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신문=신상언 기자] 민족 최대 명절 추석을 맞아, 더욱 외롭고 힘든 사람들이 있다. 돈을 벌기 위해 고국을 떠나 온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명절은 그들에게 향수병을 짙게 한다. 더욱이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불법 체류자 신분이거나 임금 체불의 고통을 겪고 있다면 설움은 더 깊다.

13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체류자 수가 21만명을 넘어섰다. 또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5년 8월 기준 임금체불 현황'을 살펴보면 무려 19만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임금을 체불 당했다. 이들에게 명절은 오히려 고통인 셈이다.

외국인 노동자가 늘면서 지자체 차원의 지원 사업 등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외국인 노동자센터에서 주관하는 행사 참여를 유도해 그들만의 명절 분위기를 낼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올해도 추석맞이 ‘외국인근로자한마당’, ‘서울시 외국인 체육대회’ 등 여러 행사가 열렸다. 이밖에 각 지역별로 운영되는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와 고용노동부 등에서도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인식 개선과 복지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방인이 느끼는 소외감과 우리의 인식 변화, 근로 처우 개선 등 행정당국과 주변 이웃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함께 즐겨요

8월 28일 안산 호수공원 중앙광장에서는 전국에서 모인 1000여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모여 축제의 장을 열었다. 고용노동부가 주관하고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최한 ‘2016 국민과 함께하는 외국인 근로자 한마당’이 개최된 것. 내국인과 외국인 노동자의 화합을 위해 특별히 준비된 이번 행사는 8개 지역 거점 외국인력지원센터 예선을 통과한 8개 팀의 각국 전통의상 퍼레이드와 K-POP 경연 등 2개 부문에서 선의의 경쟁을 통해 함께 즐기는 축제의 장이 됐다. 롱 디망쉬(H.E. Long Dimanche) 캄보디아 대사는 “우리나라 근로자들을 위해서 이런 자리를 만들어 줘 감사 드린다”며 “고용허가제를 통해 양국의 우호가 더욱 증진 될 수 있도록 상호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축제에 참여한 파키스탄인 프라보(36/남)씨는 “명절을 앞두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며 “오늘만큼은 고향에 대한 외로움이 덜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도 지난 4일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행사가 열렸다. 추석을 앞두고 20여개국 외국인 노동자와 내국인 등 900여명이 참여하는 '제6회 외국인근로자 체육대회'가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개최됐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6개 외국인근로자센터 이용 노동자와 내국인이 참여해 줄다리기, 400m 계주 등 다채로운 행사를 즐겼다.

서울시 관계자는 “체육대회가 내·외국인이 한자리에 모여 한마음 한뜻으로 화합하고 즐기는 자리가 돼 이국생활의 활력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밖에 올해만 해도 대전, 울산 등 전국 곳곳에서 외국인근로자들을 위한 행사가 개최돼 타향살이의 외로움을 달래줬다.

그늘과 노력

타향에서의 명절을 즐기며 외로움을 달래는 이들이 있는 반면 마음이 편하지 않은 외국인 노동자도 많다. 현재 외국인 노동자의 약 10%가 추석 명절을 즐기기는커녕 불안함 속에 숨어 지내고 있는 불법 체류자 신분이다.

물론 불법 체류 신분까지 국가가 나서서 감싸줘야 할 필요가 있느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우리 주변에서 불법 체류자로 인해 발생하는 범죄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오원춘 사건 등이 불법 체류자가 범죄를 저지른 대표적인 사례다.

이로 인해 불법 체류자, 나아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혐오증까지 사회 전반에 퍼지는 모양새지만 사실 정부 정책상 문제 등으로 인해 불법 체류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 과도한 규제나 임금체불 문제로 본의 아니게 불법 체류자가 돼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되는 경우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5년 8월 기준 임금체불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19만명의 노동자가 총 8539억원에 이르는 임금을 체불 당했다. 임금을 체불한 업주가 신고당해도 체불 임금의 10%만 벌금으로 내면 되는 등 솜방망이 처벌 논란도 있다.

외국인 노동자 실태의 그늘이다. 청운의 꿈을 안고 대한민국을 밟았다가 불법 체류자가 된 이들에게 명절의 즐거움은 꿈같은 이야기일 뿐이다. 방글라데시에서 한국에 왔다가 불법 체류자 신세가 된 A씨는 “악덕 사업주 때문에 불법 체류자 신세가 됐다”며 “명절이든 아니든 항상 불안하고 괴롭다”고 말했다.

사회 일각에서는 축제 중심의 외국인 노동자 복지 정책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외국인 노동자 지원센터 한 관계자는 “축제 등 그들의 향수를 달래 줄 정책도 중요하지만 임금 체불 등의 불이익을 받지 않는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면서 “정부와 지자체가 관련 인력과 예산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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