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신문=신상언 기자] 편의점이 진화하고 있다. 1989년 국내 최초 편의점인 세븐일레븐 ‘올림픽 선수촌점’이 문을 연 이후 올 상반기 점포수가 3만개를 돌파했다. 그야말로 브레이크 없는 고속질주다. 더욱이 유통업계 전반에 드리운 불황의 그늘은 그야말로 남의 집 얘기다.

편의점 고속성장은 혼밥족으로 대표되는 1인 가구 증가가 결정적이다. 간편식을 즐기는 인구가 늘면서 주거지 인근에 위치한 편의점이 주 소비 무대가 됐다. 또 은행과 약국, 우체국 역할까지 수행하는 종합 편의시설 진화 등 경쟁력을 강화한 것도 성공시대를 이어가고 있는 요소가 됐다.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편의점이 일상생활의 포털 사이트로 진화했다는 평가다. 포털 사이트를 통해 뉴스와 게임, 음악 등을 즐기는 것처럼 일상의 모든 것을 편의점에서 즐기는 시대라는 것이다.

거대해진 편의점 덩치만큼 드리워진 그림자도 짙다. 편의점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골목상권 즉, 영세 슈퍼 등의 “죽겠다”는 아우성이 거세지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동네 슈퍼마켓의 성장률은 -0.8%를 기록했다. 또 편의점 앞 테이블에서 음주, 흡연 등이 빈번하지만 규제가 미비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일상생활의 포털

편의점만 있다면 정말 무엇이든 할 수 있을까. 거짓말 조금 보태 편의점에서 24시간 생활이 가능한 시대가 됐다. 혼자 식사하는 소위 ‘혼밥족’이 늘어나면서 편의점 도시락 시장이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도시락 시장은 2014년 매출액이 2000억원에서 지난해 3000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올해는 5000억원의 매출이 기대된다. 이미 히트 상품 반열에 오른 김혜자 도시락, 백종원 도시락 등을 중심으로 아침 식사를 위한 과일류나 죽, ‘혼술족’을 위한 안주 셋트까지 모든 식사가 편의점 내에서 해결 가능하다.

편의점은 1인 가구와 바쁜 직장인들을 위해 은행과 우체국, 약국의 역할도 해나가고 있다. 1999년 편의점에 현금자동인출기(ATM)가 도입된 이래 단순한 현금 인출서비스를 너머 은행업무나 공과금 납부까지 가능해졌다.

BGF리테일은 지난 6월 3일 신한은행과 전략적 업무제휴(MOU)를 체결한 후, 은행 영업점 수준의 업무가 가능한 ‘디지털 키오스크’를 CU 서울대 서연점에 배치했다. 디지털 키오스크는 핀테크 기술을 활용해 100여 가지 영업점 창구 업무가 가능한 국내 최초 무인셀프 점포 모델이다. 24시간 이용가능한 편의점 은행 업무는 은행 갈 시간도 빠듯한 직장인들에게 높은 인기를 모으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제는 굳이 우체국에 가지 않아도 언제나 택배를 받아볼 수 있다. 최근에는 무인택배서비스인 ‘스마트 박스’도 생겼다. GS25는 이베이코리아와 MOU를 맺고, 서울 시내 50개 점포에 무인안심택배함 ‘스마일 박스(가칭)’설치했다.

편의점은 또 약국 체인과 손잡고 '약국+편의점' 모델 사업에 돌입했다. 약국 체인 업체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목동에 1호 모델 약국이 오픈돼 영업 중이다. GS25편의점과 약국이 연결돼 있으며, 약사가 편의점과 약국을 모두 운영하는 형태다.

편의점의 사업 영역은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는다. 온라인 앱을 통해 이용가능 한 카쉐어링 서비스 ‘쏘카’도 편의점을 통해 이용가능하다. 이밖에 고속도로 하이패스 이용을 위한 충전카드도 편의점에서 충전 가능하며, 최근엔 스마트폰 A/S 서비스도 가능해졌다. 이제 편의점에서 할 수 없는 것을 찾기가 더 힘들어졌다.

재난 대비 시스템도 구축됐다. BGF리테일이 지난해 국민안전처, (사)전국재해구호협회와 업무 협약을 맺고 전국 23개 물류거점과 일 만여 개 점포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재난 예방 및 긴급구호체계’를 구축했다. 재난발생시 구호물자를 수송해 신속한 구호활동을 수행하는 것이다.

편의점의 그림자

전국 프랜차이즈 편의점의 지난해 매출은 17조1947억원을 돌파했다. 동네마다 편의점이 생기고 매출이 증가하면서 상대적으로 동네마트나 영세슈퍼의 매출은 감소하고 있다. 2015년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성장률 -0.1%, 슈퍼마켓은 -0.8%를 기록했다.

서울 충정로역 인근에서 10년째 슈퍼마켓을 운영 중인 성모(여/71세)씨는 “4년~5년 전부터 매출이 꾸준히 감소해 1/3가량 줄어들었다”며 “단골 장사나 조금씩 할 뿐, 젊은 사람들은 동네슈퍼에 오지 않는다”고 한탄했다.

편의점 앞 테이블에서 벌어지는 음주와 흡연에 대한 규제 목소리도 높다. 길거리를 지나다보면 편의점 앞에 테이블과 파라솔이 설치 돼 있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르면 카페와 음식점, PC방 등 공중이용시설에서 흡연은 금지다. 그러나 편의점의 경우엔 관련 법 조항이 없다. 도로교통법상 편의점 앞 도로와 인도를 점용해 테이블 등을 설치하는 행위도 불법이며 여기서 벌어지는 음주와 흡연에 대한 정책 또한 미비한 상태다.

이로 인한 불편과 소음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높지만 함부로 제제할 근거가 없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특히 여름철에 편의점 앞 파라솔 때문에 주민들의 불만이 높지만 이를 일일이 단속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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