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체제’의 모순, 개헌 통해 진정한 공화정 만들어야
지도자는 국민통합의 리더십과 살신성인의 자세 필요


[민주신문=박정익 기자] “자리를 탐하는 정치꾼이 아닌 대한민국 정치를 바꾸고, 국민이 바라는 정치를 하려고 노력했던 정치인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문병호 전 국민의당 의원은 인터뷰 말미에 어렵사리 이같은 말을 꺼냈다. 그는 17대, 19대 재선 국회의원이다. 지난 4.13총선에서 3선에 도전했지만 26표 차이로 석패했다. 6개월여 만에 만난 문병호 전 의원은 석패의 아쉬움이 없는 밝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경쾌했다. 20대 총선에서의 패배가 오히려 외유내강(外柔內剛)의 심지를 더욱 굳게 만들어 준 듯하다.

문 전 의원은 국민의당 창당 멤버이자 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의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그는 현재 국민의당 전략홍보본부장으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문 전 의원은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향후 국민의당의 역할과 다가오는 전당대회 당대표 도전,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밝힌 새판짜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풀어놨다.

특히 자신을 포함한 원외 인사 150여명이 활동하고 있는 ‘국민주권회의’에서 논의 중인 개헌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역설했다. 다음은 문병호 전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총선 낙선 후 근황은.

▶현재 국민의당 전략홍보본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국민의당의 전략기조, 특히 대선을 승리하고 당 지지도를 높이는데 어떤 방향으로 당이 가야하는가, 당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회의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딱 1년 전 즈음인 것 같다. 굉장히 바빴던 문 전 의원이었다. 당시 기자들이 만든 별명 기억하는가.

▶뭐였더라? 아~ ‘탈당전도사‘. 기분 좋았지(웃음). 탈당을 많이 시키는 게 내 역할이었고, 탈당을 많이 시켜야 새로운 정치가 실현될 수 있으니까 좋았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의 공동 행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어떻게 보는가.

▶좋은 방향으로 보고 있다. 지금 안철수 전 대표나 국민의당이 지향하는 바는 첫째가 기득권 타파다. 구체적으로 보면 한국 정치의 기득권 세력인 친박과 친노, 친문 세력을 혁신하는 것이고, 그 분들을 제외하는 나머지 세력들이 힘을 모아서 새로운 정치를 실현하는 것이 현재의 국민의당 목표고, 안철수 전 대표의 비전이기 때문에 그렇게 나아가고 있다.

그리고 손학규 전 대표의 경우도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민주당으로 온 것은 어찌 보면 자기 기득권을 버린 것이고, 이후 분당 출마라든가 수원 재보궐 출마도 기득권 보다는 당의 명령에 본인의 모든 것을 버리고 참여한 것이 때문이다. 또 그 뒤에 재보궐 패배 후 정계 은퇴를 선언하셨지만 최근 한국 정치의 여러 가지 문제, 즉 기득권 문제, 양당 정치의 폐해를 지적하며 제7공화국을 말하신 것은 서로의 관점에서 정치적으로 같은 비전을 보고 있다고 본다. 연대하는 건 당연하다고 보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 박지원 비대위원장도 손 전대표가 국민의당으로 오면 ‘전권을 주겠다’고 공공연히 밝혀왔다. 손 전 대표의 입당 가능성은.

▶(한숨) 입당하는 것을 바라고 있지만 현재 상태로 객관적으로 냉정히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조금 더 국민의당이 손학규 전 대표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더 크게 더 새롭게 변해야 한다. 당이 더 높게 더 새롭게 변해서 집권의 비전을 보여주고, 에너지가 많이 생산되면 손 전 대표가 자연스레 오실 거라 생각하고 있다.

▽국민의당이 총선에서 보여준 저력으로 ‘야권 분열은 필패’라는 프레임은 어느 정도 희석됐다는 분석도 있다. 대선에서도 유효할 것으로 보는가.

