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보다 ‘절망’ 많았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09년 한해. ‘민주주의 화신’이라 불리던 두 명의 대통령이 차례로 서거했고, 한국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연쇄살인범이 붙잡혀 얼굴이 공개돼 파장을 일으켰다. 어린이를 잔혹한 방법으로 성폭행한 일명 ‘조두순 사건’으로 인해 아동성폭행 관련 법률이 강화되고 전자 팔찌 도입이 본격화 됐다. ‘키 작은 남자는 모두 루저(Loser)라는 한 여대생의 발언이 온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기도 했다. 2009년 한 해, 이슈와 파장을 일으킨 ‘화제의 인물’들을 꼽아봤다.
 
2009년 한해도 충격적인 사건·사고와 더불어 이슈를 몰고 다닌 각계각층의 인물들이 대거 등장했다. 특히 많은 존경과 사랑을 받아오던 인사들의 사망이 유독 많은 해였고, 반대로 흉악범죄와 관련된 범죄자들이 세간의 비난을 면치 못한 한 해이기도 했다. 인터넷 활용도가 정점에 이른 현재, 이슈를 몰고 다닌 인물들의 사회적 파장은 그 어느 때보다 거대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비교적 젊은 계층의 국민들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아왔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009년 5월 23일, 고향인 경상남도 김해시 봉화마을의 부엉이 바위 꼭대기에서 스스로 몸을 던져 목숨을 끊었다. 대한민국 최초로 네티즌들의 힘에 의해 대통령에 당선됐다는 평가를 받은 노무현 대통령이, 이제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된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의 투신자살 배경에 대해 여론의 의견은 가지각색이었다. 평소 청렴하기로 소문난 노 전 대통령이 비리와 관련해 잇따라 검찰에 출두하고, 혹독한 조사에 못 이겨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한 ‘마지막 승부수’였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일부에선 제대로 확인되지 않는, 혹은 확인 될 수 없는 ‘음모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인터넷 상에서 일부 네티즌들은 ‘노 대통령은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다’고 주장했다. 검찰과 언론에서 밝힌 노 전 대통령의 자살시간과 세부적 내용, 경위, 시신상태 등이 상식과 배치되는 ‘의문점’ 너무 많다는 것이다. 또 일부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보복’에 의한 ‘간접적 타살’로 규정짓는 여론도 존재했었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의 자살을 비난한 일부 교수와 의원, 언론인 등은 여론의 매서운 질타를 받기도 했었다. 현재도 노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해 여론은 애도와 비난의 상반된 의견을 계속해서 제시하고 있다.

가족장을 치루겠다는 유족들의 의견과 달리 노 전 대통령의 장례식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와 전 국민적인 추모열기로 국민장으로 치러졌다. 전국각지에 수백개의 분양소가 세워졌으며 조문객은 5백만명에 달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지 3달도 채 지나지 않아 인생역경 드라마 속 주인공 ‘인동초’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소 앓던 지병과 폐렴을 이기지 못해 향년 86세의 나이로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73년 8월 동교동 자택에서 납치를 당하고, 81년에는 내란음모혐의로 수감되는 수모를 겪기도 하는 등 네 번에 걸쳐 죽을 고비를 넘겼다. 특히 세 번 대통령 선거에 나섰다가 낙마 후 네 번째에 대통령에 당선되는 뜻을 이룬 집념과 끈기, 영욕의 세월을 보낸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노 전 대통령에서 앞서 ‘원조 민주주의 화신’이라는 평가를 받는 김 전 대통령은 남북한과의 긴장관계를 완화하고자 추진한 대북한 정책인 ‘햇볕정책’으로 2000년 노벨평화상을 받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의 장례식은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이어 대통령으로서는 두 번째로 국민장으로 치러졌다. 그러나 일부 극보수 세력에게 김 전 대통령은 죽어서도 눈에 가시 같은 존재로 기억되기도 한다.  
 
김수환 추기경
 
앞선 노·김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해 여당과 야당, 보수와 진보 세력이 앞 다투어 애도와 비난의 다툼(?)이 팽배했다는 것은 어쩌면 정치인으로서 죽어서도 가져가야 할 운명인지도 모른다.

반면 2009년 2월 16일 해당 교인들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국민들이 존경해마지 않던 ‘사랑과 나눔의 전도사’인 한 교인이 숨을 거두자 사람들은 앞 다투어 고인을 애도했다. 대한민국 최초의 추기경인 김수환 신부가 88세의 나이로 세상을 등지고 하늘로 떠난 것이다.
‘가난한 이웃들에게 사랑을 베풀라’는 신념을 죽을 때 까지 지켰던 김 추기경은 종교를 떠나 만인에게 사회의 등불이었다. 부와 명예, 권력의 크기를 가리지 않고 모두와 친구가 되었고 눈높이를 맞출 줄 알았던 정 많던 할아버지 김 추기경이 많은 이들의 간절한 기도를 뒤로 한 채 세상을 등지자, 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던 사람들만 40만명이 넘었을 정도 였다.
 
