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신문=김병건 기자] 영국 역사상 유일한 유대계 수상을 지낸 벤저민 디즈레일리(Benjamin Disraeli)의 유명한 어록이 있습니다. "세상에는 3가지 거짓말이 있다. 그럴 듯한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이다." 통계는 수치로 얘기하는 현대인들에게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소스를 만들어내기 위해 아주 유용한 도구일 것입니다. 수많은 기업이 신규 사업을 시작할 때 각종 통계자료와 여론조사 자료를 가지고 자신의 사업이 성공할 것이라 자임합니다.

그런데 현실을 볼까요. 선진국의 과학적 기법과 자본을 투입하고 각종 네트워크로 지원한다고 해도 실제로는 성공 확률은 30%을 넘기 힘들지요. 그 수많은 여론조사와 통계자료가 핵심 고객층의 니즈(Needs)를 수없이 분석하고도 30%라면 조금 의아해해야 하지 않을까요.

선거에서 여론조사는 이제는 신뢰하기 힘들어졌습니다. 어제 오늘일은 아닐 겁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는 것처럼 선거에서의 여론조사는 지난 수년간 엄청난 비난을 받았습니다.

특히 2010년 이후 치러진 거의 모든 선거에서 여론 조사는 빗나갔습니다. 심지어 선거 직후 출구 조사까지도 다르기 일쑤였습니다. 유권자의 투표 의도와 성향을 조사한 여론조사의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출구조사는 투표를 마친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결과조사'이기 때문입니다.

통계학은 수학적 과정과 과학적 검증 과정을 거치도록 되어있는 학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표본의 문제점을 지적하여 유선전화에서 무선전화와 휴대폰 앱(APP)까지 표본의 오차를 줄이고자 했고 노력했습니다.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여론조사는 한가지의 표본이나 방향성 이외에는 믿을 수 없다는 것이 최근 5년간의 경험입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비근한 예로 지난 미국 대선에서 마지막까지 힐러리가 여론조사에서는 우세했습니다. 심지어 어떤 조사에서는 트럼프를 10%이상 이긴다는 조사도 있었습니다. 물론 결과로 여론조사는 틀렸습니다. 이쯤되면 여론조사의 저주라고 이야기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통계의 오류

선거전 결과가 각종 여론조사의 결과와 다르게 나왔을 때, 사실 놀라는 사람은 여론조사 기관의 관계자들뿐만 아니라 정치학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선거이론 중 승자에 편승하려는 '밴드웨건 효과'(bandwagon effect)와 약자에 동정하는 '언더독 효과'(underdog effect)가 있습니다.

여론조사의 결과와 실제 선거결과는 이런 정치적 용어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많이 부족 합니다. 우리나라 주요 정치관계자와 여론조사 기관 관련자들은 우리나라에서 여론조사가 실제와 다른 여러 가지 이유로 첫째, 선거 7일전 공포 금지로 인한 막판 민심 변화를 감지할 수 없으며 둘째, 할당표집 방법을 이용하기 때문에 표본이 한정된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가령 경상북도 영주와 강원도 정선에 직장인 30대 남성을 낮 시간에 집전화로 여론 확인이 가능할까요.

가능 하더라도 정말 몇 명이나 될까요. 셋째. 지나치게 낮은 응답률입니다. 일부 사람들은 ARS 여론조사를 빙자한 선거운동인 이른바 ‘푸시폴(Push Poll)’의 난립으로 여론조사 피로감이 높아진 점도 응답률 저하에 기여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ARS가 아닌 대면조사에서 조차 실제와 다르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적절한 이유는 아닌 것 같습니다.

네번째는 사실 선거기간에만 등장하는 여론조사기관 또는 지나치게 저렴하고 단기간에 조사 되어지는 여론조사입니다. 그냥 단순하게 ARS 전화만 돌리고 수학적 기법으로 확인하는 수준입니다.

냉정한 관찰

2015년 총선에서 있어 여론조사기관에게는 기억이 남을 만한 한해였습니다. 총선 직후 많은 사람들은 새누리당의 참패가 아니라 여론조사기관의 참패라고까지 했습니다. 어떻게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득표의 결과의 차이가 10% 이상 벌어지는 상황이 나왔을까요.

여론조사와 상반된 후보가 당선된 경우는 부지기수였습니다. 이쯤 되면 여론조사 무용론이 나와도 할 말은 없을 것입니다. 2006년 6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1위는 고건 전 총리로 26.2%였습니다. 이명박 후보는 3위로 20.2%에 불과했으며 2011년 12월 대선 여론조사에서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후보는 35.7%로 안철수 후보 48.3%에 한참 밀렸습니다. 故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된 2002년 대선을 3개월을 앞에 두고 당시 MBC는 대대적인 여론조사를 했습니다. 그 당시 기록을 찾아보았습니다.

대선을 3개월 앞에 두고 그것도 각 진영의 대선후보가 선출된 후 조사한 여론조사도 이렇게 무참하게 오류를 범했습니다. 2017년 지금은 집 전화조차 없는 가구가 20% 이상이라고 합니다. 특히 20대와 30대는 오직 휴대전화만을 이용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보수정권을 거치는 동안 사람들은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표현하기를 더더욱 꺼리고 있습니다. 여론기관의 입장에서 본다면 2017년도 대선은 예견된 오류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새로운 한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아마도 지난 몇 일간 많은 여론조사 결과를 만나셨을 것이고 또 앞으로 한동안 많은 여론조사 결과를 뉴스로 만나실 것입니다. 모 종편에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사람들의 응답률은 40%이고 반기문 지지한 사람들의 응답률은 13%였다. 문재인 후보의 압도적 1위라는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라고 돌직구를 날렸습니다. 물론 해당 여론조사기관도 그 내용에 대해서는 사실 확인을 해주었습니다.

움베르토 에코 (Umberto Eco)는 그의 저서 ‘민주주의가 어떻게 민주주의를 해치는가’에서 여론조사를 신봉할 수는 없지만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방법이고 이것은 많은 노력으로 오차를 줄여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지금 국민들의 정치성향과 지지자를 측정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여론조사입니다. 그전에 우리는 여론조사의 제도적, 기술적 방안을 끝없이 강구 하고 연구해야 합니다. 하지만 최근 언론에 보도된 여론조사 내용을 중앙선관위에서 확인해보니 제도적으로 기술적으로 발전했다는 점을 찾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언론은 평균 15% 내외의 응답률뿐인데 당장 ‘대통령은 누구다’라는 식의 기사를 단정적으로 출고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대선이 4개월 후일지 6개월 후일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말입니다.

새로운 소설가여! 그대들은 사실을 기록하는 사람들이고, 경기 플레이어가 아니라 냉정한 관찰자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길 바랍니다. 설령 응원하는 팀이 있더라도 아나운서가 그라운드에 나가는 법은 없습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