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집단폭행 전모


 

“뚱뚱하고 못생겼다”며 수년간 따돌려
이양, 외모 컴플랙스로 정신병까지 얻어

최근 부안경찰서에 한 학부모로부터 ‘여고생이 수년간 남학생들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는 내용의 고소장이 접수됐다.

피해학생인 이모(16)양은 그간 자신이 느꼈던 감정을 총 5장 분량의 메모를 통해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절대 학교는 가기 싫다. 이 참을 수 없는 고통을 누가 알겠는가”라며 “선생님들이 원망스럽다”고 토로했다. 이양이 재학중인 학교는 섬에 위치한 W고등학교로 중학교와 한 울타리 안에 있다. W중·고등학교는 학생 전원이 29명밖에 되지 않는다.

부안경찰서 강력수사팀에 따르면 고교 1년 생인 이양과 같은 학년은 총 6명으로 이양을 포함해 여학생이 2명, 남학생이 4명이다. 섬 안에서 일어난 집단폭행 사건의 전모를 밝혀본다.

이양의 가족에 따르면 이양은 이들 남학생으로부터 현금과 학용품을 빼앗기고 폭언과 구타를 당하는 등 4년 간 괴롭힘을 당했다.

지난 9월 29일 전북 부안군 이모(40)씨는 “고교 1학년인 딸(16)이 중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지금까지 특별한 이유 없이 동급생인 남학생들로부터 집단 폭행을 당해 잦은 경련과 우울증세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이날 딸을 폭행한 같은 학교 L군(16) 등 남학생 3명을 처벌해 달라며 부안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4년 간 따돌림 당해

그는 또 “지난 9월 13일엔 가해학생이 우리 딸에게 폭언을 한 뒤 마구 때려 실신케 했다”며 “그간의 후유증으로 우울증은 물론 딸애는 자살충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양의 어머니(38)는 경찰조사에서 “지난 수년간 여러 차례 담임교사를 찾아가 가해학생들에 대한 지도에 나서달라고 부탁했지만 번번이 무시당했다”면서 “알면서 모른 척한 교사들이 학교 폭력을 키우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 날은 태풍의 영향으로 배가 뜰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해경의 경비정으로 이양은 긴급히 수송돼 육지에 있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부안경찰서 강력수사팀 관계자에 따르면 이양은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최근까지 4년에 걸쳐 ‘뚱뚱하고 못생겼다’는 이유만으로 반 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했다.

키가 작고 뚱뚱한 것으로 알려진 이양은 같은 반 남학생으로부터 못생겼다는 이유로 ‘옥동순’ 이라고 불렸다. 또 자신의 뚱뚱한 몸매를 개그로 이끌어낸 개그맨 ‘정형돈’을 이양을 부를 때 사용했다. 같은 반 남학생들은 이양이 복도를 지나갈 때면 ‘툭툭’ 건들이거나 놀려댄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사건을 담당한 경찰관계자는 “2002년도부터 이양과 같은 반 남학생 3명이 놀린 건 사실이지만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이 이양을 집단으로 폭행한 사건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감수성이 예민한 나이인 이양이 아이들의 놀림으로 인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관계자는 이어 “아이들 세 명이 그렇게 놀려대니까 나머지 두 명도 이양을 멀리했던 것 같다”면서 “내성적인 이양은 반에서 따돌림을 당했다”고 말했다.

한편 가해학생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경찰조사에서 가해학생들은 “지난 13일에 이양이 실신한 것은 집단 구타로 인한 것이 아니라 원래 병원에 자주 입원하는 등 건강상태에 따른 것”이라며 “집단 구타를 했다면 흉터나 멍 자국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강하게 반박했다.

경찰 조사결과 이양은 강박성 발작증세로 인해 정신병원 치료를 받아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관계자는 “이양이 외모 컴플랙스로 상처를 많이 받아왔던 것 같다”며 “현재 폭행사실과 이양에게 간질환과 관련된 지병이 있었는지 유무에 대해 조사중”이라고 말했다.

학교측은 “이양이 폭력의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공식적인 피해사례를 접수하지 않아 가벼운 놀림으로만 생각했다”며 “자세한 경위를 알아보겠다”고 해명했다.
박지영 기자
pjy092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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