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와 앵벌이 시킨 무서운 10대

 
청소년 범죄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경찰 및 교육 당국은 범죄 예방차원의 교육보다 당장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을 잡기에만 급급하다. 이런 와중에 중학교 후배 수십명을 상대로 금품을 갈취하거나 앵벌이를 시켜 파문일 일고 있다. 특히 초등학생들의 돈까지 뺏게 한 선배들까지 있어 파문이 날로 확산되고 있다. 피해자 부모들은 울분을 토로하고 있다.
 
날이 갈수록 청소년 범죄가 심각해지고 있다. 경남 창원의 모 중학교에서 돈을 벌 목적으로 후배들을 이용해 앵벌이를 시키고 아르바이트를 알선, 부모의 지갑에서 돈을 훔치게 하는 등 인면수심 행각을 일삼아온 선배들의 정체가 밝혀졌다. 더욱이 이 선배들은 금품을 제때에 상납하지 않을 시 집단 폭행을 가하기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파문이 일고 있다.
 
앵벌이가 된 중학생
 
이번 사건은 1년여간의 협박과 폭행에 지친 피해자들이 부모에게 고통을 호소하고 학교 측에 사실확인서를 제출하면서 외부에 알려지게 됐다.

지난 10일까지 파악된 피해학생의 수는 1학년 학생 10여명이며, 가해학생은 같은 학교 2·3학년 선배 L(16)씨 등 11명과 졸업생 1명으로 총 12명이다.

지난 3월 선배들은 학교에서 ‘만만해 보이는’ 후배들을 찾았고, 음성적으로 접근해 매달 정기적인 금품을 상납하라고 협박했다.

선배들이 피해자에게 요구한 정기적 상납 금액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한 경찰관계자는 “피해자마다 제각기 다른 방법과 금액을 요구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피해 학생들 중 대부분은 선배들이 알선해준 PC방이나 전단지 아르바이트를 하며 번 돈을 그대로 상납했다. 후배들을 돈 벌어다 주는 기계 혹은 도구로 밖에 생각 안했다고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아르바이트를 해도 선배들이 요구한 할당금액을 맞추지 못한 일부 피해자들은 창원시 일대에서 지나가던 행인을 붙잡고 ‘차비가 없는데 돈 좀 보태 달라’고 앵벌이까지 해왔다. 뿐만이 아니다. 피해 학생 중 한명에 따르면 아르바이트와 앵벌이로도 선배가 요구한 금액에 못 미칠 경우 자신의 용돈을 갖다 바쳤고, 심지어 부모의 지갑을 털어 돈을 상납해 왔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또 몇 명의 피해자들은 초등학생들의 돈을 뺏으며 선배들을 위해 ‘봉사’했다. 이 역시 선배들이 제안한 방법 중 하나였다. 초등학생의 돈을 뺏어 상급생에게 가져다주는 꼴은 마치 밀림의 먹이사슬을 연상케 한다.

담배 상납은 거의 매일같이 이뤄져야 했다. 미성년이어서 담배를 살 수 없는 피해자들은 길을 가던 할머니, 아주머니들에게 담배를 대신 사달라고 부탁해야 됐다.

만약 매달 상납해야 되는 할당금액을 채우지 못할 시에는 운동장이나 인근 야산으로 끌려가 갈비뼈에 금이 갈 정도로 폭행을 당해야 했고, 심지어 가해학생들의 집으로 가서 설거지와 빨래를 해줘야 했다.

이렇게 1년간 착취당한 돈은 총 260여만원으로 피해자 한 사람당 적게는 수 만 원에서 많게는 수 십 만원에 달했다. 한 피해 학생 학부모는 “피해 학생들이 학교 가는 것이 두려워 전학을 보내달라고 간청하고 전화 받기가 두려워 휴대전화기를 없애고 번호를 바꾸기까지 했다”며 “아이들이 학교폭력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법을 마련해 달라. 아들은 지금까지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호소했다.

선배들이 무서워 가족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도 못했던 피해자들은 선배들의 구타와 욕설 행각을 견디다 못해 올해 초 부모에게 지금껏 착취당한 과정을 설명했다. 울화통이 터진 피해자 학부모들이 자식들의 피해사실을 학교 측에 진정해 오며 사건의 경위와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학교 측은 지난 3, 4일 이틀에 걸쳐 피해사항이 사실임을 확인했고 지난 9일 학교폭력근절을 위해 학부모와 경찰,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자치폭력대책위원회(대책위)’를 구성했다. 대책위는 가해학생들을 법적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해 학생 중 한명은 “우리가 금품을 갈취하고 담배 심부름을 시킨 건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후배들이 밝힌 금액은 과장된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인면수심 발언을 하기도 했다.
현재 대책위는 추가 피해자 및 가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조사에 집중하고 있으며 현재 까지 밝혀진 것 이외의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 A중학교 관할 창원중부경찰서도 사건의 심각성이 불거지자 피해학생과 가해자들을 소환해 사실관계를 조사하고 있다.
강신찬 기자
noni-jjang@hanmail.net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