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신문=신상언 기자] “시끄러워 못살겠다.” 아파트 층간 소음부터 공사 현장, 자동차·오토바이 배기음까지 소음에 갇힌 일상이 반복되면서 스트레스와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 지난 한 해 서울시에 접수된 소음·진동 관련 민원 건수는 4만1000여건을 돌파했다. 2014년 3만1000여건이던 민원이 1년 만에 약 30%나 증가한 것.

소음으로 인해 개인이 받는 피해와 스트레스뿐만 아니라 이웃 간 칼부림 등 강력 범죄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소음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문제다. 물론 정부·지자체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선진국에 비해 미비한 관련법과 부실한 행정 등으로 단속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 관계자는 이에 대해 “매년 소음관련 분쟁 건수가 늘어나고 있어 관련법 개정 등 노력이 요구된다”면서 “관련기관의 적극적인 해결 의지뿐만 아니라 타인을 배려하는 선진의식 함양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고통 받는 사람들

서울시 OO구에 사는 A씨(70/여)에게 지난해 10월부터 소음의 공포가 시작됐다. A씨의 주거지에서 불과 50㎝ 떨어진 곳에서 다세대주택 신축공사가 시작된 것. A씨는 공사에 반대했지만 법적으로 시공을 막아설 명분이 없었기에 처음엔 무작정 참아야만 했다.

일 때문에 낮에는 집을 비워 괜찮지만 퇴근 후 집에 머무르는 저녁 시간에도 공사가 이어지는 바람에 각종 소음은 물론 진동, 먼지 등으로 고통 받아야만 했다. 이에 A씨는 시공사에 여러 차례 항의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 후 이웃집을 전전하며 약 한 달간을 버티다 결국 이사를 가게 됐다.

A씨는 중앙환경조정분쟁위원회에 제소했고 정신적 손해배상으로 약 240만원을 배상받았다. 분쟁조정위원회는 소음도 평가결과 공사 시 소음도가 96.7dB(A)로 기준치인 65dB(A)보다 최대 32dB(A) 초과했으며 이에 정신적 피해를 입었을 개연성이 인정된다고 배상 이유를 밝혔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올해 접수된 조정신청 내역 210건 중 84.3%인 177건이 이 같은 공사장 소음 관련 분쟁이었다고 한다.

느슨한 법 규정

공사장 소음으로 인한 피해는 조금 나은 편이다. 애매한 소음 규제 기준으로 보상조차 받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서울의 한 상업지역에 사는 B씨(미상)는 환풍기 소음으로 고통 받았다. 8층에 위치한 B씨의 방에서 직선거리로 약 30m 정도 떨어진 곳에는 인쇄소가 밀집해 있다. 이 작업장에서 발생하는 환풍기 소음이 B씨에게는 스트레스였다. B씨는 방음 시설을 갖춰달라고 항의도 해보고 밤에는 환풍기를 꺼달라고 사정도 해봤지만 사업주는 배짱을 부렸다.

결국 B씨는 분쟁조정위에 항의했지만 결과는 의외였다. B씨의 방 2곳에서 창문을 열고 소음측정을 한 결과 61dB(A)로 생활소음 규제기준 이하가 나왔기 때문이다. 사업장(공장) 생활소음 규제기준은65dB(A) 이하(주간, 상업지역)로 약 4dB 차이 때문에 대상소음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환경피해예방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독일의 브루엔젤 마크나 일본의 초저소음 및 극초저소음 표시기준은 우리나라보다 최대 10dB(A) 낮은 기준으로 운영되고 있다. 같은 크기의 소음이지만 일본에서는 처벌받아야 할 것이 우리나라에서는 통용된다. 게다가 일본은 사전적 규제도 엄격하다. 건축 단계에서 애초에 방음 장치를 설치하고 바닥을 두껍게 시공하도록 해 층간소음이나 기타 소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한다.


이동식 소음도 문제

난무하는 생활 소음 속에 특히 행인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하는 게 바로 자동차·오토바이의 배기음이다. 이들 차량들은 불법 개조를 통해 굉음 수준의 소음을 발생시키지만 처벌에 어려움이 있다.

2014년 자동차·오토바이가 발생시키는 소음을 포함한 이동소음원에 관한 민원 건수가 1000건에 육박했다. 그러나 전 건 다 행정지도 처분만 받았을 뿐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이동소음원의 특성 상 소리가 금방 사라지기 때문에 측정하거나 붙잡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가령 엄청난 배기음을 내며 달리는 오토바이 굉음은 수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만 달리는 오토바이를 붙잡아서 신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단속의 주체인 서울 중구청 관계자는 “자동차나 오토바이 소음이 심각한 건 알지만 실질적으로 단속할 수가 없다”며 “단속보다는 소음을 내지 않도록 불법 개조를 막는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한국이륜차안전협회 관계자도 “배기통을 불법 개조하는 차량을 일일이 단속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정기 검사를 강화하고 신고포상제 같은 것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과 지자체의 책임 떠넘기기와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규정 등도 문제다. 경찰청 관계자는 “모든 소음 관련 신고나 민원은 지자체로 이관하고 있다”며 책임을 떠넘겼다. 서울시청 관계자도 “모든 생활 소음을 관리·규제하고 있지는 않다”며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 신종 사회 문제로 떠오른 소음 문제에 대해 조금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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