클린업조이와 올해 두바이월드컵 결승선에 진출한 트리플나인과의 대결에 모아졌다. 또 5연승을 기록한 챔프라인 등 정상급 경주마들에게 집중됐다.

아임유어파더의 이번 우승은 한마디로 기적 같은 일이었다. 지난해 2세 경주마를 대상으로 열린 경남도민일보배에서 우승하면서 가능성 있는 경주마로 평가받았지만 한국경마 최강의 경주마를 맞아 우승 후보로 평가받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경마에 존재감이 없었던 데뷔 11개월 차 외국인 조교사와 젊은 마필관리사 5명이 우승을 거둘 것 이라는 전망도 나오기 힘들었다.

아임유어파더를 훈련시킨 데이비드 밀러 조교사(54세)는 “강한 상대를 맞아 최선을 다해 우승으로 이끌어 준 마필관리사과 이희천 기수에게 감사한다”며 “이 여세를 몰아 부경 11조를 한국경마 최고의 마방으로 성장시키겠다”며 마방 스텝들에게 공을 돌렸다.

하지만 밀러 조교사의 우승은 기적이 아니었다. 우승 이면에는 조교사와 마필관리사의 과감하고도 치밀한 용병술과 의기투합이 있었다. 뉴질랜드와 일본, 호주, 미국 등에서 경주마 훈련 전문가로 경력을 쌓아온 밀러 조교사는 지난해 9월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 데뷔한 그는 통산 97전 7승이라는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었다. 마방에는 22두의 경주마가 있었지만, 대부분은 다른 마방에서 다치거나 퇴물로 취급받던 말들을 받아 모은 것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재활마방’으로 불리었다.

밀러 조교사는 사실 이번 대회에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아임유어파더는 고질적인 우측 다리 부상이 있어 건강 상태에 따라 경기포기까지도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는 아무리 큰 상금이 걸린 대회여도 경주마가 아프면 쓰지 않는다는 자신만의 원칙이다.

하지만 소속조 마필관리사의 노력과 조교사의 과학적인 훈련이 더해져 아임유어파더의 상태가 호전되면서 “한번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더불어 상명하복씩 고압적인 마방운영이 아닌 마필관리사들이 갖고 있는 능력과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사람 중심의 마방운영을 실현하면서 마필관리사의 하고자하는 열정도 살아났다.

기수 기용 신의 한 수

아임유어파더와 최고의 기승술을 보여준 이희천 기수 기용 역시 신의 한수 같은 용병술로 평가받고 있다. 이 기수는 올해 단 1승을 기록할 정도로 성적이 부진했다. 보통 같으면 다른 기수를 투입하는 게 상책이이서 주변에서도 이 기수를 빼라는 권유가 쏟아졌다. 하지만 밀러 조교사와 마필관리사는 욕먹을 각오로 이 기수로 결정했고 거리 손실 없이 최적의 작전 전개로 우승의 원동력이 됐다.

밀러 조교사는 “한국은 세계에서 경마가 가장 빨리 성장하고 있는 나라다. 치열한 경쟁을 통한 스포츠로서의 경마를 실현하고 있는 부산경남경마는 그 중심에 있다”며 “30여 년 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사람의 웃어야 경주마가 웃을 수 있다’라는 원칙이 생겼다. 지난해 데뷔 할 때 뛰어난 자질과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스텝진을 직접 구성했고, 그들의 능력치를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돕고 우승을 만들어 가는 것이 조교사의 일이다”고 강조했다. 그 믿음은 배신하지 않았다. 이번 우승은 똘똘 뭉친 조교사와 마필관리사의 합작품이자 올해 가장 극적인 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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