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의 1위 스타벅스, 매출 1조 전체의 25% 1000호점 돌파

가파른 성장세 이디야, 침체 늪 빠진 국내 브랜드 분발 견인

[민주신문=신상언 기자] 4조 원대 시장으로 성장한 커피전문점 업계가 해외-국산 대표 브랜드인 스타벅스-이디야커피로 재편되고 있다. 시장 포화 상태라는 주변의 우려를 잠재우며 무섭게 세를 불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스타벅스의 국내시장 점유율이 25%를 넘기면서 투섬플레이스, 카페베네, 탐앤탐스 등 토종 커피브랜드를 잠식해가고 있다. 이 와중에도 이디야는 점포 수 2100개를 돌파하며 국산 브랜드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2일 전자공시시스템에 각 커피전문점 업체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스타벅스·커피빈 등 해외브랜드 커피전문점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상승한 반면 카페베네·망고식스 등 국산 브랜드는 매출이 감소하거나 영업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경우 지난해 매출액은 총 1조28억 원으로 지난해(7739억 원) 대비 29.57%나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852억 원, 당기순이익 652억 원을 기록해 각각 80%, 131% 늘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커피전문점 시장 규모는 약 4조 원에 달하는데 스타벅스 매출은 전체의 1/4를 차지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지난해 말 1000호점을 돌파하며 매출과 규모 면에서 국내 시장을 점점 잠식해가고 있다.

커피빈코리아도 지난해 매출액 1460억 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대비 5%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각각 63%, 68% 늘어 해외 브랜드의 국내시장 잠식에 힘을 보탰다.

반면 국산 커피전문점 하향세는 두드러졌다. 카페베네의 지난해 매출액은 817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3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손실은 134억 원, 당기순손실은 336억 원을 기록했다. 한때 국내 커피전문점의 신화로 불리던 카페베네의 지난해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148억 원이 되면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이밖에 탐앤탐스, 빽다방 등 국산업체들도 매출과 이익 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디야의 지난해 매출액은 1535억으로 13% 늘었고 점포 수도 2100개를 돌파하는 등 국산 브랜드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현재 매출 부분에서 3~4위권을 형성하고 있지만 점포 수에서 독보적인 1위를 점하며 성장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이상헌 한국창업경영연구소장은 “커피전문점 업종은 브랜드가 가진 접근용이성과 아이덴티티가 중요하다”며 “앞으로 점포 수가 많고 이용하기 좋은 위치에 있는 커피전문점 브랜드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편 스타벅스·커피빈 등 해외 업체들의 호황은 로열티, 배당금 등을 통한 국부유출 논란으로까지 번지고 있어 이디야 등 국산 업체의 선전은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디야 급성장의 비밀

이디야커피는 현재 스타벅스의 공세에서 국산 커피의 자존심을 지킬 유일한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다. 스타벅스가 매출액·점유율 면에서 1위라면 이디야는 가격·점포수 면에서 단연 1위다.

또 이디야는 그동안 국내 업체들이 답습한 실패의 공식을 따르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국산 커피브랜드의 몰락 이유로 무리한 출점 전략과 해외진출 실패, 신사업 확장 등을 꼽는다. 프랜차이즈 경영을 외주에 의존하다보니 각 점포마다의 재정건전성과 매출 규모를 따지기보다는 점포 수 확장에만 치중한 게 실패요인이었다.

또 카페에서 시작한 사업을 빵집, 드러그 스토어, 외식업 등으로 확장하면서 경영악화를 자초했다. 섣부른 해외진출도 실패의 원인이었다. 내부적 경영 실패와 밀고 들어오는 해외 커피브랜드의 공세에 카페베네·세븐몽키스·빽다방 등 국산 점포들은 줄줄이 문을 닫았다.

반면 이디야는 이와 반대되는 경영전략을 구사했다. 김현정 이디야 CR팀 과장은 “이디야커피는 설립초기부터 본사 차원에서 출점에 상당한 신경을 썼다”며 “출점 제한을 거리가 아닌 행정구역상 또는 상권분석을 통해 치밀하게 계획하며 확장해 나갔다”고 말했다.

이어 “2006년 중국 진출에서 실패를 맛본 뒤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쫓기듯 해외 진출 모색을 하는 게 아니라 차근차근 충분한 검토를 거친 뒤 진출하려고 한다”라고 덧붙였다.

