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대 문재인 대통령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취임사에서 강조하신대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드는 데 힘써 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를 함께 만들어 가시지요. 문 대통령 좌우명은 재조산하(再造山河)이지요. 이는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이 실의에 빠져 있던 서애 류성용에게 적어준 글귀입니다. ‘나라를 다시 만든다’는 이 말이 지금 시점에 딱 어울립니다.

1948년 건국 이후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 11명 가운데 한 분도 화폐에 초상화를 싣지 못하고 있습니다. 광장에 동상 하나 세우지 못하고 있지요. 국가적 불행입니다. 역사적 심판과 도덕적 잣대에 따라 국민의 존경 받을 대통령이 없었다는 것은 국가적 수치입니다. 대한민국의 국격(國格)과 너무나 어울리지 않습니다.

지금 대외적으로 외교·안보적 위험이 어느 때보다 큽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19세기 후반∼20세기 초 서세동점(西勢東漸), 1945년 분단 상황에서 빚어졌던 분열과 혼돈의 역사에서 배워야합니다. 대내적으로는 안정과 개혁이 급선무입니다. 여소야대의 국회 구조와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협치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협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입니다.

우리 경제의 과제는 산더미와 같습니다. 1300조원 넘는 가계 부채, 빚 부담과 고령화에 눌려 살아나지 않는 내수, 사상 최악의 청년 실업난이 심각합니다. 더욱이 저금리에 기대 그럭저럭 버텨온 부실기업들, 노동 개혁이 안 돼 점점 벌어지는 일자리 격차와 임금 격차 등 위험 요소가 쌓여있습니다. 이런저런 규제에 묶여 신(新)산업이 자라나지 못합니다.

민주신문이 올해로 창간 20주년을 맞았습니다. 우리나라 타블로이드 시사주간지 역사가 대략 23년이라 볼 때, 저희가 걸어온 길은 결코 짧지 않습니다. “한 넝쿨에 달리는 호박은 아랭이, 다랭이”란 말이 있습니다. ‘그게 그거다’는 겁니다. 저희는 지난 20년 동안 독립언론 외길을 걸어왔습니다. ‘그게 그거다’는 냉엄한 지적을 두려워하며 화제와 특종의 역사를 써왔습니다.

시사주간지는 메이저 언론사가 발행하는 매거진 자매지부터 저희 같은 독립 언론사의 타블로이드까지 다양합니다. 시사주간지 시장에도 ‘밴드 왜건 효과’와 ‘언더 독 효과’가 상존합니다. 거대 언론사가 발행하는 매체에 독자들이 몰리기도 하지만, 알차고 정직한 매체를 독자들이 더 찾습니다. 권력과 터부에 도전하는 끈기와 근성으로 알권리를 보장하기 때문입니다.

민주신문이 창간된 1997년은 국가 부도 위기에 IMF 구제금융을 받던 시기였습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약자의 편에서 인권 변호사로 활동했지요. 억눌린 자 쳐들고 굽은 것 펴는 데 매진하셨지요. 그런 의미에서 민주신문과 문재인 대통령은 20년 동안 함께 올바른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한 길을 걸어 왔다고 믿습니다.

인터넷 발달로 종이신문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흔히 시사주간지는 트릴레마(삼중고)에 빠졌다고들 합니다. 광고와 판매수익이 줄고 독자도 감소하는 위기입니다. 그러나 위기(危機)는 기회입니다. 위기라는 말은 위험(危驗)과 기회(機會)라는 두 가지 뜻을 간직하고 있지요. 저희는 이 위기를 기회로 승화시키고자 합니다.

모든 판단은 독자 여러분들의 몫입니다. 거대 자본을 앞세운 메이저 언론도 절대 못 다루거나 안 다루는 기사가 수두룩합니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쉽게 알권리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거대 자본의 오만이지요. 오만은 결국 도덕적 해이를 부릅니다. 민주신문은 오만과 해이를 거부합니다. 언론의 사명을 다하면 자만하지 않고 절망하지 않겠습니다.

전설의 동물인 용의 긴 목에는 거꾸로 박혀 있는 비늘이 하나 있습니다. 역린(逆鱗)이지요. 용은 다른 건 다 용서해도 역린을 건드리는 자는 용서하지 않습니다. 보복합니다. 역린을 건드리면 잡혀 먹힙니다. 언론에서 역린은 독자를 무시하는 겁니다. 민심이 천심이듯, 독자는 왕입니다. 민주신문이 근성과 끈기로 1등 시사주간지를 만드는 ‘존재의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드는 마부위침(磨斧爲針)의 각오를 다시한번 다지겠습니다. 산을 만나면 길을 내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는 자세로 임하겠습니다. (봉산개도 우수가교 逢山開道 遇水架橋) 지난 20년을 거울삼아 새로운 20년을 지혜롭게 준비하겠습니다. 거듭 문제인 정부 출범을 축하드리며, 민주신문 독자 여러분의 변함없는 성원 당부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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