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는 지난 2007년부터 ‘정규직 전환 실험’을 통해 정규직 2만 명을 고용해왔지만 임금·복지차별 논란으로 노사 갈등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마트 노사갈등 “정규직 전환” VS “차별 말라”

할일은 많고 갈등은 최고조…결과에 업계 주목

[민주신문=신상언 기자] 무기계약직 차별을 둘러싼 이마트 노사간 갈등이 새 정부가 추진하는 정규직 전환정책의 성패를 가늠할 최대 분수령으로 떠올랐다. 이마트 사태가 정규직 전환 이후 발생할 잠재적 문제점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민주노총 이마트 노조가 근로자 차별문제와 관련한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그동안 곪아왔던 근로자 차별 문제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이마트는 지난 2007년부터 정규직 전환 정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사측에서 정규직이라고 분류한 무기계약직이 실제로는 일반 정규직보다 못한 임금과 복지혜택을 받고 있어 노조의 불만은 고조됐다.

새 정부보다 10년 앞서 정규직 전환정책을 추진해 온 이마트의 사례는 ‘비정규직 제로시대’ 향방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마트 사태가 남길 선례가 향후 곳곳에서 불거질 노사분규의 기준점이나 판례로 작용할 수 있다.

또 당국이 이번 사태에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현재 유행처럼 번진 정규직 전환 요구가 봇물 터지듯 확장될 가능성도 있어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마트 ‘정규직 전환 실험’의 전말

이마트의 정규직 일자리 창출은 지난 2007년부터 실시된 이른바 ‘정규직 전환 실험’을 통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마트는 2007년에는 점포 계산원 직군에서 근무하는 4223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2013년에는 판매용역사원(사내 하도급 직원) 1만772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정규직과는 조금 다른 형태의 채용이었다. 노조 측에 따르면 이마트는 현재 전체 직원 약 3만 명 중 2만 명을 무기계약직으로 고용하고 있다. 사측에서는 이들을 ‘전문직’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통상적으로는 무기계약직으로 근무하는 직원을 일컫는다.

무기계약직이란 기간을 정하지 않고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람을 말한다. 기간을 정하지 않고 근로계약을 맺었다는 측면에서는 정규직과 비슷하지만 처우는 정규직보다 떨어져 소위 ‘중규직’이라 불리기도 한다.

문제는 이 부분에서 발생했다. 사측은 이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고 이야기했지만 실제로는 정규직과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 고용불안을 해소 측면에서만 정규직이지 대우 면에서는 비정규직과 다를 바 없다는 것.

지난 5일 민주노총 이마트 노조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시간 근로자에 대한 차별 시정과 관련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정규직과 무기계약직 간 시간당 임금은 올해 기준 정규직이 9130원, 무기계약직이 6940원이다. 무기계약직의 시간당 급여가 정규직보다 2190원이 적을 뿐만 아니라 최저임금과도 그리 차이가 나지 않는다. 무기계약직 기본급도 66만2000원에 그쳤다.

무기계약직 안에서도 40시간 이상 근로자와 이하 근로자 간 사내 복지에 차이가 있었다. 무기계약직 중 40시간 이상 근무하는 직원들은 3~6개월의 유급 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반면 40시간 미만 단기 근로자는 무급으로 병가 1개월을 사용할 수 있다. 회사 휴양시설도 40시간 이상 근로자만 무료로 이용 가능하도록 돼 있다.

또 무기계약직들은 일반 정규직과 달리 직군 내 승진 제도조차 없다. 노조 측은 지난해부터 사측이 근로계약 연장을 1년 단위가 아닌 3개월, 6개월씩 쪼개서 하고 있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한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노사간 팽팽한 공방 여전

사측은 무기계약직도 정년보장, 임금인상, 4대 보험은 물론 사원복리에서도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며 성과급도 지급되기 때문에 차별이 아니라고 말한다. 또 주 2~3일 근무하는 단기간 근로자에게 일반 정규직과 같은 수준의 복지 제공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마트의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은 자동차 제조업 근로자나 금융권에 종사하는 직원과 달리 같은 일을 하고 있지 않아 업무의 경중에 따라 직군별로 급여가 상이할 수 있다는 게 사측 입장이다. 정규직은 사무·관리 업무를 맡고 캐셔·상품진열 등 업무를 보는 무기계약직은 급여나 승진에서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수찬 민주노총 이마트 노조위원장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임금·복지에서 차별받는 단시간근로자만 늘어나고 있다”며 “지방노동위원회에 차별시정 요청을 해 인정받은 바 있지만 사측은 시정을 받아들이기는커녕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이어 “중노위에서도 단시간근로자 병가무급, 휴양시설 이용불가 사안에 대해 차별이라고 판단, 시정명령을 내렸는데 회사에서는 또 다시 행정소송을 접수했다. 이는 힘없는 노동자들을 누르기 위한 사측의 법적 대응이다”라고 덧붙였다.

