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 뒤 밀실서 ‘묘한’ 소리만 솔솔

<한국형 좌식문화를 표방한 ‘온돌 형식’의 신종카페인 일명 ‘룸 카페’ 열풍이 일고 있다. ‘룸 카페’는 노래방, DVD방에 이어 청소년을 비롯한 젊은 층의 데이트 장소로 각광을 받으며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폐쇄적인 방 모양으로 꾸며진 밀폐된 공간에서의 강도 높은 애정행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음식점으로 신고 되어 있지만 모텔을 연상케 하는 특이한 구조는 청소년의 탈선 장소로 이용되는 등 여러가지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는 것. 이에 논란이 되고 있는 ‘룸 카페’를 본지가 직접 찾아가봤다.>
 
“요새 룸 카페에 푹 빠져있어요.” 김주희(가명·여·23) 씨의 말이다. 그녀에 따르면 2년째 사귀고 있는 남자친구와 갈만한 곳도 없는데 힘들게 돌아다니는 것 보다 룸 카페에서 편하게 쉴 수 있어서 선호한다는 것이다. 

황진영(가명·24)씨 역시 “여자친구와 룸 카페를 자주 이용한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여자친구와 둘이서 오붓한 시간을 즐길 수 있어서 좋다. 밀폐된 공간에 둘이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킨십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커튼 하나로 ‘밀실’ 변신
 
이들 뿐만이 아니다. 온돌식으로 꾸며진 ‘룸 카페’는 대학생이나 청소년 커플, 직장인 커플에 이르기까지 찾는 이들이 늘면서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실제 포털사이트를 검색해보면 룸 카페에 대한 다양한 정보와 이용후기 등이 수백개 올라와 있다.

룸 카페는 폐쇄적인 방 모양으로 꾸며져 있다. 독립된 공간에서 TV를 시청하거나 영화를 보고 게임도 할 수 있으며 노래방 기능이 있는 곳도 있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편히 누워서 즐길 수 있다는 매력에 최근들어 뜨거운 인기를 끌고 있다. 이용 요금도 비싸지 않아 청소년과 대학생들 사이에선 ‘놀이공간’으로 크게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일각에선 난립하고 있는 룸 카페가 청소년의 탈선의 장소로 이용되며 커플들의 지나친 애정행각은 잘못된 성문화를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제 울산 경찰은 ‘룸 카페’가 청소년의 탈선을 조장할 수 있다고 보고 단속에 나선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은 룸 카페는 타인의 눈을 피해 과도한 스킨십과 흡연 등 청소년의 탈선장소로 이용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업주를 상대로 풍기문란행위 방지 의무 위반 행위 등을 중점 단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룸 카페의 경우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해 음식과 음료수, 주류 등을 파는 ‘식당’으로 분류되지만 시간 요금제가 적용되고 폐쇄적인 방 모양으로 객실이 꾸며졌다는 점이 특징이다.
 
‘시간제 요금’ 모텔보다 저렴
 
실제 기자는 평일 저녁 룸 카페의 행태를 알아보기 위해 서울 소재의 한 룸 카페를 찾았다. 계단을 올라 입구에 들어서자 룸 카페 매니저가 나와 신발주머니를 건넸다. 선불제로 운영되고 있어 신발을 신발주머니에 넣고 계산을 먼저 해야 했다.
 
룸 카페의 경우 보통 2~3시간을 기본으로 하고 있고 시설정도의 차이에 따라 이인요금 기준으로 1만2,000원~2만원선이며 시간을 추가할 수 있다. 밤 12시부터 오전 5시 혹은 8시 타임까지 있어 모텔비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밤을 지새워 놀 수도 있다.

매니저의 안내에 따라 계단을 오르자 룸들이 즐비한 복도가 나왔다. 좁은 복도 사이로 커튼이 쳐진 룸들이 나란히 있었다. 오후 7시가 조금 지난 시간대여서인지 비어 있는 룸들이 눈에 띄었다. 커튼을 열고 룸에 들어서자 바닥은 침대 매트리스를 깔아 놓은 듯 푹신했고 알록달록한 쿠션들이 눈길을 끌었다.

둘이 뒹굴기에 충분한 크기의 룸에는 LCD TV와 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테이블 벽면에는 배달 음식을 시킬 수 있는 여러 종류의 식당 전화번호들이 적혀 있었다. 음식점으로 분류된 룸 카페에서 다른 식당의 음식을 시켜 먹을 수 있다니 아이러니했다. 욕실이 없을 뿐, 일반 모텔과 별 차이가 없었다.

