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신문=신상언 기자] 일평균 700만명이 애용하는 시민의 발, 지하철이 각종 사건·사고로 얼룩지면서 공포철로 불리고 있다. 지난달 19일 5호선 김포공항역에서 출근하던 남성이 스크린도어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인재나 다름없다.

앞서 서울역에서 지난 2월 지하철을 이용하던 설모(81/여)씨가 스크린도어에 끼여 사망했고, 5월에는 구의역에서 정비업체 직원이 스크린도어 수리작업을 하다 사망했다. 올해에만 벌써 세 번째다. 이후 서울시는 서울시내 307개 역사 스크린도어 6만4508개를 전수조사하기로 했지만 사고가 재발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달리는 전동차가 멈춰 시민들이 불안에 떨어야 했고 출퇴근길 사고도 비일비재하다. 지난달 22일 오후 3시경 분당선 열차가 왕십리역을 500m 앞두고 멈춰 서는 바람에 승객들은 어두운 열차 내에서 80여분간 갇혀 있다 전철 선로를 걸어서 탈출했다. 지난달 17일에도 종로3가역에서 1호선 인천행 열차가 출입문 고장으로 1시간30분이나 운행을 중단했다. 출근시간인 오전 8시경이라 시민들의 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기계적인 결함도 문제지만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벌이는 만행도 심각한 수준이다. 5월 대림역에서는 ‘묻지마 흉기 난동’이 벌어졌다. 전과 16범인 40대 남성이 소주 7병을 마신 뒤 지하철에 탑승, 주변 사람들과 승강이를 벌이다 흉기를 휘두른 것.

역사 내에서 흉기를 휘두르는 바람에 두 명이나 상해를 입은 사건도 있었다. 8월 80대 남성이 평소 알고 지내던 60대 여성과 70대 남성에게 흉기를 휘두른 것이다. 지하철에서 벌어지는 사건사고와 만행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형국이다.

원인?

전문가들은 잇따른 사건사고에 대해 지하철의 노후화나 스크린도어의 기계적 결함 등 기술적 문제를 첫 번째로 꼽는다.

2일 윤영일 국민의당 의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메트로(1~4호선) 전동차 총 1954대 중 1184대(61%)의 운행 연수가 20년을 초과했다. 25년이 넘은 전동차도 268대(14%)다. 1호선의 경우엔 더 심각하다. 1호선 전동차의 40% 이상이 25년 넘게 운행됐다.

전동차의 내구연한이 25년임을 감안하면 대부분의 열차가 이미 수명을 다했거나 다해가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2014년부터는 교체 비용 부족을 이유로 ‘철도안전법’에 명시된 내구연한 조항을 폐기해버렸다.

스크린도어 사고는 기술적 결함이 가장 큰 문제다. 한상진 한국교통연구원 정책장은 “스크린도어에 결함이 많이 발견됐고 불량률도 높은 것으로 안다”며 “이 문제는 노후라기 보단 기술결함 문제이므로 더 조사하고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적 결함 문제뿐만 아니라 인력 구조의 문제도 지적했다. 한 정책장은 “비용 문제 등으로 외주화, 비정규직 채용을 일삼다보니 적은 인원으로 많은 시간, 과중한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며 “그것이 부주의 등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인력 구조의 시스템 문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서울시가 6월 수도권 지하철 1~9호선 스크린도어 점검 결과, 307개역 중 센서교체 대상 23개역, 제어시스템 정비 대상 25개역 등 문제점을 찾아냈다. 그 중엔 김포공항역도 포함돼 있었지만 내년까지 교체 완료하겠다는 계획만 세웠을 뿐 더딘 진행상황을 보이다 사고를 자초했다. 구의역 사고도 기술적 결함보다는 2인1조 시스템을 지키지 못한 것을 탓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기술적 결함도 고용형태와 교육 등 시스템적 문제로 얼마든지 극복 가능했다는 것이다.

각종 지하철 만행도 결국 부족한 역내 근무 인원 때문이다. 서울메트로 관계자에 따르면 1~4호선 전동차 수는 1900여대에 달하지만 열차 내 보안관 수는 134명에 불과하다. 또 현재 승강장 내에서 사람들이 열차에 안전하게 타고 내리는지를 관리 감독하는 근무 인원이 전혀 없는 실정이다.

서울메트로는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인원 증원계획도 전혀 없다. 2009년 6월 매표소 등을 없애는 등 무인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줄어든 역무원 수만큼 부작용이 차츰 만연해가는 모양새다. 때문에 지난달 23일에는 지하철 의자에 노상방뇨를 하는 남성의 사진이 SNS에 떠돌아다니는 등 지하철 내에서 상식 밖의 일들까지 자행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파업’

설상가상 철도노조의 파업이 지하철 내 사건사고를 부추기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분당 지하철 사고와 종로3가 열차 지연 사태 등도 파업으로 인한 대체 인력이 열차를 운행하다 발생했다. 코레일은 9월27일부터 파업을 시작해 노조원 1만8360명 중 40%에 달하는 7741명이 파업 중이다. 이후 현역군인 168명을 기관사로 대체 투입했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현장에 있던 조합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지난달 22일 왕십리역 사고는 자동차로 비유하면 가속기와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는 바람에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대체 인력의 운전 미숙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반면 코레일측은 “동력장치 고장으로 추정되는 사고”라며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기관사의 운전미숙을 원인으로 볼 수는 없다"고 항변했다.

코레일은 앞으로 근로자 500명을 신규 채용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7700여명에 육박하는 파업 인원을 제대로 대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에 서울메트로 관계자도 “앞으로 역내 보안관 채용 증진 계획 등 지하철 사건사고에 대한 노력을 해 나갈 것”이라며 “지하철안전지킴이앱 등을 활용하면 더 안전하게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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