또 유통전문가들은 이디야의 성공에 대해 커피 본연의 업종에만 집중한 게 주효했다고 분석한다. 이와 같은 경영 전략은 이디야뿐만 아니라 현재 상승세를 구가하고 있는 해외 커피브랜드 업체들도 구사하고 있어 쇠퇴하는 국산 커피전문점 업체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스타벅스-이디야 무엇이 다른가?

현재 스타벅스와 이디야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전략으로 승부하고 있다. 공통점은 커피업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다양하고 차별화된 메뉴 개발에 주력한다는 점이다.

이디야에서 선보인 ‘이디야 리얼 니트로’는 출시 20일 만에 20만잔 판매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통상적으로 니트로커피는 고가 장비와 기기로 인해 한 잔 당 5000~6000원 대에 판매되는 ‘프리미엄’ 커피로 인식돼 있다. 하지만 다른 브랜드에 비해 30~40%가량 저렴한 3900원에 니트로커피를 선보였다.

이디야 관계자는 “168시간 저온 숙성한 니트로 원액에 저렴한 비용으로 질소를 주입하는 기술을 개발해 선보인 커피”라며 “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오면 판매량이 더욱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이디야는 강남구 논현로에 이디야커피연구소를 설립했다. 사옥 1~2층을 활용해 커피를 개발하는 장소를 선보인 것. IT도 아닌 커피업종에서 R&D에 투자를 아끼지 않은 셈이다.

스타벅스도 여름철을 맞아 나이트로 콜드브루를 출시하고 계절별 메뉴는 물론 시즌별 마케팅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무리한 확장경영을 하지 않고 커피에 집중하는 두 회사의 공통된 경영 전략은 치열한 커피전문점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이다.

하지만 두 회사는 가격·품질·서비스 면에서는 전혀 다른 콘셉트를 가지고 있다. 스타벅스는 대체로 타 브랜드 커피에 비해 비싼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지만 다양한 마케팅과 타깃팅으로 브랜드 충성도를 늘려나가고 있다. 20대 젊은이들 사이에서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신다는 것은 음료를 사먹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스타벅스가 노리는 마케팅 포인트다.

반면 이디야는 합리적인 가격과 용이한 매장접근성으로 소비자에게 어필하고 있다. 전형우 홍보담당은 “원두 로스팅을 동서식품에 맡겨 따로 별도 비용이 소요되지 않는다”며 “제조·유통 과정에서 절약된 비용을 바탕으로 고객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의 커피를 제공하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라고 말했다.

2100호점이라는 기록적인 점포 수도 이디야만의 강점이다. 지난 2013년 1000호점을 돌파한 이래 지난해 2000호점을 돌파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디야는 매년 300개 이상의 점포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매장수로는 스타벅스의 2배에 가깝다. 커피전문점은 커피의 맛과 질도 중요하지만 약속과 만남·여가의 장소라는 측면에서 접근 용이성이 성공의 관건으로 여겨진다.

해외 브랜드 국부유출 논란

현재 스타벅스의 시장 점유율은 전체의 25%에 달한다. 나머지 2~4위 업체의 매출액을 더해도 스타벅스 한 업체의 매출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해외와 국내 대표 브랜드로 시장이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그 차이를 극복하기란 쉽지 않다.

문제는 해외 업체가 호황을 누릴수록 국내의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갈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스타벅스는 매출의 5% 정도를 로열티로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년간 스타벅스의 로열티는 54억 원에서 500억 원으로 10배나 불었다. 또 로열티 증가율이 매출 증가율을 훨씬 넘었다. 반면 2015년 기부금은 매출의 0.15%(12억4000만 원)에 불과했다. 국부유출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먹튀’냐 자본주의 시장경쟁 체제의 당연한 순리냐를 두고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독일의 스포츠용품 업체인 아디다스, 일본의 의류업체 유니클로 등이 국내에서 엄청난 매출을 올린 뒤 로열티·배당금 명목으로 자금을 유출시켜 사회적 문제가 된 바 있다. 현재 유한회사로 등록된 회사는 회계감사의 의무 등이 없어 국부유출은 물론 세금탈루 의혹까지 있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스타벅스·커피빈 등 해외업체들의 선전을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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