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강원 춘천시 석사동 로데오거리 광장에서 '박근혜 퇴진 춘천 시국대회'가 열린 가운데 한 참가자가 '김진태 의원 막말'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민주신문=김병건 기자]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얼마 전 대통령을 비호할 목적으로 "나라가 잘 되려면 군자가 여럿 필요하지만 나라가 망하려면 옹졸한 사람 한 명이면 충분하다"라고 했습니다. 김진태 의원은 소위 막말을 많이 해서 전국적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정치인입니다. 과거 그의 언행을 알기에 ‘군자’라는 단어에 놀랐습니다. 그럼 자신이나 청와대 인사들은 군자란 말인가. 대통령을 비판하면 그러면 옹졸한 소인 인가하는 의구심이 생겼습니다.

저는 덕분에 ‘군자란 과연 어떤 사람인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가지고 있던 몇 권의 책에서 군자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서 찾아보았습니다. 많습니다. 그러나 너무 단편적이라 딱 한마디로 정의하기에는 어렵습니다.

맹자는 공자가 말한 가짜를 미워하셨으며 미워하는 것을 맹자 ‘진심하(盡心下)’편에서 이야기 하셨습니다. 공자曰 “비슷하면서 아닌 것을 미워하노니, 피를 미워함은 벼 싹을 어지럽힐까 두려워함이며, 말재주가 있는 자를 미워함은 의(義)를 어지럽힐까 두려워함이고, 말 잘하는 자의 입을 미워함은 신(信)을 어지럽힐까 두려워함이며, 자주색을 미워함은 붉은색을 어지럽힐까 두려워해서요, 향원(鄕愿)을 미워함은 덕(德)을 어지럽힐까 두려워함이라고 했다.”

요즘의 시국을 잘 설명하기에 아주 좋은 것 같습니다. 말은 많고 주장은 많으나 성찰돼 절제된 말이 없고, 글은 많으나 사유되어진 글이 부족한 세상입니다. 공자는 향원(鄕愿)을 미워했는데 요즘 같으면 향원조차 군자로 대접받는 세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한심한 작태

김 의원님은 소위 좋은 스펙의 소유자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이해하기 힘든 발언을 하는 것에 ‘왜 저러지’라는 생각을 합니다. 세월호를 인양하지 말자는 주장, 물대포를 맞아도 얼굴뼈가 부러지지 않는다는 등 이성과 상식은 어디 있는지 정말 친박이라는 사람들은 저렇게 생각 하는지 궁금했습니다. 김 의원은 지난 18일 국회에서 "촛불은 촛불일 뿐이지 결국 바람이 불면 다 꺼지게 돼 있다. 민심은 언제나 변한다"라고 민심을 능멸하는 발언까지 했습니다.

김 의원은 2013년 가을에 책을 출판했었습니다. 당시 새누리당에서는 정치개혁의 일환으로 ‘출판기념회’를 금지하고 있을 때였는데, 이 정치인은 광화문에 있는 대형서점에서 저자 사인회라는 방법으로 ‘출판기념회’를 했습니다. 책을 좋아하고 제가 담당하던 정치인이라 본인도 현장에 참가했습니다. 그런데 그 책의 서문은 ‘지금 우리나라는 내전 상태다. 사상적으로 나누어졌다. 나는 그래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중대장, 소대장의 마음으로 싸우겠노라’라고 했습니다. 놀랐습니다. 민주주의란 여러 가지의 사안들이 충돌하고 그 현안들을 협의, 조정, 토론의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이라 생각했고, 국회의원이란 진영간의 싸움을 중간에서 조정하고 토론을 유도하는 사람이지 어느 한쪽 진영의 대변자를 넘어 중대장, 소대장이라니 맙소사.

‘군자’라는 사람이 누구인가요? 딸이 입상을 못하니 ‘경찰’을 동원해서 심판들을 연행했던 사람이 군자인가요? 아니면 300명의 아이들이 죽어갈 때 가만히 있던 위정자들이 군자인가요? 부산의 마천루 건설을 위해서 법을 바꾸고 규정을 고쳐서 특정인이 이익을 보도록 뒤에서 보호해주던 사람들이 군자인가요? 위안부 할머니들이 지금도 반대하는 한일 협정을 한 사람들이 군자 인가요?

옹졸한 변명

옹졸한 사람은 누구인가요? 300명의 아이들이 무사하게 돌아오기를 기원하던 사람들이 옹졸한 사람이었나요? 정부의 국정교과서 강행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옹졸한 사람인가요? 아이들에게 밥을 무상으로 주고 어린아이들의 교육을 국가의 돈으로 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옹졸한 사람인가요? 특정 대기업의 이익을 줄 수 있는 법안을 반대하는 사람이 옹졸한 사람인가요?

퇴계의 자성록을 바탕으로 한자, 한자 의역해서 몇 년 전 ‘함양과 체찰’이라는 제목으로 세상에 나왔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이것을 퇴계의 공부법 정도로 이해합니다. 퇴계는 자신을 군자라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사대부는 함양도 중요하지만 체찰 또한 중요하다고 강조 하셨습니다.

체찰을 다른 말로 하면 성찰이요 그 성찰의 다른 말은 자신의 과오에 대한 반성일 껍니다. 군자란 무릇 자신에게는 엄중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김 의원님이 이야기 한 군자는 누구인지 누가 그렇게 자신에 엄중하고 조심하고 삼가하고 성찰하는지 궁금합니다.

조선조 3대 성군 중 한분인 영조는 성군이란 “내 백성들에게 더 좋은 것을 주려고 하는 마음을 가진 임금, 내 백성들을 더 편하게 해주려는 마음을 가진 임금”이라고 말씀하셨고, 그래서 자신은 성군은 아니고 성군 흉내만 냈을 뿐이라고 하셨습니다. 지금 박근혜 정부 고위공직자중에 몇 분이나 이런 군자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묻습니다. 광화문의 저 촛불은 그냥 최순실 사태 단 한 가지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본질을 잘못 본 것이라 생각됩니다.

군자주야 서인자수야 수즉재주 수즉복주(君者舟也 庶人者水也 水則載舟 水則覆舟) “임금은 배요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우지만 배를 뒤집을 수 있다.” 치세학, 제왕학의 교과서라는 정관정요에서 언급된 내용입니다.

물론 순자가 처음 이야기 하셨습니다. 지금 매주 광화문에는 성난 물결이 파도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물결은 국민들의 요구이고, 주권자의 명령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김 의원님은 ‘불온세력이 배후에 있다’, ‘북한식 표현을 사용하는 것 같으니 사정당국은 당장 조사하라’고 하셨습니다.

검사 출신인 김 의원님이 헌법정신과 국회의 존재 의미를 모를 리 없을 겁니다. '삼권분립'과 '평화통일'의 헌법정신은 김 의원님의 사법고시 답안지용으로 존재하는 게 아닙니다. 힘없는 다수 국민의 생존권은 날이 갈수록 위태해지는데 이 땅의 평화와 민주주의는 '종북몰이' 앞에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민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