공재훈 이마트 홍보팀 부장은 “노조가 주장하는 차별에 대해 사측은 차별이 아니라고 보고 있으며 근무시간과 업무성격이 다른 직원들에게 똑같은 수준의 복지를 제공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노조 측에 어떠한 대응을 한다기보다는 일단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정의당 이정미 원내수석부대표와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이마트노동조합원들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나쁜 일자리-비정규직 양산하는 이마트 규탄 및 단시간 노동자 차별시정 행정소송 접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입장차 갈린 정규직 전환 요구

정규직 전환 문제는 단순히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문제를 넘어선다. 이마트 노사분규처럼 정규직 전환 이후 차별 문제가 불거지는가하면 정규직의 소속 문제도 노동자들에겐 중요한 사안이다.

국내 3대 통신업체인 LG유플러스는 최근 불어 닥친 비정규직 제로 시대에 발맞추기 위해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 측에 협력업체 정규직을 제안했다. 사측에서 나서서 정규직 전환을 이야기했음에도 불구하고 노조 측은 반기지 않았다. LG유플러스 협력업체 직원들을 협력업체가 아닌 LG유플러스 자회사 소속의 정규직으로 바꿔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KT와 SK브로드밴드 등 업체들은 별도 자회사를 통해 직원들을 직접 고용하고 있는 반면 LG유플러스는 2500명의 서비스 기사들을 하도급업체와 계약을 통해 고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지부 측은 LG유플러스가 올해들어 6곳의 협력업체를 교체했기 때문에 원청에 소속되지 않는다면 여전히 고용불안에 시달릴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또 협력업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고 해도 소속이 달라지는 과정에서 신입으로 재고용되면 임금에서 손해볼 위험도 있어 이런 부분에 대한 보호 문제도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LG유플러스 측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양측은 아직 뚜렷한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태다. 근로자의 고용불안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정규직 전환 문제는 그리 단순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 LG유플러스 사태의 결과에 따라 정규직 요구 열풍은 케이블업계 전체로 봇물 터지듯 퍼져 나갈 가능성도 있다. CJ헬로비전은 현재 40여 개 협력업체에 1600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며 티브로드는 1400여 명, 딜라이브는 19개 협력사에 1000여 명이 근무 중이다.

우리도 정규직 해달라!

실제로 업계에서 어떤 선례를 남기는가에 따라 정규직 전환 요구는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가고 있다. ‘비정규직 제로’가 사회적 화두가 되면서 소위 “우리도 정규직으로 전환해 달라”는 식의 주장이 빗발치고 있다.

지난달 15일 비정규직인 서울대 '비(非)학생 조교'들이 정규직에 준하는 '무기계약직' 전환과 임금 보장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해 '준정규직(무기계약직)' 전환과 정규직(8급) 대비 88% 임금을 보장받게 됐다.

이에 서울대 학내 식당·매점·기념품 가게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직원들도 정규직 전환을 주장하고 나섰다. 서울대 대학노조는 생협과의 임금협상 과정에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다.

현재 서울대 학내에서는 생활협동조합과 관련해 26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 중 정규직은 105명, 비정규직은 160여 명에 달한다. 대학노조는 임금 인상과 단일호봉제 등 정규직에 상응하는 대우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 외에도 서울대 내에는 각종 연구소 내 석·박사급 인력, 시간제 강사 등 수없이 많은 비정규직 인력들이 근무하고 있다. 국공립대학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60%는 비정규직이다. 뚜렷한 기준과 원칙없는 무분별한 정규직 전환이 몰고 올 파장은 상상 이상으로 커질 수 있다.

새 정부 들어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이야기하면서 정규직 전환 바람이 민간기업에도 불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모든 직군을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양분해 고용할 수 없다. 실제 근로현장에서 정규직만 필요한 것도 아니다. 사측과 노조간 정규직에 대한 개념 정의와 근로 복지에 대한 해석 차이에 따라 분쟁의 여지도 곳곳에 숨어있다.

실제로 통계청이 지난 2016년 8월 기준으로 발표한 비정규직 비율은 전체의 32.8%로 나타났지만 노동계에선 비정규직 비중을 44.5%로 잡았다. '상용 정규직 근로자가 아니면 모두 비정규직'이라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원은 “정규직 전환 이후 발생하는 차별 문제는 정부에서 아직 본격적으로 이야기한 부분이 없고 관련 법과 제도도 정비되지 않았다”며 “국회법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 부분도 있고 공공부문이 선도적으로 나서 정책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분명한 건 현재 우리사회 근로자 중 40% 이상이 비정규직인 만큼 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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