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왼쪽부터 시계방향)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사진=뉴시스)

문재인 굳히기…외연 확장 등 대선 행보 독주
이재명 등 잠룡들 “나 좀 보소” 존재감 어필


[민주신문=박정익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정권 교체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이에 야권 유력 주자들을 향한 시선이 뜨겁다. 야권 후보 경쟁에서 살아남은 대선 주자의 청와대 입성이 그만큼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관심은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굳히기를 성공할지, 아니면 이재명 성남시장 등이 뒷심을 발휘해 후보 경쟁을 다시 혼돈에 휩싸이게 할지 여부다. 야권 유력 주자들의 대선 출마 선언이 잇따르는 가운데 자신이 차기 정권의 적임자임을 내세우는 선명성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야권 유력 대선 주자들이 설을 앞두고 잇따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본격적인 대선 모드에 돌입하면서 후보간 신경전도 한층 뜨거워졌다. 더욱이 자신의 경쟁력을 과시하는 선명성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어, 정치권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야권은 인물난에 시달리던 과거와 달리 저마다 뚜렷한 색깔과 ‘한방’을 갖고 있는 후보들이 넘쳐난다.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현 상황에서 야권 대선 주자 성적표를 살펴보면 1강(문재인) 3중(이재명‧안철수‧안희정) 구도다.

정책 공약 등 차기 정권 구상과 확고한 정치 철학을 보여줘야 하는 가운데 문 전 대표가 굳히기에 성공할지, 아니면 이재명 성남시장 등이 뒤집기에 성공할지가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정치 전문가들은 새롭고 공정한 대한민국을 갈망하는 국민들의 기대를 얼 만큼 충족하느냐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또 실현 가능한 정책을 중심으로 한 비전과 철학을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 대선 때마다 등장하는 포퓰리즘 공약과 상호비방전을 지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지난 22일 서울 대학로 굿씨어터에서 ‘전무후무 즉문즉답’을 내세운 이색 대선 출정식을 가졌다. 온‧오프라인에서 이날 출정식에 참여한 국민들과 5시간 동안 사전 협의 없는 질문에 답을 하며 본인의 비전과 철학을 스스로 검증받았다.

안 지사는 이후 대선출마 선언을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한 시대교체와 세대교체, 정권교체의 그 길. 저 안희정의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23일 젊은 시절 2년간 일했던 시계공장에서 대선 도전을 공식 선언했다.

이밖에 문재인 전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의원 등도 설 연휴를 전후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1라운드가 박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존재감을 부각시키는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2라운드는 차별화를 꾀하는 선명성에서 승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민주당 후보들은 당내 대선 경선 통과가 1차 관문인 만큼 자신에게 보다 유리한 경선룰을 만들기 위한 치열한 신경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2라운드에서 가장 돋보이는 후보는 문재인 전 대표다. 문 전 대표는 자신의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을 통해 연일 정책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또한 문 전 대표를 지지하는 시민, 문화예술인, 체육인 등 각계 전문가들이 모인 외곽조직 ‘더불어포럼’이 지난 14일 발족하며 외연확장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문 전 대표의 약점으로 꼽히는 호남 구애도 본격화됐다.

박 대통령 탄핵정국에서 ‘사이다’라는 별명을 얻으며 지지율을 끌어올린 이재명 성남시장도 정책 발표에 바쁘다. 이 시장의 팬클럽인 ‘손가락 혁명군’의 활동도 든든한 배경이 되고 있다.

이밖에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전당대회를 전후해 건재함을 과시하는 한편 세몰이에 나섰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문 전 대표와 각을 세우며 존재감을 세우고 있고, 김부겸 의원은 지방 분권을 주장하며 바닥 민심 잡기에 열중하고 있다.

종합편성채널 정치 분야 패널로 활약 중인 김남국 변호사(법률사무소 명현)는 이에 대해 “문재인 전 대표의 독주체제에 누가 제동을 걸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현실적으로 격차가 어느 정도 줄어들지 의문”이라면서 “문 전 대표의 뒤를 쫓는 이재명 시장과 안철수 전 대표, 안희정 지사 등의 세 확장이 중요하다. 민주당 경선룰과 야권 후보간 연대가 막판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출판의 전쟁

야권 유력 대선 주자들이 때 아닌 출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자신의 국정 철학과 대한민국의 비전을 국민들에게 설명하고 대선 국면에서 인지도를 끌어올릴 수 있는 수단이 되고 있는 것.

또 책 출간과 동시에 국민들과 양방향 소통을 가능케 하는 북콘서트와 출판기념회는 대선주자들이 철학과 주요 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힐 수 있는 방법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는 1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대담 에세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완전히 새로운 나라, 문재인이 답하다’ 출판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문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가계부채‧경제민주화‧4차산업혁명 등 경제정책, 저출산‧고령화 대책‧교육개혁방안 등 사회정책, 검찰개혁‧쉐도우캐비닛 등 개혁과제, 사드배치‧한일 위안부 합의 등 외교 현안 등 대한민국 전반을 다룬 현안과 대선주자로서의 비전을 제시했다.

문 전 대표는 또 다음 달 4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에서 북콘서트를 계획 중이다.

이재명 시장도 20일 ‘대한민국 혁명하라’를 출간했다. 이 시장은 책을 통해 ‘공정국가’에 대한 구상을 담고, 지금이야말로 부패를 청산할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대선 출마 의지를 밝힌 정운찬 전 국무총리도 19일 서울 중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우리가 가야 할 나라, 동반성장이 답이다’ 출판기념회를 열고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비전을 강조했다.