▶그렇다. 우리가 기존의 여야 프레임, 진보-보수의 프레임으로 보면 야권 분열이고, 새누리당 도와주는 것이라 봤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어 국민들도 더 이상 여당과 야당만의 대결, 진보-보수의 대결로 보지 않는다. 새로운 프레임이 나왔다. ‘기득권 구태정치’ 대 ‘새로운 개혁정치’의 프레임으로 많이 가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이번 선거도 새로운 개혁 세력에게 국민이 많은 표를 주고 있고, 새로운 개혁세력이 이 상황을 어떻게 주도하고 능력을 보여주느냐에 세력을 크게 확장할 수 있다고 본다.

▽안철수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지근거리에서 본 안 전 대표의 강점과 대권주자로서 보완해야 할 점은.

▶강점이라고 하면 역시 지금 정치권의 가장 큰 개혁과제인 기득권에 물들지 않고 깨끗하다. 뭔가 기성 정치와는 다른 새로운 이미지가 강점이라고 상당히 볼 수 있다. 젊다는 것도 강점이다. 약점은 아무래도 정치적 경험 부족이랄까 생각한다.

▽최근의 안철수 전 대표를 보면 강하고 메시지가 간결해지고 있다. 이 부분에서 있어 전략홍보본부장으로서 어드바이스가 되고 있는 건가.

▶많이 되고 있는 것 같다. 국민들이 안철수를 지지한 상황을 보면 늘 강한 이미지와 메시지 던졌을 때 국민들이 지지했다. 2012년 대선 출마할 때도 그렇고, 이번 총선도 야권 단일화에 대해서 강하게 반대하고, 독자적으로 간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탈당해서 홀로 단신으로 광야에 서겠다고 했을 때 국민들은 박수치고 지지했다.

그리고 지도자는 간결‧명쾌하게 메시지를 해야 한다. 참모‧전문가들은 설명조의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지도자는 간결하고 명백한 짧은 메시지가 국민들에게 감동을 준다는 것이 안 전 대표에게 전달이 됐고, 그런 부분에서 많이 발전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민변에서부터 인연을 이어온 민주당 소속의 이재명 성남시장과도 가까운 사이다. 요즘 이 시장 행보에 어떻게 생각하나.

▶이 시장 행보 잘하고 있죠(웃음). 지금 사실 우리나라 정치권에 필요한 흐름이 미국의 샌더스 같은 흐름이 있다. 국민이 분노하고 폭발 직전이라는 것이다. 과거에는 화나도 참고 지켜보고 기대하고 했는데 이제는 많이 사라져 분노하고 많이 시니컬해졌다. 국민들이 정말 새로운 흐름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에서도 샌더스 흐름이 나올 수도 있고, 세계적으로도 많은 흐름이 나오고 있다고 본다. 정말 새로운 정치, 국민들을 위해 거칠게 나가는 정치에 있어 이재명이 가장 적합하다고 본다. 많은 지지를 받고, 선풍적인 상승을 하고 있다고 본다.

▽최근 이재명 시장과 연락은 해봤나.

▶최근에는 못해봤다. 사실 제가 탈당한다고 했을 때 제일 말린 사람이 이재명 시장이었다(웃음). 그런데 탈당하고 국민의당을 만들고 나서는 많은 얘기는 못해봤다. 인사 정도만.

▽같이 하자 제안해봤나.

