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신문=신상언 기자] 영국 런던하면 떠오르는 명물이 있다. 

빨간색 2층 버스가 바로 그 주인공. “한번쯤 타 보고 싶다”는 동경의 대상.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2층 버스를 탈 수 있다. 

서울과 경기도를 오고가는 직장인들의 출퇴근 좌석 대란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 2015년 10월, 일부 노선에서 2층 버스가 도입됐다.

4m가 넘는 거대한 차체가 뿜어내는 위용은 상당하다. 이렇게 큰 녀석이 거리를 안전하게 누빌 수 있을까. 궁금증을 풀기 위해 김포행 2층 버스에 몸을 실었다.

만남

19일 오전 8시께 2층 버스 탑승을 위해 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 11번 출구 인근 정류장으로 향했다. 그곳에 가면 김포행 8601번 2층 버스를 탈 수 있다. 현재 해당 노선 버스 중 2층 버스는 총 8대가 운행 중이다.

2층 버스 시간표가 정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무작정 기다릴 각오로 길을 나섰다. 그러나 운 좋게 지하철 출구를 나서자마자 정류장에 정차해 있는 2층 버스를 만날 수 있었다. 부리나케 뛰어 버스에 올랐다.

처음 마주한 2층 버스는 크기에 압도당할 만큼 거대했다. 

1층 내부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앞뒤로 하나씩 설치돼 있다. 이 때문에 1층은 14석 정도의 좌석만 설치돼 있다. 대신 2층에는 60개 가까운 좌석이 마련돼 있다. 일반 버스가 45석 정도라는 것을 감안하면 약 2배 많은 승객을 태울 수 있다.

위쪽 사진은 2층 버스의 2층 모습, 아래는 1층.

탑승

2층 버스 승차감은 일반 버스와 그리 큰 차이는 없었다. 2층 버스는 도입 당시 안전을 위해 운행 속도를 80~90㎞/h로 제한했다. 또 승·하차 시 2층에서 내려오는 시간을 감안해 정류장에 조금 더 오래 머무르도록 지침을 마련했다. 때문에 보다 여유롭고 안정감 있는 운행을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2층 버스의 진가는 ‘경치’에서 발휘된다. 2층에서 내려다본 서울 도심은 상쾌했다. 또 일반 버스 등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개방감이 속을 시원하게 했다. 

운전자의 시점으로 도로 주행을 만끽하고 싶다면 2층 맨 앞좌석을 강력 추천한다. 이밖에 2층 버스를 신기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도 색다른 재미를 준다.

안전을 위한 속도 제한은 단점이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시내 구간에서는 답답함을 느낄 수 없었지만 올림픽대로를 주행할 때는 한 없이 느리게 느껴졌다. 

안전운전이 당연하지만 시간에 쫓기는 직장인의 입장에서 보면 단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일부 직장인은 좌석 대란에도 불구하고, 2층 버스를 피한다고.

안전

2층 버스를 탑승하면서 가장 주안점을 두고 따져본 것이 ‘안전’이다. 기자는 2층 맨 앞좌석에 앉아 시청역에서 김포에 위치한 대포리 차고지까지 약 1시간30분 탑승했다.

처음 찾아온 불안감은 탑승한 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찾아왔다. 갑자기 ‘탁 탁 탁’하는 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무슨 소리인지 알 수 없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이어 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정체 모를 소음은 가로수가 버스와 부딪치는 소리였다. 높게 자란 가로수 가지가 버스 2층 창가와 부딪치면서 굉음을 낸 것이다.

충분히 위협적인 소리였다. 더구나 서울 시내에는 도로가를 중심으로 가로수가 빼곡히 심어져있다. 또 가로수의 가지가 뻗기 시작하는 높이가 딱 2층 버스의 2층 창가 높이와 맞닿아 있다. 

1시간30분 동안의 탑승 동안 총 3번의 굉음과 마주했다. 만약 조금 더 굵은 가지가 있었다면 단순히 부딪치는 소리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위협적이었다. 심장이 쫄깃해졌다.

높이

높이에 대한 문제는 2층 버스가 해결해야 할 잠재적 위험요소다. 

기자가 탑승한 8601버스를 운행한 기사 최모(55/남)씨는 2층 버스 안전에 관한 질문에 “지난 당산역 사고 이후 버스정류장 진입로를 변경하는 등 발 빠른 조치를 취한 상태라 현재 노선에선 안전상 문제는 없다”며 “앞으로 버스 안내 방송을 통해 새로운 조치 등에 관한 사실을 고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버스 높이는 4.0m. 노선 안에 있던 교량과 고가도로 높이는 최소 4.2m에서 5.0m까지 다양했다. 버스 높이보다 낮은 곳은 없었다. 하지만 이것으로 안심하기엔 다소 위험하다는 생각이다. 

4.2m 높이의 교량 밑을 지날 때는 아찔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도로 상태에 따라 차체가 조금이라도 뜨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20㎝에 불과한 버스와 교량의 여유 공간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탑승 내내 ‘간’이 작은 기자는 원치 않는 스릴을 느꼈다.

2층에서 몸을 일으키면 고개를 약간 숙여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다. 하지만 입석이 금지돼 있어, 탑승 과정에서 조금 더 몸을 숙여도 큰 불편을 없을 것 같다. 

차라리 승객이 조금 불편하더라도 안전을 위해 차체를 20~30㎝ 정도 더 낮출 수 있다면 사고 위험을 더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지난해 당산역 인근에서 발생한 교량과 2층 버스의 충돌 사고도 차체가 20~30㎝만 낮았더라면 얼마든지 막을 수 있었다.

2층 버스는 상당히 좋은 도입 취지를 가지고 있다. 그런 만큼 도로 상황과 차체 개선을 통해 좌석대란 해소에 더욱 기여하는 버스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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