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엔사무총장에 첫 도전장
# 당선 가능성 50대 50, 모든 상임이사국(P5) 찬성 이끌어내야
# 40년 경력의 외교통, 고교시절 케네디 전 대통령 만나기도

최근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유엔사무총장에 출사표를 던져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반기문 장관은 2차례 유엔 근무경험과 사무총장 비서실장 활동으로 유엔 사무국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영어와 프랑스어 구사에 능통하다.
지난 한국전쟁 당시 유엔의 도움을 받았던 우리나라에서 유엔사무총장이 나온다면 이는 매우 뜻깊은 일이며 그 의미는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솔직히 말하면 제가 한국안에서 가장 적절한 후보인지 장담 못 드리겠다. 다만 장관과 과거 유엔 경력을 봐서 정부가 추천한 것 같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외교부에서 소위 가장 잘 나가는 관료 경력과 능력에도 불구, 위·아랫사람 모두에게 겸손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부드럽고 강인함, 철두철미한 업무능력이 국제무대에서 많은 친구들을 확보한 요소들이다.10여페이지에 달하는 외교 전문도 실무자를 무색할 정도로 쉽게 암기한다. 일이 취미란 우스갯소리도 따라다닌다.

반 장관은 한 때 ‘주사’라는 별명을 갖기도 했다. 고위직이면서도 그 직급에 관계없이 자질구레한 일도 손수 챙겼던데서 붙여진 별명이라고 한다.
반 장관은 충주고 재학 시절, 독학으로 갈고 닦은 영어실력으로 미 정부가 주최하는 영어대회에 나가 입상했다. 이로 인해 미국의 케네디 전 대통령을 만날 기회를 갖기도 했다.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제3회 외무고시에 합격한 그는 40년 가까운 외교관 생활 관운이 좋은 편이다. 반 장관은 북미국장, 차관보, 차관 등의 요직과 청와대의 외교안보수석비서관과 외교보좌관을 거쳤다.

이런 경력으로 그는 2001년 9월 당시 한승수 외교부장관이 겸임했던 제56차 유엔총회의장 비서실장으로 발탁되기도 했다.
발탁될 즈음에 뉴욕 9.11사건이 발생해 그와 관련된 유엔 차원의 테러리즘 대응조치, 그리고 이견 조율 업무를 수행하는 등 나름대로 상당한 경험을 쌓았다.

그가 외교부 장관으로 임명될 당시 영국 로이터통신은 “청와대와 외교부 사이에 벌어진 틈을 추스리고 한·미 동맹 관계 위에서 한 국의 외교를 구축해나갈 수 있다는 측면에서 최고의 선택”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사무총장 선출 열쇠를 쥔 프랑스의 경우 후보 자격으로 프랑스어 구사실력을 요구할 가능성도 많다. 반 장관은 외무고시 시험을 불어로 봤고, 유엔 근무시절 점심시간을 활용해 불어를 익혔다.

지난해부턴 하루 1시간 개인 교습을 통해 불어 실력을 복원, 지난 3일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불어로 특강, 프랑스 측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그의 부지런함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일요일 출근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며 새벽부터 밤까지 일하는 게 몸에 배어있다. 특히 “외교부 전직원 가운데 가장 체력이 좋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의 외교 일정 강행군은 유명하다. 미국과 유럽, 중동, 아프리카 출장 때 시차를 감안, 이동하는 시간에 비행기에서 숙박하는 일정을 잡는 게 다반사다.
그는 별도의 체력관리를 하지 않으며 “일하는 것 자체가 체력관리”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반 장관은 특히 ‘낮잠’을 자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런 탓에 반 장관이 취임한 이후 주요 간부들이 점심식사후 10∼20분의 토막잠을 멀리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고 한다. 부득이 토막잠이 필요하다면 간부들은 부하 직원에게 ‘세면장에 갔다’는 본의 아닌 거짓말을 준비시켜야 한다는 것.

반 장관은 유엔개혁 구상에 대해 “총회의 기능과 권능이 강화돼야 하고 안전보장이사회의 개혁 등도 계속 관련국과 협의해야 한다. 특히 최근 유엔 사무국에 대한 개혁 요구가 높다”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또 한국이 유엔 분담금을 체납하고 있는 것과 관련, “1억2000만 달러를 체납하고 있는데 바람직하지 않다. 예산 당국과 협의해 보겠다”라고 언급했다.
반 장관이 한국인 최초의 유엔 사무총장에 선출되기 위해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벽을 넘어야 한다.