▶아직 그럴 상황은 아니다. 이 시장도 같은 울타리에서 정치하면 좋다고 생각하고 있고, 저도 바라고 있지만 아직은 여건이 성숙되지 않았다. 조금 시간이 가야 그런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을까 싶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개헌 카드’를 꺼내들었다. 개헌의 방향과 시기 등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

▶개헌은 반드시 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모든 정치적인 문제가 현행 헌법의 문제이고 정치를 떠나 대한민국의 모든 영역에 있어 가장 큰 모순이 ‘87체제’라고 본다. 87체제라는 것은 일종의 반독재를 위한 체제다. 그 전에 워낙 박정희 대통령, 전두환 대통령의 독재정권이 대한민국 지배했기 때문에, 그 독재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87체제고 6공화국인 것이다. 87체제는 5년단임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대통령 권한은 독재정권 때의 권한에 비해 축소된 것은 없다는 말이다. 지금은 반독재가 시대과제가 아니고 진정한 공화정을 해야 한다. 이 새판을 다시 짜야하는데, 시스템의 핵심이 헌법인 만큼 헌법은 반드시 새로 바꿔야 한다.

아쉬운 것은 박 대통령이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국면 전환용으로 제안했다는 것이 문제가 있다. 국민들의 순수성을 의심하고 또 개헌제안 직후 최순실 사건이 폭발했기 때문에 개헌이 흔적 없이 사라지지 않았나. 최순실 사건도 어찌 보면 제6공화국 헌법, 현행 헌법의 모순에서 비롯된 거다. 대통령이 모든 권한을 쥐고 있고, 대통령 한 마디에 대한민국 공직사회가 벌벌 떠는, 또 아무런 견제 장치가 없었기 때문에 나타난 것이 아닌가. 이것을 제도적으로 개선하고 새로운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국민들의 요구가 거셀 것이다. 그 때 헌법 개정 논의를 다시 하면 되는 것이고, 현직 대통령이 반대하면 안 된다는 것은 명확한 것인데 박 대통령이 헌법개정에 물꼬를 텄기 때문에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헌법 개정이 논의될 것 같다. 또 돼야 하고.

▽여야 원외 유력 인사들이 주도하는 '나라 살리는 헌법개정 국민주권회의‘도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단계는.

▶국민주권회의의 목표는 개헌을 하되 개헌이 여의도 정치인에 의해서만 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현재의 국회의원은 정치 기득권자고 개헌을 해봐야 자신들의 기득권을 연장하려는 가능성이 높다. 또한 국민들도 그렇게 본다는 것이다.

국민이 주도하는 국민이 중심인 개헌이 돼야 된다. 그렇게 해야만 정치 기득권이 해체가 되고 분권과 협치가 제대로 갈 수 있다. (국민주권회의는) 현재 헌법 내용도 많이 만들어놨고, 각 지방을 돌면서 ‘헌법개정 국민회의’를 하려 한다. 국민적인 공감대와 요구를 통해 개헌을 발의하고 국회를 통과하길 바라고 있다.

▽지방분권의 목표가 쌔 보이는데.

▶그렇다. 현재 국회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물론 말은 지방분권이라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지만, 아무래도 여의도는 권력 분산이 중심이 돼있고. 뜻있는 학자들 수준에서는 오히려 지방분권을 중심을 두고 있다. 실제로 제가 볼 때도 지방분권이 굉장히 중요하다. 미국 경우에도 대통령제를 하는데, 성공하는 가장 큰 이유가 연방과 중앙의 지방분권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연방과 중앙이 적절한 권력 분산이 되기 때문에 대통령의 힘이 견제가 된다. 그런데 우리는 실제로 중앙에 모든 게 집중돼있고, 그 중심에 대통령이 있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제어하기 위해선 지방분권을 통해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시킬 수 있어 옳은 방향이라고 본다.

▽최순실 게이트 이른바 국정농단 사태로 대한민국이 흔들리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가장 문제는 권력의 사유화다. 공공성을 가진 권력을 사적으로 이용함으로써 국민들을 허탈하게 한 사건이고, 특히 사적인 권력도 뭐라 해야 하나, 좀 수준 낮은 사적인 네트워크라고 해야 할까. 과거에는 비선이라는 것이 있었지만 대게 가족이나 아들, 또는 신뢰할 만한 사람들에 의해 이뤄져서 충격이 덜했는데, 이번에는 그야말로 사이비 종교라든가 우리 국민들이 평가하지 않는 부분이 중심이 됐다는 것이 국민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제일 중요한 게 진상규명이다. 진상규명이 어떻게 되느냐 따라서, 불법‧부정행위 정도에 따라서 대통령 거취문제도 다시 논의 할 수 있을 것이다. 불법이나 부정행위가 크다 도저히 대통령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대통령 거취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은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아 지켜본 후에 판단할 문제다.

