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화약고’ 충청발 정계개편 신호탄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 발표 이후 충청권 정가가 요동치고 있다. 원안 고수를 주장하는 지역 민심이 현정부에 등을 돌리자 충청권을 둘러싼 여야의 주도권 확보 쟁탈전이 심화되고 있는 것. 현재로선 민주당의 승리가 예상되고 있다. 차기 지방선거에서 위기감을 느낀 한나라당 소속 지방의원들이 잇따라 탈당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충북지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당초 한나라당 소속 정우택 현 지사의 재선이 유력시 됐으나 세종시가 정국을 강타하면서 당선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오히려 민주당 충북도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시종 의원이 정 지사의 대항마로 급부상하면서 야권의 상승세가 점쳐지고 있다. 설연휴 이후 세종시 수정안에 따른 민심의 향배가 오는 6월 충청권 지방선거에서 결정적 요인이 될 전망이다.

재선 유력한 정우택 ‘중대결심’과 ‘탈당 도미노’로 한나라 초긴장

민주당 ‘도지사 이시종 - 청주시장 한범덕’ 빅카드로 충청 싹쓸이

“2월 정기국회를 즈음해서 중대결심을 밝히겠다.” 정우택 현 충북지사는 지난 1월11일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이 발표된 직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비장한 모습으로 ‘중대결심’을 선언했다. “세종시 원안 추진이란 내 소신은 변함없다”고 밝힌 정 지사는 향후 결정되는 당론을 지켜본 뒤 자신의 다음 행보를 결정지을 계획이다.

이는 곧 한나라당 탈당과 오는 6월 지방선거 불출마로 해석되면서 정 지사의 향후 행보에 지역정가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동안 지역정가에선 정 지사의 재선을 유력하게 보고 있었던 것. 충청권 국회의원 총 여덟 개 선거구 중 여섯 곳을 민주당이 차지한 만큼 야권의 강세가 점쳐지는 가운데서도 지역 주민들은 정 지사에게 두터운 신뢰를 보여 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재임기간 동안 오송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 2010 대충청방문의 해 등 굵직한 행사를 유치한 덕분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정 지사가 다른 예비 후보자들을 따돌리면서 독주 체제를 형성해왔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시종 ‘정우택 대항마’ 급부상


이로써 한나라당은 위기에 봉착한 형국이다. 충북권의 탄탄한 민심을 얻고 있는 정 지사를 중심으로 선거를 치러야 하는 한나라당 입장으로선 정 지사의 출마가 절실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한나라당 소속 기초의원들의 탈당 도미노 현상으로 후폭풍을 겪고 있는 현시점에서 정 지사의 이탈은 선거 참패라는 결과를 나을 수도 있어 이대로 묵과할 수도 없다.

이로 인해 일각에선 정 지사가 중대결심을 내리기보단 정부여당을 압박해 세종시 수정안으로 흔들리고 있는 한나라당과 자신의 지지율을 반등시키기 위한 ‘중앙 압박용’이라는데 입을 모으기도 한다.

물론 정 지사가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과 관련 대전, 충남과 달리 충북을 외면한 것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 정 지사는 원안 추진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세종시 수정안에서 충북이 당할 불이익을 우려해 오창 방사선가속기 건립, 충북경제자유구역 지정 등 여러 가지 요구 사항을 정부에 전달해왔으나 결과가 신통치 않았다.

사실상 세종시 수정과정에서 충북의 입장이 외면당한 셈. 이에 대한 정 지사의 불만이 중대결심으로까지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정부여당과의 절충안으로 정 지사가 선거에 출마할 때엔 충북권 선거 판세는 민주당의 이시종 의원과 양자대결 구도로 굳혀질 전망이다.

당 안팎에선 이 의원과 함께 경제부총리를 지낸 3선의 홍재형 의원과 충북정무부지사를 역임한 한범도 전 행정자치부 차관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중 이 의원이 가장 유력한 후보라는데 이견이 없다. 충주지역의 확고한 입지를 자랑하는 이 의원은 지난 18대 총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참모인 윤진식 현 경제수석을 누르고 재선에 성공, 최근에는 세종시 수정안으로 돌아선 충북 민심을 등에 업었다.

이에 따라 민주당 소속 충북 국회의원 전원이 이 의원의 도지사 출마를 적극적으로 권유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뿐만 아니다. 정세균 대표 역시 비공식적으로 사석에서 이 의원에게 출마를 권유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의원을 톱으로 한 드림팀을 구성, 특히 청주·충주·제천·청원의 빅4 지역은 역량 있는 후보를 내 지방선거에서 싹쓸이를 한다는 계획이다. 당내에선 ‘도지사 이시종 - 청주시장 한범덕’을 드림카드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시 만큼이나 박근혜 전 대표의 행보도 충청권 선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수정안 당론 채택에도 반대할 뜻을 분명히 밝힌 박 전 대표는 타협의 여지도 보이지 않는다. 어렵게 당론으로 채택해도 본회의 가결 요건인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과반수 찬성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친박계 의원 30명 정도만 표결에 불참해도 의결정족수를 채울 수 없기 때문이다.