뷔페 형태의 음료와 간식을 챙기기 위해 로비로 향했다. 커플이 들어오고 있었다. 생각보다 나이가 있어 보이는 커플이었다. 당당한 남자의 표정과는 달리 여자는 뭔가 수줍은 표정으로 남자의 뒤에서 눈치를 보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매니저의 말에 따르면 룸 카페가 생긴 초반에는 청소년과 대학생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
는 퇴근한 직장인 커플들이 많이 온다고 했다. 간식거리를 챙겨들고 다시 룸으로 돌아왔다.
 
테이블에 간식접시와 음료를 내려놓고 휴식을 취한지 어느덧 한 시간이 지날 무렵 커플들이 속속들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이에 다시 컵을 들고 로비로 내려갔다.
 
탈선 현장 전락 우려
 
다른 음료를 리필 받으며 매니저와 대화를 시도했다. 매니저에 따르면 보통 낮 시간에 대학생커플들이 많이 오고 오후 3~7시 사이에는 청소년 커플이 많이 온다고 했다. 오후 8시가 되면 직장인 커플들을 비롯한 다양한 연령대의 커플들로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그가 들려준 에피소드도 관심을 끌었다. 그는 “한번은 퇴실 시간이 지나서 청소를 하러 올라갔다. 보통 룸 밑에 신발주머니를 놓아두는데 신발주머니가 보이지 않아 커튼을 치고 들어갔는데 연인들이 키스 이상의 스킨십을 하고 있어서 민망했다”고 토로했다.

덧붙여 그는 다른 룸 카페의 경우 실제 성행위를 하다가 적발돼 퇴실 당한 커플들도 있다고 전했다. 진한 스킨십을 하는 커플들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성관계를 하다가 적발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느 정도 서로 쉬쉬하는 분위기가 팽배하고 장사하는데 지장이 있기 때문이다.

한참 이야기꽃이 필 무렵, 대화를 나누던 매니저는 손님들의 룸을 안내하기 위해 자리를 비워야 했다. 음료를 새로 담고 룸으로 가기 위해 복도에 들어서자 26개의 룸은 어느덧 커플들로 커튼이 굳게 쳐져 있었다.

현행법상 일반음식점의 경우 잠금장치를 하지 않으면 객실을 설치할 수 있고, 휴게음식점의 경우 객실은 설치할 수 없는 대신 1.5m 미만의 칸막이를 설치할 수 있는 것으로 돼 있지만 룸 카페의 경우 일반음식점으로 허가한 뒤 잠금장치 대신 커튼을 사용해 법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가고 있었다.

천장 벽면이 옆 룸들과 뚫려 있어 방음은 전혀 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커플들의 은밀한 말소리와 신음에 가까운 웃음소리까지 들렸다. 민망함에 TV 볼륨을 조금 높였지만 어느새 귀는 옆 커플들의 은밀한 놀이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들이 키스를 하며 애정행각을 벌이는 소리와 과도한 웃음소리들이 밖으로 새어 나왔다. 밖에는 이제 막 들어온 커플들과 룸을 안내하는 매니저가 지나고 있었지만 이들을 제지하는 소리는 없었다.

커플들이 비밀스런 행위는 룸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었다. 실제 공간적인 특성상 신을 벗고 밀폐된 공간에 들어가 자유롭게 누워서 즐기다 보면 어느 순간 뜨거운 욕망에 사로잡힌다는 것이 커플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룸 카페에서 만난 24살 정씨는 “남여가 밀폐된 공간에 같이 누워 있으면 솔직히 키스하고 싶고 만지고 싶은 것 아니냐”며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키스를 하거나 때론 더 진한 스킨십을 하기도 한다”고 고백했다.
 
덧붙여 그는 “여자친구와 사귄지 얼마 되지 않아 진도도 나가고 싶고 어색한 것도 풀고 싶어서 작정하고 찾았다”고 살짝 귀띔하기도 했다.

출출해 야식을 시켜먹고 잠시 쉬고 있는데 인터폰이 울렸다. 퇴실시간이 된 것이다. 저녁 10시 반 경. 나가려고 보니 어느덧 비어 있는 룸은 없고, 룸이 나오길 기다리는 다정한 커플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김초희 기자
cococh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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