안희정 도지사는 지난해 10월 정책비전을 담은 ‘콜라보네이션’을, 11월에는 ‘안희정과 함께, 혁명’을 출간하면서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 김부겸 의원은 2월 중순쯤 ‘약탈경제를 넘어 공존의 경제로(가제)’를 출판할 예정이다.

야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조기 대선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대선 주자들은 자신의 비전과 철학을 국민들에게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방법으로 책을 선택하고 있다”면서 “국민들 입장에서도 책을 통해 대선 주자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고, 검증도 할 수 있다. 본선 후보가 결정되기 전까지 북콘서트와 출판기념회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안철수(왼쪽)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 박원순 서울시장.(사진=뉴시스)

색깔의 전쟁

민주당 소속 대선 주자들은 강연회, 정책발표 등을 통해 대선주자간 선명성을 알리기 위한 활동에 총력을 다하는 모양새다.

반면 1.15 전당대회를 통해 건재함을 과시한 안철수 전 대표는 ‘안철수 對 문재인’ 대선 양자구도에 자신감을 주장하는 자강론에 힘을 쏟고 있다. 국민의당도 자강론과 연대론의 갈등에서 안 전 대표의 자강론에 무게를 두며 손학규 전 민주당 상임고문과 정운찬 전 국무총리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야권 대선 주자 중 가장 유력한 문 전 대표는 대선 주자들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굳히기에 들어갔다. 문 전 대표는 역대 대선 주자 중에서도 손꼽힐 800여명 규모의 교수‧전문가 집단으로 이뤄진 싱크탱크 ‘정책공간 국민성장’을 통한 정책 발표에 집중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약점으로 꼽히는 호남 지지도 회복을 위한 지역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문 전 대표는 22일 ‘광주 포럼’을 발족하며 호남의 지지를 얻기 위한 신호탄을 쐈다. 23일에는 전남을 방문해 본격적으로 바닥 지지세를 다져 대세론 굳히기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재명 시장은 굳히기에 들어간 문 전 대표의 뒤를 맹렬하게 추격하고 있다. 이 시장은 성남표 복지정책을 강조하면서 더 이상 페이스메이커가 아닌 이길 수 있는 후보라는 자신감을 피력했다.

이 시장은 17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사드배치에 대한 문 전 대표의 발언을 지적하면서도 차기 정권을 창출할 경우, 무엇을 할지 야권에서 큰 틀에서 논의와 합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전 대표는 전국을 돌며 세 결집에 들어갔다. 또한 자강론을 필두로 ‘안철수 對 문재인’ 대선 양자구도를 연일 강조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18일 전북도의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반 전 총장은 문 전 대표와 대결하면 이기지 못한다”며 “내가 문재인을 꺾겠다. 승리할 자신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희정 지사도 다른 대선주자들과 차별성을 두며 시대 교체를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국민들과 함께 만들 수 있는 적임자라는 것을 강조하고 나섰다.

비방의 전쟁

야권 대선 주자들이 내건 공약들이 정치권에서 포퓰리즘 논란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역대 대선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군 복무 기간 단축과 기본소득, 사교육 폐지 등이다.

문재인 전 대표와 이재명 시장은 군 복무 기간 단축 공약을 제시했다. 문 전 대표는 군 복무 기간을 1년 정도 단축할 수 있다고 의견을 제시했고, 이 시장은 20일 자신의 저서를 통해 ‘10개월 군 복무’를 내세웠다.

또한 기본 소득과 관련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 시장, 문 전 대표는 소득, 취업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구성원이나 사회적 약자에게 균등하게 지급하는 기본 소득과 관련된 공약도 제시했다. 사교육과 관련해서 문 전 대표는 국‧공립대 통폐합, 박 시장은 서울대·수능폐지를 주장했다.

익명을 밝힌 야권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 탄핵국면으로 드러난 촛불민심을 정치권이 제대로 받들어야 한다”며 “새롭고 공정한 대한민국을 갈망하는 국민들의 기대에 현실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근본적인 정책들을 중심으로 대선주자들의 비전과 철학을 제시했으면 한다”고 포퓰리즘 공약 남발에 우려를 표명했다.

상호 비방전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온다. 민주당은 당대 대선 경선을 앞두고 문자폭탄을 비롯해 SNS 상에서 대선주자 팬클럽간 치열한 공방에 난감한 상황이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도 소속 의원들에게 문자폭탄을 보내는 배후를 민주당의 당원 혹은 지지자로 보고 있는 상황이고, 문재인 대표의 팬클럽인 ‘문팬’과 이재명 시장의 ‘손가락 혁명군’은 인터넷에서 연일 치열한 비방을 펼치고 있다.

문 전 대표와 이 시장은 지지자들에게 자제를 촉구하고 있지만, 상황은 좀처럼 진정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대선 주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문자폭탄을 받은 대표적인 후보는 김부겸 의원과 박원순 시장이다. 김 의원은 민주당 ‘개헌 전략보고서’를 공식적으로 문제 삼자 3000통이 넘는 문자를 받는 공격을 당했다.

박 시장 역시 문 전 대표와 각을 세우는 와중에 문자폭탄을 비롯한 공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시장측 관계자는 “무시무시한 문자와 댓글 공격이 들어오고 있다”며 “물론 특정 세력의 지지자라고 보지는 않지만 정말 너무할 정도”라고 토로했다.

후보자들보다 더 뜨거운 문팬과 손가혁은 최근 이 시장의 서울시장 밀약설로 다시 충돌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조기 대선의 가능성이 높은 만큼 각 캠프마다 경선을 비롯해 대선을 준비하는 기간이 너무 짧아 이 과정에서 상호 비방전으로 흐를 가능성도 크다”며 “각 캠프 관계자들이나 지지자들도 정치적 손익이 아닌 일반 국민들에게 보여지는 그림까지도 함께 고려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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