공식 임명은 191개 회원국의 집합체인 유엔 총회에서 이루어지지만 이에 앞서 안보리의 추천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거부권을 갖고 있는 5개 상임이사국, 이른바 P5 가운데 어느 누구의 반대도 사지 않는 것이 관건이다.

현재 반 장관에 대한 P5의 거부감은 표출되지 않고 있다. 이는 물론, 반 장관이 적임자라는 공감대가 형성돼서가 아니라 차기 유엔 총장을 둘러싼 P5의 본격적인 힘겨루기가 아직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P5의 적극적인 지지도 중요하지만 P5 가운데 어느 한 나라로부터도 ‘빨간 딱지’를 받으면 안된다”고 설명했다.

특정 국가에 너무 가깝다는 인식을 주지 않으면서 P5의 고른 지지를 받아야 하는 고차원의 방정식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유엔주재 한국대표부 관계자는 반 장관의 당선 가능성에 대해 ‘50대 50’이라고 했다. 외교부 일각에서는 당선 가능성이 50%를 넘는 게 아니냐는 기대 섞인 분석도 나오고 있다는 것.

실제로 반 장관이 공식 출마 선언을 하기 앞서 우리 정부가 다각적인 접촉을 벌인 결과 최소한 반대한다거나 거부감을 표시한 나라는 없었다는 게 정부 고위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당선 가능성이 낮다, 또는 높다를 떠나 한마디로 해볼만 하다는 게 우리의 평가”라고 말했다.

유엔본부 주변에서는 당선 가능성은 마지막 순간까지 아무도 모른다는 분석이 우세한 편이다. 현 단계에서는 후보자는 물론, 키를 쥔 P5 당사자들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주유엔대표부의 오준 차석대사는 “반 장관의 자질과 경륜에 대해 유엔 내부에 좋은 평가가 있는 것은 사실”며 “그러나 선출 방식이 독특해 마지막 순간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과거의 사무총장 선출사만 감안한다면 현재 후보
로 이름이 거론되고 있는 인사들은 당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을 최근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스웨덴 외교장관을 지낸 다그 함마르셸드가 지난 1953년 4월 1일 자신이 유엔 사무총장으로 선정됐다는 소식을 듣기 전까지 자신이 후보자인 줄도 몰랐을 정도로 항상 공개적으로 거명되지 않은 인사가 사무총장에 선임됐다는 것.

실제로 이미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 이외에도 많은 경쟁자들이 야심을 감춘 채 은밀히 사무총장 레이스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게 유엔 주변의 관측이다.

따라서 유력 경쟁 후보의 윤곽 조차 드러나지 않은 현 상태에서 당선 가능성을 점치는 것은 무리라는 게 유엔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반 장관이 유엔 사무총장의 고지에 오르기까지는 많은 고개를 넘어야 하지만 충분히 가능성은 있는 셈이다.

한편 반 장관은 충주고와 충주여고간 학생회장단 간부 교류로 만난 유순택 여사와의 사이에 선용과 현희, 우현씨 등 2녀1남을 두고 있다. 둘째 딸 현희씨는 유엔아동기금(UNICEF) 직원으로 아프리카 수단에서 일하고 있다.

김민경 기자 flymink@iminju.net



- 노대통령 “떨어지면 국물도 없습니다”
# 노 대통령, 반 장관 유엔총장에 당선시켜 줄 것 당부

“여러분의 장관(반기문 외교통상부장관)을 국제기구의 중책에 당선시켜 주시면 외교부는 한번 뜨는 것이고, 실패하면 국물도 없는 줄 아십시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6일 재외공관장들을 부부동반으로 초청한 청와대 만찬에서 던진 말이다. 반 장관의 유엔사무총장 출마와 관련한 ‘농담성 당부’에 참석자는 크게 웃으면서 박수를 쳤다고 최인호 청와대 부대변인이 전했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의 정치나 국정운영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시비가 많은 편”이라면서 “그러나 외교에서는 시비를 당해 본 적이 없는데 여러분 덕분 아니겠느냐”고 덕담을 하는 등 재외공관장들의 노고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노 대통령은 “외교부 공무원들이 독특하고 배타적이고 철밥통이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많이 개방됐죠”라고 반문한 뒤 “많이 괴로웠을 텐데 고칠 것은 고친 것으로 안다. 여러분들의 노력 때문에 외교부의 몇 가지 실책을 언론이 엄청나게 떠들 때도 문책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참석자는 “대통령의 말씀에는 공관장들에 대한 칭찬과 격려 이외에 메시지가 있는 것 같다”라면서 ‘언중유골’로 해석했다.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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