세종시 전면전에 나선 박 전 대표로 하여금 친이계가 진땀을 빼는 사이 친박계는 몸뚱이가 커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친박계에 줄을 대려는 인사들이 부쩍 늘었다는 것. 앞서 박 전 대표는 2006년 지방선거에서 박성효 현 대전시장의 당선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바 있어 최근 더해지는 박 전 대표의 충청권 인기를 감안하면 승산이 높다는 설명이다. 이규택 친박연대 공동대표도 “충청권에 당력을 집중할 것”이라며 충청권 패권에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어 향후 친박계의 강세가 전망되고 있다.


세종시 전방위 여론전 돌입


이로 인해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은 다소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세종시에 대한 여론이 박 전 대표에게 향해 있다 보니 여론전에도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박 전 대표 말 한마디에 민주당의 입장은 묻혀버리는 형국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정 대표가 친박계에 연대를 제의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 대표는 이와 관련 “한나라당과 우리는 정체성이 다르기 때문에 친박계에 연대를 제의한 적은 없다”면서도 “세종시 원안 고수에 대한 입장을 변치 말고 같이 가자. 이는 기존의 연대와는 성격이 다른 것이며 세종시에 대한 소신을 지켜 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진당의 경우는 더욱 열악한 형편이다. 충청권 맹주를 자임하고 있지만 충북에선 인물난을 겪고 있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선 남부 3군 기초단체장을 싹쓸이한 이용희 의원이 도지사 선거에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지만 가능성이 낮다는 게 정가의 분석이다. 게다가 탈당한 심대평 전 대표의 신당이 가시화될 경우 입지가 좁아질 가능성이 높아 속을 태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야권은 지도부와 충청권 국회의원들이 총출동해 세종시 수정안 반대 민심을 확산시키는데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정 대표는 사필귀정을 들며 “세종시는 실패로 끝나고 이는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으로 간다”고 주장했다. 향후 민주당은 전국의 혁신도시 예정지를 돌며 수정 반대론의 공감대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선진당 역시 지난 12일부터 세종시 수정안 규탄대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장외투쟁에 나섰다.

이에 맞서 민심을 돌리기 위한 정부와 한나라당의 움직임도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정몽준 대표와 안상수 원내대표 등 고위당직자들이 세종시와 인접한 천안까지 내려가 충청권 여론 반전을 시도하고 나섰다. 청와대 참모들과 각 부처 장관들도 연고 지역을 찾아 세종시 수정안 홍보를 돕고 있다.

여론 변화의 승부처는 설연휴다. 민족이 대이동하는 설연휴 때 형성되는 여론에 따라 세종시 수정안의 운명이 좌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여야는 설연휴 때까지의 향후 한 달이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여론 변화의 갈림길이 될 것으로 보고 전방위 홍보전에 돌입할 계획이다.

한편,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유명호 증평군수와 엄태영 제천시장의 3선 고지 가능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특히 제천시장에는 현직 시장에 전 국회의원이 도전장을 내밀어 새로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주인공은 바로 서재관 전 민주당 의원. 충북도내에서 전직 국회의원이 기초단체장 선거에 출마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 전 의원은 18대 총선 출마를 포기하고 정계를 떠났다가 민주당 충북도당의 적극적인 구애로 출마를 결정, 이번 지방선거로 복귀를 모색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향후 한 달, 여론 변화 갈림길


진천군수는 다른 지역과 달리 일찌감치 후보군이 압축된 상태다. 재선에 도전하는 유영훈 현 군수가 민주당을 굳건히 지키는 가운데 대항마로서 한나라당 장주식 현 도의원과 신창섭 진천군의회 의장이 당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예전과 달리 민주당 공천 경쟁이 더 치열해진 것으로 알려진 음성군수에는 탤런트 장한헌씨가 선진당 후보자로 일찌감치 낙점을 받은 상태다.

보은군수는 한나라당 예비 후보자들의 출마의지가 워낙 강해 공천에서 밀린 후보자들의 탈당 후 출마와 민주당의 후보 배출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보은군수 선거는 선진당 소속 이향래 군수의 아성에 한나라당, 민주당 후보자들이 도전하는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외부 인사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으나 아직까지 마땅한 후보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유선진당 이용희 의원의 텃밭이라 할 수 있는 옥천군은 ‘리틀 이용희’로 불리는 한용택 현 군수가 지난 4년간 조직 관리를 철저히 해온 만큼 재선이 유력시되지만 한나라당의 바람도 아주 배제할 수 없다. 옥천은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인이었던 육영수 여사의 고향으로 박 전 대표에 대한 주민들의 애정이 깊다. 박 전 대표의 지원 사격이 있을 경우 선거 판세는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지역정가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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