조두순
 
2009년은 흉악범죄자들의 기승이 유독 심한 한 해이기도 했다. 각종 성폭행 사건과 신종 음란 업소, 살인, 폐륜범죄 등 하루도 바람 잘날 없었던 2009년은 날이 지날수록 범죄의 잔인함과 흉폭함은 점점 심해져갔다. 그 중 특히 국민들의 분노와 화를 샀던 것은 나영이(9) 어린이를 무자비한 방법으로 성폭행해 심한 신체 상해를 입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던 일명 ‘조두순 사건’이다.

2008년 12월 벌어진 이 사건은 당시 큰 이슈가 되지 않았지만 2009년 9월 한 TV프로그램에서 아동성폭력과 관련된 전자발찌 사례에 소개되며 재조명을 받게 됐다. 특히 가해자 조두순(57) 씨는 자신이 받은 징역 12년 형량이 과하다는 이유로 항소, 상고한 사례가 세간에 밝혀지며 국민들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각 인터넷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네티즌들은 조 씨의 형량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며 대대적인 서명운동을 펼치기도 했다. 뒤늦게 소식을 접한 언론사는 조씨의 흉악한 범죄내용과 관련해 집중 보도하며 죄질이 무거움을 알렸다.

지난 10월 1일 한나라당은 아동성범죄자 등 흉악범들의 형량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하였다. 조씨 덕분(?)에 아동성폭력에 대한 형량이 무거워졌고, 범죄를 조기예방, 엄중 처벌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한편 전자 팔찌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하다는 여론이 생성됐다.
 
강호순
 
경기도 서남부일대에서 부녀자 10명을 납치·살해해 전국을 공포에 몰아넣은 연쇄살인범 강호순(41) 씨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국민들은 강씨의 이유 없는 무자비한 살인행각에 분노와 충격으로 치를 떨었다. 강씨는 부녀자를 상대로 닥치는 대로 납치 후 살해한 다음 야산 등에 암매장했다.

훤칠한 키와 서글서글한 외모를 이용해 여성을 유혹했다고 알려진 강씨는 2006년 12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군포시에서 여대생, 노래방 도우미 등 7명의 여성을 납치·살해했고, 2005년에는 집에 불을 질러 장모와 처를 불에 타 숨지게 하기도 했다. 그는 흉기와 넥타이를 이용하는 등 살해방법과 내용이 다양한 ‘지능범’이었다.

특히 강씨는 언론에 최초로 얼굴이 공개된 연쇄살인범으로 주목받았다. 국민들은 언론이 강씨의 얼굴을 공개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고, 일부 언론사가 이 같은 의견을 수렴한 것. 자신의 얼굴이 공개된 것을 알게 된 강씨는 “아들이 볼까 두렵다. 내 자식이 피해받길 원하지 않는다”는 인면수심 발언을 하기도 했었다.
 
정남규
 
또 지난 2004년 1월부터 2006년 4월까지 서울 서남부일대에서 무고한 시민 13명을 망치로 머리를 내려치는 등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한 정남규(42) 씨가 수감 중인 서울구치소에서 스스로 목을 매 숨지기도 했다.

개신교에 회개해 종교생활에 열중이었다고 알려진 그는, 평소 자신이 과거에 저지른 과오에 대해 심한 죄책감에 시달려왔으며, 특히 최근 불거진 ‘사형존폐여부’ 논란과 관련해 ‘사형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이기지 못해 자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씨가 자살하자 교도서는 사형수 관리에 미흡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고, 다른 사형수들의 불안감도 가중될 것이 분명해졌기 때문에 철저한 관리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또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네티즌들의 영향력이 갈수록 강해지는 요즘에는 경찰도 인지하지 못한 사건을 네티즌들의 신고와 문제제기로 뒤늦게 경찰이 검거하는 사건들도 잇따르고 있다. 그만큼 인터넷과 네티즌들의 힘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되어버렸다. 반면 인터넷의 폐해로 가장 심각하게 제기 되는 ‘마녀사냥’의 피해자도 속출하고 있다.
 
‘루저발언’ 여대생
 
2009년 인터넷 ‘마녀사냥’의 집중 표적이 된 대표적 인물은 서울 H대학에 재학 중인 여대생 이모(22) 씨. 그는 지난 11월 9일 방송된 KBS 2TV ‘미녀들의 수다(이하 미수다)’에서 ‘키 작은(180cm 이하) 남자들은 모두 루저(Loser, 패배자)’라는 발언으로 네티즌들의 집중 폭격 대상이 됐다.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인터넷에는 이씨의 발언을 패러디한 수많은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외국 영화배우 톰 크루즈는 ‘톰 크루저’로, KBS 드라마 ‘아이리스’의 주인공들을 ‘NSS 루저요원’, 영화 반지원정대는 ‘루저원정대’ 등 수많은 패러디물들이 쏟아진 것. 네티즌 사이에서 이씨의 루저발언은 ‘루저의 난’, ‘루저 대란’ 등으로 불리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버렸다.

특히 일부 남성들은 이씨의 발언으로 인해 회사나 학교 등에서 사람들에게 ‘루저’라고 놀림받아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1,000만원 이하의 손해배상 요금을 청구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이씨는 인터넷 피해자이자 가해자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강신찬 기자
noni-jjang@hanmail.net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