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현대차ㆍ금융노조 버티면 ‘장땡’…식품노조, 더 달라? ‘언감생심’

불경기, 경영 악화 등 고통 분담 ‘외면’…‘밥그릇 챙기기’ 비판↑

[민주신문=허홍국 기자] 노조계급론이 회자되고 있다. 조직의 파괴력을 믿고, 타협 없는 밥 그릇 챙기기가 가능한 금수저와 상대적으로 세력이 약해 주면 주는 대로 받거나, 쫓겨나도 마땅히 하소연할 곳이 없는 흙수저 노조가 계급론의 중심이다.

글로벌 경기불황 여파로, 심각한 경영위기에 직면한 기업들은 노조에 양보와 이해를 구하고 있다. 하지만 일명 금수저 노조는 상대적으로 높은 고임금과 복지혜택을 누리면서도 무조건 반대만 외치고 있다.

반면 연봉과 복지에서 상대적으로 열악한 ‘흙수저’ 노조는 기업이 제시하는 협상안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불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버티는 금수저

금수저 노조의 대표 격은 현대자동차 및 사무금융서비스노조다. 이들 노조의 연봉은 높은 편에 속한다. 지난해 기준 현대차 노조 평균 연봉은 9600만원, 사무금융서비노조 평균 연봉은 은행권이 7800만원, 증권업계가 8750만원이다. 이를 국세청이 지난해 연말정산에서 집계한 직장인 평균 연봉(3198만원)과 비교하면 최소 2.43배에서 최대 3배 많다. 이들 노조는 아직도 올해 임단협을 타결하지 못했다.

현대차노조는 지난달 잠정 합의된 임단협안을 노조원 찬반 투표에 부쳤지만 부결됐다. 노조원들은 기본급 인상폭이 예년에 비해 적어 동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노조의 최근 3년간 평균 기본급 인상폭은 9만3300원 수준이다.

현대차노사는 지난달 임단협 안으로 임금피크제 확대 추후 논의, 임금 5만8000원(정기승급 2호봉+별도승급 2호봉) 인상, 개인연금 지원금 1만원 인상, 성과금 및 격려금 350%+330만원, 품질지수향상기념 격려금(100%+80만원), 재래시장 상품권 20만원, 주식 10주 등에 잠정 합의를 봤다.

현대차노조 산하 모비스위원회 한 관계자는 “임단협 잠정 합의안이 8년 만에 부결됐다”며 “노조원들이 기본급 인상폭에 만족하지 못해 합의안을 반대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평균적으로 9만원대 이상이었던 인상폭이 5만원대로 낮아지면서 조합원들의 불만을 샀다는 얘기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달 말 임단협 실무협상을, 이달 초 본 협상에 들어간 상태다. 노조는 임단협이 부결된 만큼 기본급 인상을 회사 측에 요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회사 사정은 녹록치 않다. 우선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하다. 현재 성장률은 2%대 수준이다. 여기에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미국의 금리 인상 등 환율 불안, 중국 경제성장 정체 등으로 해외 자동차 시장의 침체도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수시장 역시 좋지 않다. 내수 판매량이 올 연말까지 쉽사리 회복되지 않을 것이란 견해가 높다. 글로벌경영연구소는 최근 자동차 내수 시장이 올 상반기 9.0% 성장했지만 하반기에는 8.7%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권 노조(전국사무금융서비스조합)도 임단협 협상이 ‘지지부진’하다. KB손해보험은 올해는커녕 지난해 임단협을 아직 끝내지 못했고 은행권 역시 올해 임단협을 합의하지 못했다. 금융권 노조는 임단협 파트너인 금융사용자협의회(금사협)와 성과연봉제 도입 반대를 이유로 갈등을 빚고 있다.

금사협은 성과연봉제를 연내 도입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노조는 이를 총파업으로 막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금융권 노사의 대결이 점점 격해지는 이유다. 금융권 노조 이달 23일 총파업을 예고한 상황이다.

하지만 금융권은 저성장 기조와 예대마진 축소로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이 때문에 금사협측은 고임금 저효율의 임금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지난해 말 순이자마진(NIM)은 1.60%를 기록했다. 2005년 순이자마진은 2.82%였다. 순이자마진은 금융기관의 자산단위당 이익률로, 수익성을 평가하는 지표 중 하나다.

또 총이익 대비 임금비중도 2005년 6.3%에서 지난해 말 10.6%로 늘었다. 이는 실적과 상관없이 인건비는 상승하고 있다는 의미다. 회사입장에선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인건비가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으로 풀이된다.

침묵의 흙수저

반면 흙수저노조는 낮은 연봉에 고강도 노동에도 불경기를 감안해 임단협을 마무리했다. 대표적인 노조가 식음료와 대형마트업계 노조다. 식음료업계 주요기업 평균 연봉은 4498만원 수준으로, 현대차노조 연봉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대형마트 업계 평균연봉은 직장인 평균 임금보다 998만원 적은 2200만원이다.

식음료업계 노조는 지속된 불경기를 감안해 3~3.5% 임금 인상안에 합의를 봤다. 식음료업계 한 노조위원장은 “임단협은 경제 상황을 고려해 타결했다”며 “대부분 식음료업계 노조가 물가 인상율 만큼 임금인상을 요구해 합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업계 역시 임단협을 타결했다. 이마트가 3월, 홈플러스가 5월, 롯데마트가 8월 중순이었다. 대형마트업계 노조는 소비자 지갑이 열리지 않는 불경기를 감안해 근무시간 조정ㆍ물가상승비율 임금인상 등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금수저 노조의 임단협 태도에 회사 경영상황은 생각지 않고 ‘제몫 지키기’에만 골몰한다는 지적이다.

이장우 부산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소위 금수저 노조에 소속된 노동자들이 고소득으로 인해 생활 지출이 증가했기 때문에 임단협을 통해 계속 연봉을 올리려고 하는 것”이라며 “노조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제몫 지키기’에 골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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