▽청년 실업 및 양극화 심화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차기 대선의 의제도 ‘격차해소’가 부상하고 있는데 대한민국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필요한 리더십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역시 지금 시대정신은 격차해소와 통일한국 두 가지로 보고 있다. 그것을 하기 위해서 바탕에 깔려야 할 것이 바로 국민통합이다. 국민통합의 리더십. 그리고 지금은 나라를 구해야 할 때라고 본다. 나라를 구하기 위해서 내가 나의 모든 것을 바치는 살신성인 정신이 있어야 한다. 이것들이 지금 지도자에게 필요한 덕목이다. 격차해소와 통일한국의 명확한 인식, 국민통합을 할 수 있는 리더십, 다시 나라를 정상화할 수 있는 희생정신이 있는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지도자의 덕목이라고 본다.

▽내년 1월 중 치러지는 국민의당 전대에 당대표 도전하나. 계획은.

▶저는 국민의당에게 주어진 사명이랄까. 그것은 명확하다 본다. 국민들이 지난 총선에서 38석을 만들어 준 것은 다른 무엇보다 체인지 하라, 바꾸라는 것이다. 다른 당에게도 메시지를 줬지만,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기득권 양당이잖나. 신생정당은 기득권 양당의 폐해를 바꾸라고 하는 것인데 아쉽게도 그 일을 잘했다고 볼 수는 없다. 선거 이후 국민의 기대와 혁신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본다.

나름대로 잘한 면도 많지만, 좀 더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총선 때 득표했던 지지도와 현재의 지지도를 비교해보면 반토막된 셈이다. 이런 부분이 국민의 기대와 혁신요구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보는 것이다. 이번 전대를 통해 다시 국민이 원하는 새로운 정치라는 장을 만들어야한다. 그래야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하기 위해 당대표가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이미지를 가진 사람이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외람되지만 제가 좀 적임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나서보려 생각 중이다.

▽내년 재보궐과 내후년 지방선거도 있다.

▶(웃음) 그것은 상황에 따라 당의 요구에 따라 할 생각이다. 이번 전대 결과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작년에 탈당하고 국민의당을 창당하는 과정에서도 제가 다시 국회의원이 되고 어떤 자리를 가야한다는 문제로 고민하는 것은 아니었다. 대한민국 정치를 어떻게 바꿀까, 국민이 바라는 정치는 무엇인가, 어떤 길을 선택해야 국민에게 희망에 부흥하는가 생각했다. 재보궐이나 지방선거에서 뭐가 되려는 것보다 당에서 요청할 수도 있는 것이고, 한국 정치에서 필요하다고 하면 당락을 떠나 나설 수도 있다. 그 때 상황에 따라 생각할 것이다.

▽시민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는 정치인 문병호이 되고 싶은가.

▶자리에 탐하는 정치꾼이라고 해야 하나? 정치꾼의 이미지 보다는 대한민국 정치를 바꾸고, 국민이 바라는 정치를 하려고 노력했던 정치인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아무래도 현역의원으로 있다 보면 조금씩 안일하고 타협하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어찌 보면 이번에 제가 낙선을 경험하면서 고민을 해봤는데, 만약 3선이 됐으면 현실과 약간의 타협을 하고, 좋은 게 좋다는 적당주의 이렇게 나갈 수가 있지 않았겠는가. 낙선을 하고 보니 철저하고 치열하게 된 것은 분명한 것이죠. 이런 국민이 요구하는 정치를 실천할 수 있도록 조금 더 치열하고 절실하게 나가야 되겠다. 그게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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